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가슴 아픈' 이상득, '피멍 든' 국민
입력 2012-07-03 12:11  | 수정 2012-07-03 17:16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오늘 검찰에 출석했습니다.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5억 원 이 상을 받은 혐의입니다.

임 회장과 이상득 전 의원은 강남 소망교회 교인으로 이명박 출범 전인 2007년부터 친하게 지냈다고 합니다.

임 회장이 곧 대통령이 될 사람의 형님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든 아니든, 형님은 그때부터 처신을 신중히 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한 모양입니다.

그 과오가 오늘의 참담함을 가져온 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검찰에 출두하면서 이상득 전 의원이 던진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상득 / 전 의원
- "(취재진) 조사를 받게 된 심정이 어떠냐?"
"가슴이 정말 아프다. 성실히 답변하겠다"
"(취재진) 대통령에게 할 말이 있느냐?"
"가슴이 아프다고 하지 않았느냐?"

'가슴이 정말 아프다'고 말한 이상득 전 의원.


그런데 가슴이 아픈 사람은 또 있을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자신의 임기 도중 친형이 검찰 청사에 서는 모습을 봐야만 하는 현직 대통령.

전직 대통령들의 과오를 밟지 않겠다고,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했던 말들이 공허하게 메아리치는 순간이었을법합니다.

이 대통령은 어제 19대 국회 개원 연설을 했습니다.

미국은 대통령이 의회에 들어서면 여야 가릴 것 없이 의원들이 모두 서서 박수를 보내고, 연설 중간 중간에도 기립 박수를 칩니다.

그런데 어제 우리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20분간 연설 도중 단 한 차례의 박수도 나오지 않았고, 연설을 듣는 의원들의 반응은 냉랭했습니다.

▶ 인터뷰 : 이명박 대통령
- "정부와 국회는 엄중한 상황에서 국민을 안심시키고 당면 문제를 해결하면서 미래를 향해 나라를 발전시켜가야 할 책무를 안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18대 국회 개원에서 28번의 박수를 받았던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4년 만에 왜 이렇게 달라진 걸까요?

힘이 빠질 대로 빠진 임기 말인데도, 야권은 조금의 동정심도 허락지 않는 것 같습니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용진 / 민주통합당 대변인
- "검찰은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한 개인비리와 알선수재로 하려 한다. 최시중 대선자금 관련 발언에도 개인비리 알선수재로 수사 제한했던 검찰은 이번에도 사건 본류에 접근하지 않고 주변만 뱅뱅 도는 의도된 수사를 하려 하고 있습니다."

민주통합당은 이미 구속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영준 전 차관, 그리고 오늘 조사를 받은 이상득 전 의원을 통해 2007년 대선 자금의 실체를 밝히라고 검찰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그 수사의 끝은 역시 이명박 대통령이겠죠?

민주통합당은 또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한 국정조사와 내곡동 사저 의혹에 대한 특검으로 이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그렇다 쳐도, 여당인 새누리당도 대통령에 대한 체면 세워주기나 배려는 조금도 없는 듯합니다.

인천공항 지분 매각과 차세대 전투기 사업 기종 선정 등 이명박 정부가 임기 말에 처리를 서두르는 주요 사업에 대해 새누리당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황우여 대표의 말을 들어보시죠.

▶ 인터뷰 : 황우여 / 새누리당 대표
- "정부가 인천공항 민영화 매각 추진할 때는 국회 논의를 충분히 거쳐서 신중히 해야 합니다. 이 부분도 정부가 법률 집행만으로 강행해서는 안 되도록 주의해야 하며, 원내대표도 관심을 갖고 당에서 신중히 추진해달라."

이한구 원내대표 역시 이런 사업들은 국민의 의구심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강행하지 말고 국회가 열렸으니 충분히 논의해보고 난 다음에 현 정부에서 추진할지, 다음 정부에서 추진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차기 정부로 넘기자는 얘기입니다.

이상돈 전 비대위원은 한 발 더 나갔습니다.

'이 정권은 새로운 일을 벌이지 말고 하던 일이나 잘하면서 조용히 정권을 넘겨줄 준비를 하는 게 합당하다'는 겁니다.

괜히 이런저런 일을 벌여 대선에서 표 떨어지게 하지 말고, 조용히 지내라는 뜻일까요?

혹시 새누리당은 연말 대선의 걸림돌이 이명박 정부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한때 이명박 대통령에게 28차례 박수를 쳤던 모습은 지금 새누리당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힘이 빠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심지어 조용히 있으라고 감히 말하는 것이 정치권의 세태라 한들,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요?

이명박 정부 역시 그렇게 정권을 잡았기에 또 그렇게 정권을 내줘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슴이 아프다는 이상득 전 의원.

더 이상 박수 받지 못하는 이명박 대통령.

이들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더 아프고, 더 착잡하지는 않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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