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박근혜와 문재인, 그리고 안철수 (6)
입력 2012-05-29 00:00  | 수정 2012-05-29 21:07
대선을 7개월 정도 남겨둔 지금,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가 박근혜, 문재인 그리고 안철수라는데 크게 이견은 없을 듯합니다.

그런데 이 세람 모두 대선 출마를 아직 공식 선언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 전문가들이나 성격이 급한 사람들은 빨리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대통령 후보로서 어떤 비전을 가졌는지 밝히라고 촉구할 정도입니다.

이유야 제각각이지만, 침묵은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박근혜 전 위원장은 자의든 타의든 요즘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박근혜 저격수를 자처한 양 각종 얘깃거리를 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 전 위원장이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 씨를 만났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주장에 이어 이번에는 7인회 얘기를 꺼냈습니다.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박지원 / 민주당 비대위원장 (5월27일)
- "(이명박 대통령의) 이 6인회 멤버 중 상당수가 감옥에 갔습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에게는 수구 꼴통의 7인회가 박근혜 위원장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이런 사람에게 나라 장래를 맡길 수 없기 때문에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말한 7인회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70대 이상 원로로,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도왔던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정말 이명박 대통령의 6인회처럼 지금 박 전 위원장의 대선 구도를 짜는 걸까요?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은 박 전 위원장에게 물어봤더니 7인회란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분들이 자발적으로 친목 모임을 만들었고, 박 전 위원장이 한 두 번 오찬에 갔을 뿐이라는 겁니다.

이상돈 전 비대위원 역시 박 전 위원장 스타일 상 7인회 같은 것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어제 뉴스 M에 출연한 이상돈 전 비대위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상돈 /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5월28일)
- "이분들은 과거에 장관, 국회의원, 당대표 하실 것 다 하신 분들입니다. 나름 국정의 경험을 가지고 도움되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죠. 그런데 그것을 무슨 대단한 음모 세력이라고 증폭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입니다."

7인회가 사실이든, 아니든 박근혜 전 위원장을 자꾸 끄집어내 흠집 내려는 야권의 공세는 더 거세질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박 전 위원장이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애써 무시해도 말입니다.

박근혜 전 위원장이 당 밖의 야권에서 매서운 공격을 받고 있다면, 문재인 고문은 내부에서 갈수록 견제를 받고 있습니다.

민주통합당 지도부 순회 투표에서 김한길 후보의 선전은 곧바로 문재인 고문에 대한 상처로 이어지는 듯합니다.

김한길 후보는 친노 세력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경남과 울산, 대구 경북에서 이해찬 후보를 꺾었습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통합당 당 대표 후보(5월26일)
- "각본에 따른 경선, 공정성 시비에 휩싸이는 경선, 이념도 감동도 없는 맥빠지는 경선, 이런 경선이야말로 반드시 대선 필패를 불러온다고 생각합니다."

부산을 제외한 영남 지역에서 김한길 후보가 승리함에 따라 이해찬 후보를 지원한 문재인 고문 측은 내심 불안한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민주통합당 내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일까요?

반면 김한길 후보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김두관 지사 측은 문재인 고문과 겨룰만한 입지를 만들어가며 한껏 고무된 분위기입니다.

아직 순회 투표는 남았고, 모바일 투표도 있는 만큼 누가 당 대표가 될지는 여전히 안갯속 이어서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김한길 후보가 당 대표가 된다면, 문재인 고문의 대선 가는 길도 절대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친노 세력이 재등장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대선까지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3년 탈상을 끝낸 문재인 고문이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까요?

임박한 그의 대선 출마 선언이 궁금해집니다.

6월이 다가오면서 사람들은 다시 안철수 원장의 입을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1학기 수업이 정리되는 6월쯤 안 원장이 대선 출마와 관련해 견해를 밝힐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참여정부 춘추관장 출신인 유민영 씨를 언론 담당으로 영입한 터라 궁금증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혹시 내일(30일)로 예정된 부산대 강연에서 대선 출마 얘기를 꺼내는 것은 아닐까요?

부산대 강연은 지역별 순회 대학강연 가운데 하나로 지난 총선 당시 진행하려다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어 연기된 것입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사람들은 다시 안 원장의 입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궁금해합니다.

최근 사회적 논란이 큰 통합진보당 사태와 종북 세력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또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정부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등등을 말입니다.

안 원장의 침묵이 길수록, 사람들의 인내심은 조급함으로 바뀌는 듯합니다.

조급함은 비판을 낳기 마련이죠.

'대선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사람이 대선에 나올 건지, 또 어떻게 나라를 이끌 건지 말을 해야 할 것 아니냐.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냐?'와 같은 비판 말입니다.

안 원장으로서도 이제 더는 침묵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대선 출마는 선택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라는 안철수 원장.

그의 오랜 침묵에도 여전히 대선 후보 지지율 1, 2위를 차지하는 것 자체가 그의 대선 출마는 이미 주어진 듯합니다.

어쨌든 이왕 기다린 것, 조금만 더 참으면 될 듯합니다.

5월이 지나고 6월이 되면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새사람의 운명을 건 승부가 시작될 테니 말입니다.

기다림이 컸던 만큼, 그들이 내놓는 정책 하나하나 꼼꼼히 뜯어보고 비교할 준비나 하면서 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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