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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들을 거치면 기본이 100만!…‘황금 영화’ 된다
입력 2012-06-13 08:25 

영화 ‘완득이(531만),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프로토콜(755만), ‘내 아내의 모든 것(342만), ‘코리아(186만), ‘러브픽션(171만)…. 곧 개봉하는 ‘미쓰GO, ‘도둑들…. 개봉 전까지 누구도 쉽게 흥행을 점치지 못한 대박 영화 ‘완득이를 필두로 영화 홍보사 퍼스트룩이 맡아 올해 관객에 소개했거나 소개할 작품들이다.
‘미션 임파서블이나 ‘완득이 정도를 제외한 다른 영화들이 뭐 대단한 것이냐고? 한 주에도 수편씩 걸리는 영화계. 그것도 웬만한 영화 아니면 극장 관람을 상상할 수 없는 까다로운 한국 관객 아닌가. 흥행 참패에 고개 떨구는 이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영화계에서 싱글벙글하는, 그렇지만 자만하진 않는 퍼스트룩의 이윤정(35) 대표와 강효미(34) 실장을 최근 한남동 영화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시나리오를 보고 마음이 끌리는 영화들이었죠. 유명한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가 아니더라도 시나리오를 보고 끌렸던 지점을 관객들에게 소구해요. 그게 공감을 얻는 것 같아요.”(강효미) 저나 강 실장의 취향이라기보다는 전체적인 거죠. 개인의 취향에 따라 영화 마케팅을 하는 건 지양하는 편이에요.”(이윤정)
제작사가 영화를 세팅하면 배우와 감독이 옷을 입혀 영화를 만든다. 영화 홍보사는 그 작품을 완성시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객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점을 어필해야 하는지 마지막 점검을 하는 역할이다. 마케팅 파트는 하는 일이 많아요. 카피와 포스터도 챙겨야 하고, 네티즌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할지도 점검해야 하죠. 처음 정해놓은 것들이 바뀔 수도 있고요. 개봉일이 바뀌는 경우도 많아요.”(이윤정)
1년에 개봉하는 영화는 최소 150편. 영화 홍보사는 약 20곳이 활약하고 있다. 퍼스트룩은 올 상반기에만 영화 9편을 맡았다. 당연히 잘 된 영화만 있는 건 아니다. ‘코리아가 대표적이다. BP(손익분기점)를 넘기지 못했다. 아직 끝이 아니라는 생각에 열심히 노력 중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영화가 내릴 때까지 홍보를 한다”는 강 실장의 말이 인상적이다.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2001년 명필름에서, 한국외대 영어학과를 나온 강 실장은 2002년 조그만 영화사에서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2004년 MK픽처스에서 만났고, 이 대표가 2005년 공동으로 마켓 인피니티를 세우며 본격적으로 함께 일을 했다. 퍼스트룩이라는 이름은 2007년부터 사용했다.

월 100만원, 60만원을 받았던 사회 초년병들은 10여년이 지난 지금 몇 배가 넘는 월급을 받고 있다. 회사도 5년 새 부쩍 커졌다. 3명에서 시작해서 현재 9명이 일하고 있고, 예전에는 1년에 4~5편을 홍보했는데 편수도 3배 늘었다.
‘역대연봉자냐고 물으니 이 대표는 손사래 쳤다. 홍보 마케팅에서 억대 연봉자는 손에 꼽을 수 있다”며 고액 연봉보다는 어떤 가치에 중심을 두는 사람들”이라고 웃어넘긴다. 초반에는 당연히 어렵지만, 두각을 나타내면 경제적 수입의 속도는 확연히 달라요”(웃음)
퍼스트룩은 2010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5개월 쉬었다. 휴식 없이 앞만 보고 달렸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경험이나 연륜은 쌓이는데 디테일하고 구체적인 뭔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마케팅 회사를 발전시킬 수 있는 건 뭘까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재충전하고 자연스럽게 다시 뭉쳤다. 영화 ‘추격자 때부터 동거동락한 신보영(31) 팀장까지. 잠시 쉬긴 했으나 이젠 ‘척하면 척하는 사이. 공식 행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손짓, 눈짓으로 무슨 말을 하는지 대충 안단다. 활약 덕에 올해 한국영화기자협회가 주는 상도 받았다.
홍보 일을 하면서 힘든 것과 즐거운 건 뭘까. 이 대표는 시시각각 피 말리는 삶을 산다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리스크가 사방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또 우리를 대행사라고 치부해버릴 때 정말 싫다”며 파트너라고 생각해야 우리의 능력치를 잘 활용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할 때가 있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강 실장 역시 ‘이건 내 영화야라며 주인의식을 갖고 일한다고 자부하는데 그런 생각이 없는 것 같은 이들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즐거운 순간은 두 사람 모두 같다. 가치 있게 생각해 열심히 홍보한 영화에 관객이 똑같은 이야기를 해줄 때다. 이 대표는 ‘추격자가 흥행할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며 괜찮고, 센 영화 좀 하라고 할 때 ‘시나리오가 얼마나 끝내주는 줄 아느냐고 답했었다. 나중에 관객과 교감이 됐을 때 짜릿한 희열을 느꼈다. ‘완득이도 마찬가지였다”고 회상했다. ‘추격자는 퍼스트룩이 영화홍보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만든 작품이라 특히 의미가 남다르다.
이제껏 맡은 영화 중 최악의 평점으로 남아있는 ‘다세포소녀는 가장 아쉽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다시 홍보를 해도 더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며 과감한 시도를 많이 했는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재밌긴 했지만 마케팅과 작품의 괴리가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들이 자만하지 않는 이유는 한 가지다. 시장은 바뀌니 트렌드를 읽는다거나, 그들의 생각이 다가 아님을 확실하게 한다는 것. 강 실장은 트렌드를 읽는다고 자부하는 순간 내 안의 틀에 갇힌다”며 항상 이야기를 거쳐 나오는 작업 결과가 좋다. 굳이 따지자면 귀를 기울여 듣는 게 트렌드 같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두려워하면서 일을 한다. 하지만 자신감도 있는데 다른 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들으며 홍보를 하기 때문”이라며 원톱 보다 투톱, 투톱보다 쓰리톱이 좋고, 또 포톱 체제가 돼 일을 하는 게 훨씬 좋다”고 말했다.
영화 홍보일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이 대표는 부친이 새겨준 말을 전했다. 젊었을 때부터 너무 돈을 보고 일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노력하고 일하면 결국 성공하고, 돈은 당연히 따라오게 된다고요. 전 의사나 변호사만큼 이 일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5000만명을 상대해 즐거움을 선택하게 하는 사람이잖아요. 제가 쓴 카피에 울거나 웃기도 하는 관객과 밀고 당기기하는 게 재밌어요.”(웃음)
이 대표는 마케팅의 영향이 축소되리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시장이 변화하고 있는데 대응하려면 양적, 질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대 마케팅은 쉽고, 단순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매 영화마다 다른 타깃에, 다른 논리로 크리에이티브한 것들을 쏟아내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누구나 이 일을 하면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전문성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것 같아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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