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름만 믿다가…개미 두 번 운다

【 앵커멘트 】
전 현대자동차 CEO와 유명 벤처기업인이 운영하는 회사라면 한번 투자해 볼 마음이 생길 법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름만 믿고 투자에 나선 많은 투자자들이 쪽박을 찰 위기에 처했습니다. 어떻게 된 내용인지, 최인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자영업을 하는 김 모 씨는 현대차에 근무하는 지인으로부터 주식 정보를 들었습니다.

차량용 반도체 설계 업체에 김동진 전 현대차 부회장이 대표로 오면서 현대차와 독점 계약을 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정보에 솔깃한 김 씨는 이 업체 주식 2억 원어치를 샀습니다.

하지만, 주식은 얼마 되지 않아 돌연 거래정지됐고, 현재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있습니다.

▶ 인터뷰 : 주식투자 피해자
- "잠도 못 자고 한동안 술 없이는 잠을 못 잤습니다. (현재는) 생활비도 빚내서 쓰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만 7천 명에 피해액만 8백억 원에 달합니다.

주식 거래가 정지된 이유는 더욱 황당합니다.

업체 대표가 개인 빚을 못 갚아 90억 원어치 어음을 불법 발행해 배임 혐의로 고소된 것입니다.

이 대표는 다름 아닌 벤처 1세대 신화이자 벤처기업협회장까지 맡았던 서승모 씨입니다.

▶ 인터뷰 : 회사 관계자
- "처음에는 안 믿었습니다. 창업자이자 대표이신데…. (어음을) 보여주는 순간 뒤집혔습니다."

하지만 서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나 기각되면서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 스탠딩 : 최인제 / 기자
- "2009년 이후 상장사에 대한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상장 폐지된 업체는 크게 늘었는데요. 정보력이 약한 소액투자자에게는 날벼락과 같은 상황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듯한 이름에 혹해 덜컥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재무제표와 공시를 꼼꼼히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MBN뉴스 최인제입니다. [ copus@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