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한 지 1년 정도 되면 비슷한 또래 친구들끼기 슬슬 정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누가 더 빨리 정산을 받기 시작했느냐가 성공의 기준이 된다.”
A군은 2년간 총 3장의 미니앨범을 발표하며 방송을 비롯해 전국의 행사무대, 해외 프로모션까지 쉴새 없이 뛰었다. 간간히 회사에 정산에 대해서 문의를 했지만 매번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는 대답이었다.
기획사 마다 천차만별이지만 한 팀을 데뷔 시키는데 일반적으로 적게는 5억에서 평균 1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본다.
정산은 기본적으로 이 총 제작비의 손익분기점(BEP:Break Even Point)를 넘어야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제작비는 보컬 및 안무 트레이닝 비용부터, 녹음, CD 제작, 뮤직비디오 촬영, 온 오프라인 홍보비용 등을 포함한다. 또 방송활동을 시작하면 헤어 및 무대 의상비, 댄서 고용비 등 고정비 지출이 계속된다. 숙소 임대료와 식비도 연습실 사용료 등도 포함된다.
앨범 발매 초반에는 대부분의 기획사들이 방송 출연에 집중한다. 방송출연을 위해 1회 당 2~3백만원 정도의 지출이 생기는데 비해 출연료는 3~40만원 수준이다. 케이블 채널 Mnet, MBC뮤직, 지상파 3사까지 포함해 총 5개의 주간단위 가요프로그램이 있으며 출연할 때마다 고스란히 마이너스가 된다.
이 같은 지출을 정산하면서 위에서 예를 든 10억원을 채워야 비로소 가수들이 수익을 돌려받을 수 있다. 가수는 이 돈을 채울 때 까지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지만 최소한 회사는 망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정상급 아이돌 그룹 B팀은 2011년 3장의 앨범을 냈고 상반기 하반기로 나눠 2회 정산을 받았다. B팀의 멤버 C군은 그해에 첫 앨범이 잘됐더라고 두 번째 앨범이 잘 안되면 정산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매번 앨범 발표 때마다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지 불안해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C군은 이 때문에 제작비를 걱정하기 까지 한다. 앨범 제작 단계에서 회사가 책정한 예산 중 불필요해 보이는 부분은 줄여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어차피 고스란히 내가 활동해서 갚아야 하는 돈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가수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해외 진출 등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프로젝트를 소속사가 추진했을 경우 가수는 그만큼의 금전적 부담까지 떠 안게 된다. 기본적으로 가수와 동의하에 해외 진출을 하는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가수가 소속사를 상대로 대형 프로젝트에 부동의 하기는 어렵다.
이 같은 사정들이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엄밀하게 일반적인 사업체의 노동환경에서는 상식적이지 않다. 회사가 수익이 없다고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고 기획과 매니지먼트의 실패를 가수에게 돌렸다고 볼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특성상 시장을 예측해 성공을 보장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아무리 모든 히트 요건을 가지고 있어도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고 전혀 예상 못한 대박이 나는 경우도 있다.
한 제작사 대표는 과거에는 제작비와 행사비를 별도로 해서 정산하는 경우도 있었다. 제작비는 손익분기점을 넘어야 정산하고 행사비는 분배율에 따라 가수와 회사가 나눠가는 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산 방식을 취한 회사들이 대부분은 업계에서 고사했다. 손익분기점을 채우지 못한채 정산이 되면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 작금의 가요계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국내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가 거의 유일하게 제작비 일체를 회사가 책임지고 있고 JYP 역시 총 제작비 중 일부를 제외하고 앨범 제작비 일체를 회사가 부담한다. 이는 소속 가수가 많고 자금 운용이 비교적 체계적으로 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SM 측은 한 가수의 데뷔 과정에서 필요한 경비나, 앨범 제작에 드는 비용은 다른 가수들이 활동하며 만들어낸 회사 수익에서 충당한다.”고 설명했다. 가수 입장에서는 활동을 하는 순간부터 수익이 생기는 셈이다. 물론 이 수익 정산은 회사와 가수와 수익 분배율 계약에 따라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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