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박지원과 이상득, 검찰을 쳐다보는 두 가지 시각
입력 2012-07-18 11:46  | 수정 2012-07-18 18:27
달아오르는 대선 너머로 사람들의 눈과 귀를 끄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서초동 검찰청사입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구속하더니 이제는 야당의 원내대표까지 소환을 통보할 정도로 검찰의 지금 모습은 위풍당당 그 자체입니다.

검찰은 어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에게 내일 오전 10시까지 출두하라고 통보했습니다.

솔로몬저축은행과 보해 저축은행에서 1억 원 이상 금품을 받은 혐의가 있다는 겁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펄쩍 뛰고 있습니다.

심지어 만일 돈을 받았다면, 목포 역전에서 할복하겠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오늘 박지원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지원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7월18일)
- "저는 거듭 밝히지만, 솔로몬이나 보해 저축은행이나 어디로부터도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 더욱이 피의사실 공표하는 검찰 내용을 보도하는바에 의하면, 특히 보해 저축은행은 이미 말썽나고 있는데 저에게 검찰 수사와 금감원의 문제를 의뢰하면서 금품을 수수했다고 하고 있다. 저뿐만 아니라 어떤 정치인도 말썽난 그곳에서 그러한 로비를 위해서 처리를 위해서 돈을 받을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민주통합당은 검찰의 이번 수사가 정치수사, 표적 수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상득 전 의원을 비롯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과 친인척들이 줄줄이 수사를 받자, 검찰이 물타기를 위해 박지원 원내대표를 수사한다는 겁니다.

아울러 검찰 개혁을 선포한 민주통합당을 길들이려 한다는 겁니다.

오늘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이해찬 / 민주통합당 대표(7월18일)
- "오늘부터 대정부 질의 시작되는데, 제1야당 원내대표를 검찰에서 근거도 없이 출석하라는 소환 통보하는 것을 보면서 아직도 검찰이 뭘 모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시대 많이 바뀌었다. 지금은 옛날 전두환 박정희 권위주의 시대 아니다. 민주화되고 투명한 사회이기 때문에 옛날처럼 검찰이 무소불위하게 검찰권 남용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민주통합 당은 대책특위까지 만들어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 역시 만만치 않은 듯합니다.

검찰은 중수부와 특수부 검사를 총동원해 박지원 원내대표를 수사했고, 혐의 입증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는 말까지 들립니다.

제1야당과 검찰의 사활을 건 싸움이 시작된 걸까요?

여기서 지는 쪽은 치명상을 입게 됩니다.

제1야당이 지면, 나이 일흔에 달한 박지원 원내대표의 정치인생이 끝나는 것은 물론 민주통합당은 대선을 앞두고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이 진다면,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과 함께 엄청난 검찰개혁 요구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은 다음 달 5일 임시국회가 끝날 때까지 몇 차례 소환을 통보하고 나서 박 원내대표가 계속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국회에 다시 체포동의안을 낸다는 얘기입니다.

새누리당의 고민도 여기서 시작됩니다.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마당에 야당 원내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하면,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식 구는 감싸고, 남의 식구는 차버린다는 비판 말입니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정두언 의원에게 했듯이, 박지원 원내대표도 제 발로 검찰에 가 수사를 받으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홍일표 새누리당 원내 대변인의 말입니다.

▶ 인터뷰 : 홍일표 / 새누리당 원내 대변인(7월17일)
-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검찰출석에 응했다. 영장실질심사에도 응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일반 국민이라면 다 이렇게 당해야 하는 소환절차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특권을 포기하지 못하고 그 특권에 안주하겠다는 구태라고 아니할 수 없다. 특권을 포기하라는 것은 국민적 요구다. 민주통합 당은 이런 국민적 요구, 국민적 열망을 거부하지 말기를 바란다."

민주통합당 역시 끝까지 소환을 거부하거나, 다음 달 또다시 임시국회를 열면 '방탄국회'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고심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검찰도 고심이 깊어가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의 말 때문입니다.

최시중 전 위원장은 어제 법정에서 파이시티에서 받은 6억 원은 지난 2007년 대선 경선자금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선 경선자금으로 썼다', '아니다. 개인용도로 썼다', '대선자금이 맞다'로 진술이 다시 번복된 것입니다.

최 전 위원장이 6억 원을 대선자금이라고 밝힌 유는 뭘까요?

대가성 있는 알선수재죄보다는 대가성 없는 정치자금법이 적용되면 형량이 낮고, 또 정치자금법 공소시효가 5년으로 만료가 임박해 무죄로 풀려날 수 있다는 것을 노린 걸까요?

혹 대통령을 위해 돈을 받아 썼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는 것에 대한 서운함도 있었을까요?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해 속속 드러나는 새로운 혐의도 검찰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2007년 대선 직전 이상득 전 의원에게 3억 원을 건넸다는 임석 솔로몬저축은행회장도 이 돈이 대선자금 성격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선이 끝난 2008년에는 이 전 의원이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을 통해 라응찬 당시 신한지주 회장에게서 당선 축하금으로 3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검찰은 어떻게 할까요?

검찰이 지난 대선 자금 수사에 들어가면, 그 칼끝은 이명박 대통령을 향할 수도 있습니다.

과연 검찰이 현직 대통령을 수사할 수 있을까요?

검찰 안팎의 분위기는 다소 회의적입니다.

대선 불법 자금의 사용처를 일부 규명할 수는 있지만, 대선 자금 전반을 수사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검찰이 대선자금 수사에 들어가면 대선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듯합니다.

그렇다고 잇따른 폭로와 진술이 나오는 마당에 대선자금 수사를 하지 않는 것도 그다지 설득력은 없어 보입니다.

검찰의 처지가 곤궁해졌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국민은 진실을 원하다는 겁니다.

없는 것을 있다고 하지 말고, 있는 것을 없다고 하지 말라는 겁니다.

검찰 역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이라면,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늘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게 순리이겠죠.

검찰을 쳐다보는 두 가지 시각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게 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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