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시청자 혹은 관객들에게 즐거움과 재미를 주면 큰 선물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다채로운 모습을, 또 때로는 의외의 모습으로 감동을 주면 더할 나위 없다.
안방극장에서 톱클래스로 불리는 고현정도 마찬가지다. 감독 교체 등으로 말 많고 탈 많았던 영화 ‘미쓰GO. 약 8개월 동안 참여한 고현정은 이 작품을 통해 첫 상업영화 원톱 주인공으로 나선다. 공황장애 환자가 범죄 조직에 연루돼 병을 이겨내는 극복기 내지는 성장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아마 영화와 미디어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이 정도는 다 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오로지 영화에만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있지만, 출연 배우들의 참여 이유나 뒷이야기 등을 듣고 싶은 팬들도 많다. 홍보 인터뷰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고현정은 홍보의 기회를 잃었다. 몇몇 언론이 그를 인터뷰했지만 많은 언론은 그를 외면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광고촬영 등 고현정의 바쁜 스케줄 탓이다. 하루 6시간씩 이틀 동안 40개가 넘는 매체가 한 시간에 5~6개 팀씩 부대끼며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라운드 인터뷰라고 하는데, 당연히 이같은 방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다. 일정이 촉박한 내한 할리우드 스타들이나 급박하게 돌아가는 다른 작품을 찍는 배우들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진행한다.
모든 언론을 상대하기 벅찰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고현정보다 연기 잘하고 연륜 높은 한 선배 배우는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인터뷰를 했다. 최근 한 코미디 영화에 주연으로 나온 배우는 하루 10개 인터뷰를 4일간 소화했다. 늦게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빡빡한 인터뷰 일정에도 쉴 수 있는 아침 1시간을 내줬다.
한정된 시간에 오고가는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는 라운드 인터뷰. 당연히 제목은 다르지만 대동소이한 인터뷰 기사가 보도된다. 똑같은 질문에, 똑같은 답변을 기사화 하는 것이니 당연하다.
질문이 다르면(준비된 답변이면 다르겠지만) 다양한 대답이 나오는 건 상식이다. 더 나아가면 연기자 고현정이 아닌, 인간 고현정의 이야기가 가미되고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오고갈 수도 있다. 기자는 그런 기회를 포기했고, 독자들도 놓쳤다.
영화는 감독과 배우의 작품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힘들게 고생한 제작진과 스태프도 있다. 자신이 참여한 영화가 평가가 좋고,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져서 흥행도 되면 좋을 것 아닌가. 제작진과 스태프가 인터뷰한다고 관객들이 관심을 갖진 않는다.
원톱 주연은 그만한 희생을 감내해야 하고, 그렇게 고생한 영화였다면 조금 더 시간을 내 홍보에 적극적이면 좋았을 텐데 고현정은 그러지 않았다. 가장 아쉬운 건 제작진도, 스태프도, 기자도 아닌 고현정 자신이 돼야 할 것이다. 기자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더 많은 팬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기 때문이다.
고현정은 앞서 드라마 ‘봄날로 다시 연예계에 복귀하며 첫 기자간담회에서 너무 매몰차게 떠난 점이 없지 않았었는데 무안 안 주고 반겨줘 감사하다. 보답이라고 말하면 좀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연기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당시 언론 보도 내용에는 소식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으면 알려드리면서 살고 싶다”는 말로 심경을 표현했다.
과연 그는 많은 소식을 알려주고 있는 걸까. 고현정이 토크쇼에 나와 많은 이야기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토크쇼 MC는 게스트의 이야기를 끌어주는 역할이다. 그의 이야기가 많이 나올 순 없다.
말실수를 할까 긴장하며 기자들을 꺼려한다는 배우들도 많다. 하지만 고현정은 할 말 다 하는 배우다. 연말 시상식에서 작심하고 5000만 국민과 PD, 작가에게 훈계조 수상 소감을 전하지 않았던가.
공교롭게도 출근 전 버스 광고에서 고현정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가 코믹 액션 영화 ‘미쓰GO에 출연했어요 (중략) 기사님, 이 버스 꼭 극장 앞에 세워주세요.”
그래, 기자를 만나지 않아도 좋다. 무대 인사나 팬미팅을 많이 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면 팬들이 좋아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가 스케줄을 어떻게 뺄지 의문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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