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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 전지현만 보인다고? 말도 안돼
입력 2012-07-11 10:52 

최동훈 감독의 신작 ‘도둑들에서 배우 전지현이 돋보이는 건 맞다. 줄타기 전문 도둑 예니콜로 등장하는 전지현은 코믹한 대사도 치고, 색드립도 한다.
극중 예니콜은 가슴을 두 손으로 모으며 볼륨감을 강조하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살짝 몸을 흔들며 유연성을 뽐내기도 한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한가인이 내뱉었던 그 욕과 더한 욕도 찰지게 구사하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전지현만 보이는 건 아니다. 톱스타 10인이 참여한 영화가 아니던가. 나머지 9명도 각자 캐릭터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해 한·중 도둑들의 연합 작전을 세우는 마카오 박을 연기한 김윤석의 카리스마는 극 전체를 휘젓는다. 후반부 김윤석이 펼치는 와이어 액션은 젊은 배우들 저리가라다. 아니,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를 능가할 정도다. 혼신의 힘을 다해 고생한 것 같은 와이어 액션이 중간 중간 지루한 감이 있는 영화에 막판 스퍼트를 가할 테니 기대해도 충분하다. 김혜수와 짜릿하면서도 안타까운 러브신이 눈길을 끌기도 한다.

김혜수의 육감적인 몸매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몸매보다 눈길을 끄는 건 그가 맡은 캐릭터. 금고털이범 팹시는 못 여는 것이 없다. 지적이고 우수에 찬 여주인공 같은 느낌이 멜로의 여주인공 같은 느낌도 든다. 때문에 김윤석과의 멜로 신이 이렇게 잘 맞아 떨어질 수 없다. 또 김혜수는 전지현과 함께 수리공 옷도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기름이 튄 옷과 아무렇게 눌러쓴 모자의 여인들이 이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뽀빠이 이정재는 욕망의 화신이다. 다이아몬드를 훔쳐내겠다는 욕망 하나로, 한 편인 멤버들을 속이고 배신한다. 머리가 비상한 것 같지도 않고 신의를 지키지도 못하지만 좀 더 인간적이라고 할까. 천사와 악마의 모습을 둘 다 가지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지난 뽀아이는 매력이 철철 넘친다.
김해숙과 오달수도 빼놓을 수 없다. 김해숙은 연기로 상대를 현혹시키는 도둑 씹던껌을 맡았다. 비록 왕년에 잘 나갔던 시절보다 연기력이 죽었다는 씹던껌이지만 술 한 잔 들어가면 다들 깜빡 속아 넘어간다. 극 초반 전지현과 협공으로 돈 많은 미술관장(신하균)을 멋지게 속이는 모습에서부터 시선을 낚아챈다. 또 중국배우 임달화와 부부 호흡을 맞춘 그는 최근 제작보고회에서 그를 향해 정말 멋진 배우라고 표현했는데 그 행복감이 제대로 전해진다고 해야할까. 10년 동안 남자와 관계가 없던 씹던 껌의 결말은 행복한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소심한 총잡이 앤드류를 맡은 오달수는 깝죽거리는 대사와 행동이 웃음을 유발한다. 한국배우지만 유일한 중국 도둑 팀으로 나오는 그는 나올 때마다 관객을 웃기게 만드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상반기 대세 배우였던 김수현이 연기한 막내 도둑 잠파노는 복병이다. 아직도 ‘훤앓이 중인 팬들에게 잘 조합된 근육들이 돋보이는 몸을 드러내는 팬서비스를 한다. 전지현을 향해 기습 키스를 하는 모습도 꽤 멋지다. 뽀빠이의 조수로 와이어 조종을 담당한 그는 중국말도 잘하고, 흠모하던 예니콜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지는 인물이다. 김수현이 등장하는 신마다 소리 지르는 팬들이 있을 듯하다.
특히 제작사가 12일 VIP 시사회부터 김수현의 분량을 늘리겠다고 하니 김수현의 팬들은 흡족할 만하다. 물론, 최동훈 감독의 연출 실력이라면 뜬금없이 김수현의 분량을 늘리진 않을 테니 영화팬들에게도 더 괜찮은 작품을 만날 기회를 얻을 것이다.
이외에도 1980년대 홍콩영화계를 전성기로 이끈 임달화와 영화 ‘디아이의 주인공 이신제, 배우 증지위의 아들 증국상이 힘을 실어 볼거리를 더했다. 영화는 25일 개봉 예정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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