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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가수 박진영, 당신을 좋아했던 이유
입력 2012-07-18 09:07 

(본인은 ‘딴따라라는 말을 좋아하는 듯하지만) 만능 엔터테이너 박진영을 좋아한다. 그가 1994년 처음 들려준 ‘날 떠나지마와 ‘너의 뒤에서를 듣고 매혹됐다. 얼마 전, 가수 에일리가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서 ‘날 떠나지마를 불렀을 때 오랜만에 다시 들려온 노랫말에 심장이 터져 버리는 줄 알았다.
그를 향해 쏟아지는 색깔 논쟁에 편을 들지 않았다. 그의 음악이 좋았고, 그의 강한 주장이 매력적이라고 느꼈을 뿐이다. 외모를 지적해도 역시 하나의 개성일 뿐이라고 여겼다.
본인의 영화에, 그것도 첫 주연작에 기대를 안 하고 있는 이는 없을 거다. 그럼에도 박진영은 기대를 안 하고 있다고 하니 솔직하게 말해도 진심 어린 충고라 받아들여주면 좋겠다. 박진영을 향한 엄격한 잣대라고 해도 직설적인 충고를 서슴지 않는 그이니 조금 더 편하다고 해야 할까.
영화 ‘오백만불의 사나이(감독 김익로)는 배우 조성하라는 굵직한 인물을 악당으로 설정해 중심을 잡고, 매력적인 여배우 민효린을 조력자로 내세워 기본 틀을 꾸렸다. 영화 ‘7급 공무원과 드라마 ‘추노를 집필한 천성일 작가가 시나리오를 맡았으니 이야기도 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대기업 부장 최영인(박진영)이 직장상사인 한 상무(조성하)의 로비 자금 500만달러를 운반하면서 상사가 자신을 죽이려는 사실을 알고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화다. ‘날라리 여대생 미리(민효린)가 동승해 이야기는 확장된다. 여기에 톡톡 튀는 역할로 존재감을 오롯이 드러내는 조희봉과 오정세가 조직 폭력배로 출연, 코믹을 무기로 영화의 양념 맛을 제대로 낸다.
이 완벽할 것 같은 영화의 중심에 박진영이라는 신인 배우가 있다. 아무리 노래를 잘 부르고, 곡을 잘 쓴다고 해도 주연배우로서는 필요 없는 능력이다. 연기를 잘 해야 하고, 최영인처럼 보여야만 호평을 받는다. 극 절반 이상을 끌고 가는 그는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능력이 부족하다. 노래로 치면 새로운 가수가 나왔으니 첫 소절을 들어봤는데 청중이 얼굴을 찡그린다? 더 이상 노래를 듣고 싶지 않으면 그 가수는 다른 방향으로 어필해야 한다.
박진영은 매력을 뽐내는 캐릭터가 아니고, 주변 캐릭터들과 동화되지 못하고 혼자 동떨어져 있는 신들도 꽤 된다. 초반부터 느슨한 영화는 중간 중간 웃음 포인트를 넣었다. 꾀죄죄한 박진영을 보고 고속도로 휴게소 아주머니가 핫바를 건네며 이거 먹고, 너희 나라로 가~”라고 하는 등 코믹한 장면을 넣어 분위기 반전을 이끈다.
하지만 대사와 감정 전달이 아쉬운 부분이 많다. 그의 노래처럼 연기도 대박을 터트리길 원했다면 노력이 필요했을 듯 싶다. 몇 년 연기를 공부하고 실전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이 즐비한데 박진영은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연기 공부를 따로 했느냐는 질문에 이번 영화를 위해서는 못하고, 끝나고 했다”고 말했다. 연기를 한다고 하면서 기본도 안 했다니 무슨 자신감일까. KBS 2TV 드라마 ‘드림하이에서 이미 경험해봤다고 믿은 게 잘못은 아닐까.
SBS TV ‘K팝스타의 심사를 하며 공기 반 소리 반”을 그렇게 외쳤던 그는 방송에서 진심이 담겨야 한다”고도 많이 언급했다. 영화는 4분 남짓한 노래보다 더 많은 공기와 소리, 진심이 필요하다.
어떻게 보면 관객을 속이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스크린에서 배우는 더 이상 자신의 본명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진심으로 캐릭터가 돼야 한다. 그가 인터뷰에서 진심이 아닌 부분이 걱정이 된다”고 한 말을 들어서일까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 더 부각돼 안타깝다.
영화 촬영 시스템이 처음이라 낯설었지만 다음에 하면 잘할 수 있겠다”고 주장한 박진영. 다음 번 기회를 얻으려 했다면 조금 더 노력해 등장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쉽기만 하다. 그럼에도 그가 가수와 제작자로 이렇게 성장한 것처럼 연기 분야에서도 다른 모습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욕을 많이 먹을 수 있음에도 영화에 출연한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전체를 본다면 괜찮은 영화니 참고 하시길. 15세 관람가. 107분. 19일 개봉 예정.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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