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검찰 앞에 선 'MB 사람들'의 기구한 운명
입력 2012-07-06 11:52  | 수정 2012-07-06 17:17
12월 대선이 끝나고 나고,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가 가동되면 사실상 이명박 정부도 문을 닫게 됩니다.

그러고 보면 이명박 정부의 임기도 6개월이 채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무엇인가 종착점에 다다르면 과거를 회상하는 게 인지상정인가요?

문득 5년 전 이명박 정부를 만들고자 동분서주했던 사람들은 어디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아쉽게도 이명박의 사람들로 불린 그들은 지금 교도소에 있거나 감옥행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기구한 운명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은 지난 3일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검찰 청사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초췌한 그의 표정에서 한때 정권 최고 실세로 불렸던 '영일대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 인터뷰 : 이상득 / 전 의원(7월3일)
- "(취재진) 조사를 받게 된 심정이 어떠냐?"
"가슴이 정말 아프다. 성실히 답변하겠다."
"(취재진) 대통령에게 할 말이 있느냐?"
"가슴이 아프다고 하지 않았느냐?"

이상득 전 의원의 모습을 보면 3개월 전 또 한 명의 핵심 실세였던 '방통대군'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신적 멘토이자, 이상득 전 의원과는 같은 고향에 같은 대학 동기로 평생을 함께 살아온 인물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처음 기획했던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가 지금은 교도소에서 과거를 떠올리며 참회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 같은 날이 올 줄 미처 상상이나 했을까요?

지난 4월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최시중 / 전 방송통신위원장(4월26일)
- "청와대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죄송하고 사죄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대통령께서 해야 할 일이 많은 데 짐이 또 하나 얹혔다고 생각하면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상득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임기 내내 '왕 차관'으로 불리며 각종 공기업과 금융권 인사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이도 있습니다.

바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입니다.

집권 초부터 모든 인사는 '이상득·박영준'으로 통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박 전 차관은 막강한 힘을 자랑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박 전 차관은 급기야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습니다.

바로 민간인 불법 사찰입니다.

자신은 전혀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특검은 박 전 차관을 민간인 불법 사찰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까지 했습니다.

파이시티 금품 수수 혐의로 구속된 그에게 이제 더는 명예는 없는 듯합니다.

지난 5월2일 검찰 조사 전과 조사 이후 그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영준 / 전 지식경제부차관(5월2일)
- "언론이 이국철 사건 때도 보면 너무 많이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서…. 모든 사실 관계는 검찰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 인터뷰 : 박영준 / 전 지식경제부 차관(5월3일)
- "(돈 받은 부분은 사실입니까? 시인하셨습니까?) 아니요. 들어갈 때와 입장이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박 전 차관은 돈을 받았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대가성은 없었다'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순수히 혐의를 인정하고 선처를 바란 이명박의 남자도 있습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입니다.

박 전 의장은 2008년 옛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의원들에게 돈을 뿌린 혐의로 지금 교도소에 있습니다.

그러나 박 전 의장도 처음 의혹이 제기됐을 때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발뺌하기에 바빴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직 권력에 있었고,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자신을 검찰도 어찌하지 못할 거로 생각했던 걸까요?

그러나 이런저런 증거가 나오고 그의 주변 인사들이 실토하면서 그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습니다.

지금은 모든 혐의를 시인하고 법원에 선처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박희태 전 의장을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희태 / 국회의장(1월18일)
- "사죄하는 마음으로 우선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 (소정의 책임을 지도록 하겠습니다."

이명박 정부 탄생의 일등 공신이었지만, 그 빛은 보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억울하다는 이도 있습니다.

정두언 의원입니다.

서울시 정무 부시장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오랫동안 모셨지만, 인수위 초기부터 박영준 전 차관과 이상득 전 의원에게 밀리면서 반 이명박의 사람으로 돌아섰습니다.

개국공신이었지만, 이 정부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는 그도 개국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습니다.

2007년 이상득 전 의원에게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을 소개해줬고, 일부 돈을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 앞에 섰습니다.

어렵사리 3선에 성공한 정 의원이 무죄를 입증하고 다시 국회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 인터뷰 : 정두언 / 새누리당 의원(7월6일)
- "제가 정권을 찾는데 앞장섰습니다. 근데 이 정부 내내 저는 불행했습니다. 그분들(이상득·최시중 지칭한 듯)은 다 누렸죠. 저는 불행했고, 마지막 액땜이라고 생각합니다."

6인회 멤버였던 김덕룡 전 의원도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을 이상득 전 의원에게 소개해주면서 일부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 주변에 남아 있는 개국공신은 이재오 의원이 유일한 듯합니다.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키고, 그 공로로 막강한 권력을 누렸던 사람들의 말로가 이처럼 허무한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요?

어제 강남의 한 호텔 일식당에는 박근혜 의원과 경선캠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였다고 합니다.

박근혜 정부의 개국을 꿈꾸는 사람들입니다.

어떻게 대선에서 승리할 것인지, 야당의 대선 전략에 대한 대응 전략을 놓고 이런 저런 얘기들이 오갔다고 합니다.

오전 11시에 시작된 오찬이 오후 1시20분에 끝날 정도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간간이 웃음소리도 들렸다고 합니다.

혹 이들의 바람대로 박근혜 정부가 탄생한다면 이들은 개국공신이 될 것입니다.

이들에게 지금 이명박 정부의 개국 공신들이 맞는 기구한 운명은 어떻게 비칠까요?

5년 전 그들 역시 웃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물론 아직 박근혜 캠프는 경선을 통과해야 하고 힘겨운 본선도 치러야 하는 만큼 지금 그런 걱정을 하는 것은 지나치게 앞서가는 기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