사회
'신이 내린 땅' 두물머리 둘러싸고 갈등 고조
입력 2012-07-26 05:02 
【 앵커멘트 】
4대강 사업의 마지막 공사 구간인 두물머리 유기농지를 둘러싸고 농민들과 정부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농지를 두고 떠나라는 요구에 농민들이 끝까지 버티자 정부는 결국 강제철거를 예고했습니다.
이성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7년째 두물머리에서 유기농사를 지어온 최요왕 씨.


그런데 최 씨의 비닐하우스 안엔 농작물은 보이지 않고 잡초만 무성합니다.

두물머리 유기농지가 4대강 사업 제1공구로 지정되면서 이곳을 지키려고 대외 활동을 하다 보니 정작 농사일엔 집중하지 못한 겁니다.

농가 11가구 가운데 7가구가 떠나고 현재 4가구만 남은 상황.

남은 농민들은 유기농지를 지키려고 농지를 대폭 축소하는 절충안을 내놓았지만, 농사는 안 된다는 정부의 태도는 단호했습니다.

▶ 인터뷰 : 최요왕 / 두물머리 유기농민
- "정부의 주장을 많이 받아들여서 산책로, 자전거도로, 공원, 농지 그런 것들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안을 제시했는데 정부가 정말 안 받아들이네…."

사업권이 경기도에서 국토해양부 서울국토관리청으로 넘어오면서 정부는 더욱 강하게 농민들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결국 정부는 지난 19일 농민들에게 농지를 전부 비우지 않으면 강제철거하겠다는 행정대집행을 예고했습니다.

▶ 스탠딩 : 이성훈 / 기자
- "현재 이곳 유기농지엔 비닐하우스 27개 동이 있습니다. 다음 달 정부가 행정대집행을 하면 4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두물머리 유기농의 역사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정부는 유기농지가 하천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하천변의 영농행위는 절대 허가해 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 인터뷰 : 임광수 / 서울국토관리청 하천국장
- "유기농이라고 해도 유기비료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농업보다는 오염원이 덜할 수는 있지만, 전혀 무공해라는 얘기는 할 수 없는 겁니다."

하지만 농민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지난 1976년부터 농사를 지어왔는데 별문제가 없었고, 농지도 소규모이기 때문에 정부 주장은 맞지 않다는 겁니다.

▶ 인터뷰 : 서규섭 / 두물머리 유기농민
- "사람이 사는 것 자체가 오염이라면 할 말이 없는 거죠. 유기농업은 가급적이면 자연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고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할까 이런 고민 끝에 나온 농법이고 농업인데…."

서로 말이 통하지 않다 보니 농민과 정부 사이엔 날 선 법정공방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농민들이 끝까지 물러서지 않으면 경찰과 용역업체를 동원한다는 방침이어서 두물머리를 둘러싼 갈등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MBN뉴스 이성훈입니다. [sunghoon@mbn.co.kr]

영상취재 : 배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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