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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동행, 네 식구의 기약 없는 내일
입력 2012-06-01 00:55 

[매경닷컴 MK스포츠 최경희 기자] 31일 방송된 KBS ‘현장르포 동행에서 떠돌이 생활 중인 네 식구의 안타까운 사연이 소개돼 시청자들의 가슴을 안타깝게 했다.
동갑내기 정진 씨(28)와 결혼한 새별 씨(28)는 5년 전, 월세보증금조차 없어 빚으로 살림을 시작했다. 빠듯한 형편이지만 정혁(5)과 서은(3)을 낳고 살며 열심히 일을 해 대출금을 갚아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새별 씨는 당시 일하던 가게 손님에게 천만 원 가량의 투자사기를 당했다. 없는 돈을 끌어다 써 고스란히 빚이 됐고 설상가상으로 방값을 밀린 월세방에서도 쫓겨났다. 돈 한 푼 없이 길거리로 내몰린 새별 씨네. 정혁(5)과 서은(3)은 어린이집에도 가지 못하고 놀이터에서 엄마 정진 씨와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을 위해서 하루 빨리 방 한 칸이라도 구하고 싶지만 일용직 임금으로는 숙박비와 식비로도 빠듯하다. 새별 씨는 오늘도 아내와 아이들의 잠자리가 걱정이다.

보증금을 빼서 생활하고 있던 월세방은 수해로 천장이 무너져 가족은 돈 한 푼 없이 길거리로 나오게 됐다. 밤에는 찜질방에서 잠을 자고 새별 씨가 일용직 일을 가고 나면 정진 씨와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낸다. 막막하기만 한 거리생활은 벌써 한 달 째 계속됐다.
사기 당한 돈을 받기 위해 여기저기 쫓아다니던 새별 씨는 오랜 기간 일을 못했고 그러는 사이 가족의 생활은 점점 어려워졌다. 힘들어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보고 다시 시작해보려는 새별 씨. 아빠는 일용직을 구하기 위해 새벽 5시 반이면 인력사무소로 향한다. 하루라도 일을 쉬면 아이들에게 밥도 먹일 수 없고, 잠을 잘 곳도 마련하지 못한다.
다시 정육 일을 알아보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일이 월급제인 것이 문제이다. 당장 하루가 급한 가족에게 한 달을 견디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주소지가 없어 아이들의 교육비를 지원받을 수 없다보니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낼 수도 없다. 아이들을 맡기고 일을 하고 싶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은 형편. 지금 정진 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들을 데리고 전단지를 돌리는 것뿐이다.
아이들은 답답하기만 한 여관이나 찜질방보다는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훨씬 좋다. 놀이터에 또래 친구들이 오면 함께 놀기 위해 쫓아다니는 정혁. 그 모습에 정진 씨는 마음이 아프다. 부모로서 최소한의 것도 해주지 못해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기약 없는 떠돌이 생활에 부부는 아이들의 건강이 걱정된다.
쉼터 등의 보육시설에 아이들을 보내고 일을 해 보금자리를 마련한 뒤 아이들을 찾아올까하는 생각도 여러 번.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부모 곁보다 시설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길 위에서의 생활이 길어지자 바깥바람을 쐬며 잠이 든 서은이 설사를 하며 배탈이 난다. 네 식구가 함께 있을 수 있는 방 한 칸을 구하는 것이 지금 부부의 가장 큰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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