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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거침없이 질주하는 20대들에게 ‘아부의 왕’
입력 2012-06-21 08:37 

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알랑거리는 ‘짓. ‘짓이라고 굳이 표현한 건 아부의 부정적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다.
학창 시절, ‘아부를 잘 한다는 표현을 그리 많이 쓰진 않았던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거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고 나서는 좀 달라진다. 상사에게 잘 보이려고 하고, 눈에 띄어 좀 더 좋은 평가를 받으려고 한다. 사회 초년병 땐 안 그러다가 시간이 점차 흐르면 어느새 안 좋게 보던 선배의 모습이 자신과 겹쳐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영화 ‘아부의 왕(감독 정승구)에서 수석으로 보험회사 기획팀에 입사한 동식(송새벽)은 자신밖에 모르는 것 같다. 고지식하고 눈치가 없다. 집에 급한 일이 있다고 회식을 빠지는 건 기본이고, 팀 산행에서 상사가 정상에 가장 먼저 오르는 사람에게 10만원”이라는 내기를 걸었는데 당당히 1등을 한다. 그것도 등산복 차림이 아닌 양복 차림인데, 죽기 살기로 올랐다.
교감 선생인 아버지의 가르침 덕분에 꼿꼿하게 산 동식은 남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결국 동식은 영업부서로 좌천(동식은 영업직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다)돼 회사를 떠나려 한다. 아버지가 교장으로 승진한 기쁨도 잠시 뿐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교장 자리 청탁을 위해 어머니가 사채를 쓴 사실을 알고 이를 갚으려 영업을 시작한다.

남 비위 맞춘 적이 없었던 동식. ‘보험왕인 부장의 비법을 따라해 보지만 쉽지 않다. 우연히 아부계의 전설 ‘혀고수(성동일)의 존재를 알고 그를 찾아가 제자가 된다. 아부계의 새싹으로 자리를 잡아나가며 ‘보험왕도 된 동식은 빚을 갚기 위해 큰 계약을 따내려 한다. 하지만 세상만사 호락호락한 일은 없다. 예전 연인(한채아)이 관계돼 있는 일이고, 또 웬만한 아부로는 턱도 없다. 과연 동식은 어떻게 위기를 헤쳐 나갈까.
‘아부의 왕은 한 권의 자기계발도서 같다. 어떻게 해야 상대의 마음에 들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자신을 호의적으로, 또 호감 있게 바라보고 마음을 열수 있는 방법이 나와 있다. 상대 앞에서 침묵해 관심을 유도한다. 3초간 시선을 상대에 고정하고 시선을 거둔 뒤, 가벼운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도 혀고수가 말하는 아부의 기본 법칙(혀고수의 표현으로는 ‘감성 영업의 정석)이다.
아부를 부정적으로 생각해서 그렇지 우리는 모두 일종의 아부를 하고 살아왔다. 부모님, 선생님, 친구, 연인 등의 기분을 맞추려고 노력한 적이 있지 않았는가. 흔히 애교와 배려라는 이름으로 달리 쓰이는 행동과 말이 그렇다. 주인공 송새벽은 인터뷰에서 아부는 자신을 낮추며 상대를 높이는 것”이라며 좋은 아부, 수위를 맞춘 아부는 나쁘지 않다. 우리 영화가 생각의 전환이 되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사채업자 역에 고창석과 동식이 계약을 따내야 하는 이회장 역에 이병준, 또 다른 아부계의 고수 김성령이 조화롭게 영화에 힘을 싣는다. 카메오로 출연한 차승원과 장항준 감독의 모습도 웃음을 준다.
코미디 영화긴 하지만 웃음만 주진 않는다. 조금 더 깊게 생각하면 메시지를 찾을 수 있다. 특히 20대들이여, 동식이 어떻게 변했고 얼마나 달라졌는지 한 번 살펴보고 싶지 않은가. 동식의 뜬금없는 멜로라인이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그 멜로에서도 당신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21일 개봉. 118분. 15세 관람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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