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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들, 더 이상 걱정 말아요[아이유 콘서트]
입력 2012-06-04 08:07 

솔직히 가슴 졸였다. 행여 무대에서 긴장해 안무를 틀리거나 음이탈 같은 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티켓이 많이 팔리지 않아 좌석이 휑하면 어쩌나, 음향이나 무대가 부실하다고 흠 잡히지나 않을까. 데뷔 5년차에 ‘좋은날 ‘너랑 나 등 다수의 히트곡을 보유한 정상급 솔로 여가수지만 그래도 올해 초 고등학교를 졸업한 만 19세의 소녀 아닌가.
6월 2일, 3일 양일간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아이유의 첫 단독콘서트이자 전국투어 첫 공연인 ‘아이유 리얼 판타지 2012 인 서울(IU Real Fantasy 2011 in Seoul)의 시작을 초조함 속에서 지켜본 삼촌팬이 적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삼촌들의 모든 조바심은 전적으로 기우였다. 평화의 전당 무대 붉은 커튼이 열리자 웅장한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관객들을 압도했고 아이유는 환상적인 분위기의 3D 스크린 안쪽에서 나비들과 함께 등장했다. ‘잔혹동화와 ‘너랑 나로 시작한 이날 공연에서 아이유는 와이어에 매달린 달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미아를 록 버전으로 편곡해 열창하기도 했다. 블랙아이드피스의 ‘붐붐파우, 비의 ‘레이니즘, 현아-현성의 ‘트러블 메이커에 맞춰 파워풀하고 섹시한 댄스를 선보이기까지 했다.
특히 총 4천여석으로 중급 공연장에 해당하는 경희대 평화의 전당은 대형 체육관 공연에 비해 안정감 있는 사운드를 들려줄 수 있었다. 아이유라는 보컬리스트의 역량과 아기자기한 구성에는 더할 나위 없이 알맞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물량만으로 보면 대형 체육관 공연 못지 않은 인원과 장비가 투입됐다.

기타, 드럼, 베이스, 피아노, 신디사아저, 퍼커션, 코러스 등으로 이뤄진 풀 밴드에 오케스트라까지 동원돼 전체적인 사운드 퀄리티는 여느 대형가수들의 공연 못지않으며 공연 내내 대형 LED 스크린에서는 화려하고 때로는 재치 있는 영상들이 이어졌다.
아이유 스케일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공연 중간 아이유는 와이어를 타고 2층까지 가는 연출을 하고 싶었는데 사정상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말하는 등 스케일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아이유의 다음 투어 규모를 미리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는 무대였다. 적어도 아기자기한 것 만 좋아하는 소녀취향의 공연은 아닐 것 같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아이유의 세련되고 대담한 공연진행 능력이었다. 공연 중간 관객 이벤트로 진행된 즉석 전화연결에서는 재치 있게 대화를 이끌며 관객들을 이목을 집중시켰고 게스트로 초청된 2AM 슬옹, 라디(Ra.D) 등이 무대에 올라왔을 때는 편안하게 농담을 주고 받으며 공연의 호스트다운 모습을 보였다.
객석에 앉아있던 축구선수 박지성을 발견하고 즉석에서 자연스럽게 관객들과 인사를 시키는 모습에서는 아이유의 진행 내공을 짐작케 했으며 자신의 대표곡 ‘좋은 날을 부를 때는 4천여 관객 모두가 ‘3단고음을 내지르게 유도하기 까지 했다.
기실 이 같은 모습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아이유는 데뷔 후 5년 동안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음악방송 및 예능 프로그램 출연과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행사무대에서 관객들 앞에 서 본 경험이 있는 베테랑 가수이기 때문.
무엇보다도 이날 공연의 가장 큰 의미는 아이유의 보컬리스트로서 역량이다. 평소 ‘노래하나는 참 잘한다는 평가를 받아온 아이유지만 실제로 3시간 가량의 공연을 끌고 갈 만큼의 능력이 있는지는 스스로 증명한 바가 없었던 것이 사실. 특히 안무와 편곡 등 다분히 쇼 적인 요소들까지 가미된 단독 콘서트를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이번 무대를 통해 충분히 증명했다.
삼촌팬들 뿐 아니라 대부분의 아이유 팬들의 하나같은 초조함은 아이유가 앞으로 어떤 가수로 성장할 것인가 일 터.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번 공연을 통해 스스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 충분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이유를 믿고 응원해 주기만 해도 좋을 듯 싶다.
한편 아이유는 6월 9일, 10일 울산, 16일 전주, 6월 30일, 7월 1일 수원, 7월 7일, 8일 부산, 14일, 15일 대구에서 전국투어 공연을 이어간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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