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소녀시대'보다 빨리 한류를 일으킨 사람은?
입력 2012-06-28 10:58  | 수정 2012-06-28 10:59

소녀시대, 카라 등 현재 수많은 한류 스타들이 일본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 보다 훨씬 전부터 일본에 한식을 보급해 한류의 기초를 닦은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에서 한식 사업을 통해 연 2,5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주)모란봉의 전평렬 대표입니다.

최근 그가 일본에서 운영하는 한식당이 한식 분야에서는 최초로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두 개를 받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를 만나기 위해 일본 도쿄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

Q: 2대 째 한식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하시던데요?
A: 저는 재일교포 3세예요. 할아버지께서 일본에 건너와 자리를 잡으셨고, 아버지와 큰 아버지께서 지금 한식 사업의 기반을 만드셨어요. 사실 1960년, 제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일본인들이 갖는 한국인의 인식이 그리 좋지 않을 때였어요. 저희 아버지께서는 한식을 통해서 그러한 심리적인 벽을 허물고자 했습니다. 음식을 통해 우리 문화를 알리자.” 저희 아버지께서 항상 하시던 말씀이었죠.

Q: 지금 하시는 한식 사업의 범위는 무엇인가요?
말씀 드렸듯이 일본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자 하는 생각에서 저희의 한식 사업은 시작되었어요. 처음에는 불고기 양념장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부터 시작해 김치, 명란젓 등 소스와 가공식품들로 조금씩 사업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자리가 좀 잡히기 시작하자 조리사 전문학교도 설립했어요. 당시만 하더라도 일본에 한식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었죠. 저희가 일본에서 최초로 한식을 배울 수 있는 교육 기관을 설립해서 많은 조리사들을 배출해내기도 했습니다.


Q: 대표님께서는 가업을 이으신 거네요?
A: 네. 그렇죠. 저는 1981년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회사에 들어갔어요. 남들 생각처럼 소위 ‘멋있는 일부터 시작한 건 아니었죠. 아버지께서는 항상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하셨고 저 역시 마트 생선 코너에서 보조로 사회 생활의 첫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그 때는 사시미 칼 한번 잡아보는 게 소원이었어요. 매일같이 가서 청소하고, 심부름하고 그런 생활이 6개월 동안 이어졌죠.

그 다음에 했던 일은 마트 영업 사원이었습니다. 저희 소스와 가공식품들을 마트에 납품하기 위해서 담당자를 찾아가거나 고객들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일을 맡았죠. 마트는 휴일이 더 바쁘잖아요. 그래서 쉬는 날도 매일 같이 출근했었고, 매일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니 밤이면 발이 퉁퉁 부어 걷기도 힘들었죠. 그런 생활을 자그만치 5년 동안 이어 나갔습니다.

Q: 현장을 거치면서 직접 바꾸신 것들, 그런 성과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제 입으로 직접 말하긴 그렇지만 항상 제가 지나온 자리에 좋은 흔적을 남기기 위해 노력했어요. 상품개발부장으로 일할 때 가정에서 두고 쓸 수 있는 용량의 제품을 제안했어요. 그 당시 팩에 담긴 일회용이나 대용량의 점포용 밖에 없을 때였죠. 반대가 심해서 상품을 내놓기까지 1년이 걸렸어요. 이 240g짜리 소스가 히트를 쳐서 당시 회사 매출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반응이 좋았습니다.

또 한 가지 생각나는 게 있다면 광우병 파동 시기를 잘 넘긴 거예요. 당시 저희 회사의 주력 상품은 불고기 양념장이었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광우병 때문에 소고기를 먹지 않으니 매출이 떨어지는 건 당연했죠. 그래서 저희는 즉시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이용한 소스 개발에 돌입했어요. 또한 김치찌개 스프도 만들었는데 2002년 한일 월드컵과 시기가 잘 맞아 널리 사랑을 받았죠. 요즘에도 김치찌개는 일본인들이 즐겨 찾는 메뉴 중 하나입니다.

Q: 운영하시는 한식당이 최근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두 개를 받으셨다 던데요?
A: 앞서 말씀드렸지만 저희 회사는 일본에 한국 음식을 알리기 위해서 세워졌어요. 2009년에는 일본에 더 다양한 한국음식을 소개해주기 위해서 프레젠테이션 식당을 만들었어요. 한국의 궁중요리나 향토 음식을 알리자는 취지였어요. 한식의 유래부터 먹는 방법 등을 식사 전 원하는 분들에게 프레젠테이션 해주는 것이 저희 식당의 특징입니다.

일본 대중을 상대하는 식당은 아니고 관련 업계의 VIP 중심이에요. 앞으로 점차 대중들에게 확장해나가는 것이 제가 해야 할 몫이겠죠. 초창기에 VIP에 집중한 이유는 이 고객들이야 말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서 시장을 끌고 나가는 힘을 만들기 때문이예요.. 3년 정도 열심히 하다보니까 예상치 못하게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2개를 주더군요. 항상 최선을 다하면 결과는 따라오는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A: 저희 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 저에게 유언으로 남긴 말이 있어요. 21세기는 한식 사업이 꽃을 피울 것이다. 신념과 확신을 가지고 꾸준히 밀고 나가거라.” 한 순간도 이 말을 잊어본 적이 없어요. 현재 저희가 대중 한식당과 프레젠테이션 한식당, 그리고 한식을 바탕으로한 각종 소스와 가공제품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단기적인 목표는 5년 내에 저희 모란봉을 내셔널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에요. 모란봉하면 ‘한식소스회사로 사람들에게 인식 시키는 일이죠.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일본의 가정의 일상 식단에 한식 메뉴가 다양하게 들어가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도 일본인들에게 알릴만한 한식 메뉴가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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