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완벽한 부활'을 꿈꾸는 '친박과 친노'
입력 2012-06-11 12:17  | 수정 2012-06-11 17:36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 결과를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습니다.

대통령이 퇴임하고 나서 살 집을 왜 아들 시형 씨 차명으로 샀는지, 또 같은 땅을 왜 청와대는 비싸게 사고 시형 씨는 싸게 샀는지, 시형 씨가 낸 12억 원은 어디서 났는지 의혹이 많았지만, 검찰이 내린 결론은 무혐의였습니다.

검찰은 청와대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 됐고, 수사기간인 지난 8개월 동안 시형 씨를 서면조사 한 번 한 게 고작이었습니다.

검찰이 청와대 눈치를 본 것일까요?

종북 논란으로 치고받던 여야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비호할 생각이 없다. 수사가 다소 미진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과 생각이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 의장은 '미래의 개발이익을 현재 거래에 반영해 분담 액수를 정했다는 것은 황당한 해명'이라며 특검과 국정조사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청와대는 법률적으로는 면죄부를 받았지만, 정치적으로는 더 궁지에 몰린 셈이 된 걸까요?

이명박 정부에 대해 민심이 멀어질수록 친박과 친노는 더 부각되는 모양새입니다.


대선을 앞둔 여야는 친박과 친노로 재편됐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으로 그 명맥 유지도 어려웠던 친박과 친노가 이명박 정부의 도움 아닌 도움으로 화려한 부활을 한 것은 참으로 역설적입니다.

그러나 친박과 친노가 모두 완벽하게 부활했다고 하기에는 이른 것 같습니다.

대선에서 승리하지 않는 한 그 어느 쪽도 미완성의 부활일 뿐입니다.

그러나 친박과 친노 모두 대선으로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겠죠.

친박은 '경선 룰의 늪'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습니다.

친박 일색인 당 지도부가 오늘 경선관리위원회 출범을 선언했지만, 비박 대선주자들은 경선 보이콧까지 경고하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재오 정몽준 의원의 얘기 차례로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재오 / 새누리당 국회의원
- "정당 관례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우리가 할 테니 따라오라 하는 얘기는 당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볼 때는 매우 염려되는 점이 많습니다."

▶ 인터뷰 : 정몽준 / 새누리당 국회의원
- "저희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기에 저희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황우여 대표는 매일경제와 전화통화에서 '후보등록과 경선 룰은 별개다. 후보등록을 안 하겠다는 것이 그분들 뜻이겠지만, 이런 식으로 하면 본인들에게도 부담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정우택 / 새누리당 최고위원
- "정당정치 당원권리 없는 완전국민경선제 대해서는 문제 있다고 소신을 갖고 있습니다. 이 말씀 드리는 이유 지도부 물론 당 같이하는 분들이 의외로 경선룰에 대해 홍보가 미흡한 거 아닌가 하고 경선룰 홍보도 적극 강화하라는 말씀드리고…"

경선 보이콧을 한 대선주자들에게 어디 할 테면 해보란 얘기일까요?

그러나 친박계는 겉으로는 강공을 펴고 있지만, 내심 경선 룰을 양보하지 않는 것이 자칫 국민에게 오만함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위원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요?

친노 진영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하고 있는 듯합니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주말 전당대회에서 친노 주자인 이해찬 대표를 선택했습니다.

김한길 후보에 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친노 세력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입니다.

이해찬 대표의 소감부터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해찬 / 민주통합당 대표
- "박지원 대표와 역할 분담 제안했을 때 사전에 논의 못했다. 많은 어려움 있었다. 저의 진정성 알고 표를 준 것 감사하다. 오늘 표결 보면 당을 민주적으로 이끌라는 말로 알겠다."

이-박 연대가 잘못됐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일까요?

이-박 연대, 여기다 문재인 고문 지지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역풍을 맞았던 친노세력은 이해찬 후보의 대표 선출로 한숨을 돌렸습니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이해찬-박지원 역할분담론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문재인 고문마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각본 없는 드라마라 외쳤던 민주통합당의 대선구도가 마치 잘 짜인 각본대로 간다는 인상으로 바뀌지 않을까요?

대선 승리를 위한 최선의 조합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대선 필패로 가는 최악의 조합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공존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런 우려는 당장 오늘 최고위원 회의에서부터 나왔습니다.

아쉽게 이해찬 후보에게 패한 김한길 최고 위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 "당심과 민심이 일치하는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번은 당심과 민심이 달랐다. 대선에서 당심과 민심이 벗어난 결과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의원으로 대변되는 당심에서는 이겼지만, 민심에서 진 것이 석연치 않다는 얘기일까요?

민심을 대변한다고 하는 모바일 표심이 사실은 특정 계파와 조직에 의해 크게 휘둘릴 수 있다는 문제를 지적한 겁니다.

진짜 민심은 김한길이었는데, 모바일 표심이 그 민심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친노 진영은 이 말을 어떻게 새겨들을까요?

당권 장악에 이어 문재인이라고 하는 유력한 대선 후보까지 보유했지만, 반대로 친노의 재등장에 대한 우려와 비판 목소리도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이명박 정부의 퇴조와 함께 친박과 친노는 화려한 부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심을 모두 얻은 것은 아닌 듯합니다.

민심은 알기도 어렵거니와 그 민심을 얻으려고 값비싼 희생을 치러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죠.

지금의 조그만 승리에 도취해 패권주의로 흐르면, 다가올 더 큰 싸움에서는 참혹한 패배를 맛볼 수밖에 없겠죠.

친박과 친노, 어느 쪽이 민심을 얻어 최후의 승자가 될까요?

그들은 완벽하게 부활할 수 있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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