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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후 첫 영화 출연 JYP 박진영
입력 2012-07-04 17:07  | 수정 2012-07-04 19:07

박진영(40)에겐 손목시계가 없다. 집도 전세고 차는 렌터카다. JYP엔터테인먼트 직원들은 그를 '박진영 씨'라고 부른다.
그는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했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박제될 것 같다고, 그게 싫다고 했다. 사람들이 "와! 박진영이다"라고 우러러보기보다 "박진영 못생겼다"고 놀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류 열풍이 세계를 휩쓸고 있는 요즘, 그는 회사 경영의 선봉에 서기는커녕 뒤로 물러설 준비를 하고 있다. 회사를 운영하는 대신 '창작'에 전념하고 싶다는 것이다. 3일 서울 삼청동에서 매일경제신문과 만난 박진영은 "미국 JYP지사 경영서 손을 떼고 싶다"고 말했다.
"JYP에서 준비 중인 글로벌 프로젝트가 두 개 있는데 이번 주말에 첫 번째 프로젝트가 공개됩니다. 원더걸스 싱글인데 미국에서 발매되죠. 곡과 뮤직비디오 모두 어마어마하다고 자신합니다. 아직도 예전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을 '실패'라고 말하는데 그것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는 게 화가 나요. 그때 그 경험에서 얻은 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거든요. 그리고 또 다른 프로젝트는 JYP에서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이에요. 이 프로젝트들이 성공하면 연내 경영에서 손을 뗄 겁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에 지사가 있다. 박진영은 이 중 JYP엔터테인먼트 미국지사만 사장을 맡고 있는데 이마저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이메일 확인하고 회의 하고 보고서 읽는 거 너무 재미없어요. 경영에서 손 떼면 이메일 계정도 없애버릴 겁니다. 제가 어차피 회사에서 맡고 있는 부분도 창의력 면이에요.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게 회사에도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창작에 집중하고 싶은 딴따라. 박진영은 어렸을 때부터 뭔가에 꽂히면 파고드는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자신이 이것을 더하고 싶은지 안 하고 싶은지 알 수 있을 정도까지 하면 거기서 멈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그가 멈출 수 없었던 것이 바로 음악과 영화였다. 음악을 만들고 듣고, 또 영화를 보는 것에 대한 재미는 끝이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음악계에서 그의 경력은 과소평가된 부분도 있다. 그는 데뷔 이래 18년째 곡을 쓰고 있으며 그의 음악은 대중음악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의 순위와 멜론의 순위만 따져봤을 때 박진영이 지금까지 쓴 곡 중에서 1위를 한 곡은 총 46개. 1년에 적어도 2곡 이상이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저는 항상 제 곡이 1위가 됐을 때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요. "
그가 꾸준히 대중문화의 흐름 한가운데 서 있었던 비결은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도 한몫했다. 그는 "MBN 시사 프로그램을 즐겨본다"며 "원래 꿈이 시사 토크쇼 진행자여서 정치학을 공부했다"고도 말했다. "우리나라에도 CNN 같은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가 이렇게 꾸준히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엄격한 자제력에서도 비롯됐다. 지난해 말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긴' 후부터는 새벽 3시 반 이후로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룰도 정했다고 한다.
"룰을 정한 이후 올해 1월 15일 회식 때 또 필름이 끊긴 적이 있어요. 그래서 스스로 벌을 내려 금주 100일을 했죠."
사실 그는 자신 스스로의 목표는 미국의 톱가수 윌 스미스에게 곡을 줬을 때 이미 다 이뤘다고 했다. 그 뒤에 벌어진 일은 자신의 재능이 아니라 자신의 위에 있는 누군가의 힘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에서 벗어날 만큼의 성과를 이뤘다는 그는 최근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데뷔 18년 만에 처음으로 영화배우로 나선 것. 그것도 제작비 25억원 규모의 중급 예산 영화의 주연이다
"'추노'와 '7급 공무원'을 만든 천성일 작가가 제 콘서트를 보고 연기하는 느낌을 받았대요. 무대에 올라 있는 동안 진심을 다해서 공연을 하는 저로서는 최고의 칭찬이죠. 천 작가가 저를 주인공으로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썼고 그래서 나온 게 이번 작품입니다."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오백만불의 사나이'는 평범한 직장인이 보스의 명령으로 500만달러가 든 돈 가방을 배달하러 나서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코미디다. 주인공 박진영을 필두로 조성하 민효린 조희봉 오정세 등 충무로의 연기파 배우들이 힘을 보탰다.
사실 박진영의 연기 경력이라고는 드라마 '드림하이'에서 교사 '양진만' 역으로 등장해 선보인 코믹 연기가 전부다. 첫 영화 출연을 적지 않은 규모의 영화 주연으로 시작한다는 데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10년 전 공옥진 여사의 공연을 보고 연기에 대한 갈망을 키웠어요. 공옥진 여사는 한국의 최고 엔터테이너라고 생각해요. 노래와 연기의 구분이 없이 두 시간을 갖고 놀더라고요. 가수도 무대에 섰을 때 가사의 주인공이 되어 연기를 해야 관객을 설득할 수 있어요. 연기와 노래가 근본적으로 다르진 않다는 거죠."
그는 자신의 영화에 대해 어떻게 평하느냐고 묻자 "정말 웃긴 코미디"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그는 이국적인 외모덕에 외국인으로 오해를 받지만 "외모로 놀림받는 게 너무 좋다"고 설명했다.
"저는 바닥에 차이는 돌이 되고 싶어요. 돌이라고 나쁜 게 아니거든요. 바닥에 차이는 돌도 충분히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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