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꼭 3년이 되는 날입니다.
과거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3년 탈상을 하듯, 어쩌면 오늘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말 떠나보내는 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3년 전 이른 새벽 노무현 전 대통령은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스스로 몸을 던졌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3년 전, 온 국민이 TV를 통해 지켜보는 가운데 검찰청사에 앞에 선 노 전 대통령의 얼굴에 그 모든 답이 있는 듯합니다.
수심 깊은 듯 그러나 뭔가 초월한 듯한 그 표정은 앞으로 다가올 비극을 미리 예고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 한 달 전 남긴 마지막 육성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 "나는 봉화산 같은 존재야. 산맥이 없어. 봉화산이 큰 산맥에 연결돼 있는 산맥이 아무것도 없고 딱 홀로 서 있는 돌출돼 있는 산이야. 담배 하나 주게, 담배 한 개 주게. 이 정도 합시다. 하나씩 정리를 해나갑시다."
산은 다른 산과 어울려 산맥을 이룹니다.
홀로 선 산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자신은 세상 속에 홀로 선 산이었습니다.
외롭고 그래서 의탁할 곳이 없었다는 뜻일까요?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자의 마지막 모습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놓고는 3년이 지난 지금도 이런저런 논란이 큽니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수십억 원이 든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발견돼 스스로 뛰어내린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다른 측에서는 검찰의 모욕 수사가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어제 뉴스 M에 출연했던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임태희 / 전 청와대 대통령 실장
- "다만 지난번 노 전 대통령님께서 불의의 변을 당하신 것은 그 당시에 제가 한나라당 정책의 의장이었는데 제가 봉하 마을에 조문을 다녀왔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검찰에서 조사를 하더라도 전직 대통령이 이렇게 모욕감을 느끼게 조사를 한 것은 조금 우리가 국가차원에서도 대외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한 번만 더 생각했으면 이런 일까지는 안 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은 믿었던 측근들, 그리고 가족들의 계좌에서 수상한 돈이 발견되면서 시작됐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그런 사실을 몰랐다 하더라도, 그분의 성격상 견디기 어려웠을 법합니다.
평생을 목숨처럼 지켜온 청렴과 결백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 셈입니다.
모든 잘못은 결국 자신에게서 비롯됐다는 무한한 자책이 있었고, 그것이 비극으로 이어졌을 법합니다.
지금 와서 노 전 대통령이 왜 그런 비극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되짚어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다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측근들의 비리가 연일 터지는 것을 보면, 우리 정치가 그리고 우리 권력구조가 무언가 대단히 잘못됐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어쨌든 이런 불행한 역사는 이제 떠나보내야 할 때가 된 듯합니다.
떠나보내야 할 것은 또 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친노 세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향수를 등에 업고 대거 정치권에 들어왔습니다.
친노의 화려한 부활입니다.
과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이 불어 국회 과반을 차지했을 때처럼, 지금 야권에서는 노무현을 말하지 않고는 정치를, 그리고 대권을 논할 수 없는 분위기인 듯합니다.
마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신격화된 듯한 인상마저 듭니다.
친노 바람만 있으면 정말 야권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요?
지금 민주통합당 지도부 경선 결과는 민심과 당심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압도적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던 친노 주자 이해찬 후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어제 호남 경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해찬 후보 측은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광주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대선 후보로 우뚝 섰던 상황을 재연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당심은 이해찬 후보에게 3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안겨줬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어제 광주 전남 경선에서 1위를 한 강기정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강기정 / 민주통합당 경선 후보
- "그런데 어떻습니까? 수차례 언론 지역별 순회 연설을 통해 우리 지도자들은 어떻게 대선에서 이길 것이면 어쩐 정책을 내놓을 것에 대한 말은 없습니다. 이박연대만 있습니다. 이박연대 넘어서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제안합니다.. 우리당의 좋은 후보 많습니다. 후보는 민심의 바다에 뛰어 다닐 때 우리는 승리할 수 잇습니다."
친노면 다 된다는 식의 오만함으로는 민심과 당심을 얻지 못한다는 뜻일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신격화와 미화는 어쩌면 노무현 전 대통령 스스로 가장 싫어했을지 모릅니다.
떠나보내야 할 것이 있다면, 남겨둬야 할 것도 있겠죠.
노무현 정신이라는 탈권위, 소통, 지역주의 극복, 분배 등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지향점입니다.
이것은 친노니 반노니 하는 정치적 지형과는 관계가 없는 듯합니다.
야권의 대선주자들은 저마다 노무현을 넘어서겠다고 합니다.
노무현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대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말 이들의 노무현 넘어서기는 가능할까요?
명계남 씨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명계남 /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5월22일 뉴스 M)
- "노무현을 넘어서는 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그 양반을 넘어설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치를 하겠다고 하는 안희정 씨나 문성근 씨에게 농담처럼 얘기합니다. '너희 대통령 처럼 정치할 수 있어?' 그러면 '못하지 어떻게 그렇게 감히 해. 그만큼이나 하려고 노력이나 할 수 있으면 모르겠어.' 저분은 넘어서기 어려운 산이고, 저 산을 바라보고 가는 것만으로도 벅찰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늘 봉하마을은 노란색으로 물들었다고 합니다.
3년 전 부엉이 바위의 슬픔도 그 노란 물결에 조금은 위로를 받을 수 있겠죠.
떠난 사람의 흔적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잊히기 마련입니다.
이제 떠나보내야 할 것은 떠나보내고, 가슴 속 깊이 새겨야 할 것은 새기는 것이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고 역할이 아닐까 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MBN 뉴스M(월~금, 오후 3~5시)
과거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3년 탈상을 하듯, 어쩌면 오늘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말 떠나보내는 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3년 전 이른 새벽 노무현 전 대통령은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스스로 몸을 던졌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3년 전, 온 국민이 TV를 통해 지켜보는 가운데 검찰청사에 앞에 선 노 전 대통령의 얼굴에 그 모든 답이 있는 듯합니다.
수심 깊은 듯 그러나 뭔가 초월한 듯한 그 표정은 앞으로 다가올 비극을 미리 예고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 한 달 전 남긴 마지막 육성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 "나는 봉화산 같은 존재야. 산맥이 없어. 봉화산이 큰 산맥에 연결돼 있는 산맥이 아무것도 없고 딱 홀로 서 있는 돌출돼 있는 산이야. 담배 하나 주게, 담배 한 개 주게. 이 정도 합시다. 하나씩 정리를 해나갑시다."
산은 다른 산과 어울려 산맥을 이룹니다.
홀로 선 산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자신은 세상 속에 홀로 선 산이었습니다.
외롭고 그래서 의탁할 곳이 없었다는 뜻일까요?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자의 마지막 모습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놓고는 3년이 지난 지금도 이런저런 논란이 큽니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수십억 원이 든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발견돼 스스로 뛰어내린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다른 측에서는 검찰의 모욕 수사가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어제 뉴스 M에 출연했던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임태희 / 전 청와대 대통령 실장
- "다만 지난번 노 전 대통령님께서 불의의 변을 당하신 것은 그 당시에 제가 한나라당 정책의 의장이었는데 제가 봉하 마을에 조문을 다녀왔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검찰에서 조사를 하더라도 전직 대통령이 이렇게 모욕감을 느끼게 조사를 한 것은 조금 우리가 국가차원에서도 대외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한 번만 더 생각했으면 이런 일까지는 안 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은 믿었던 측근들, 그리고 가족들의 계좌에서 수상한 돈이 발견되면서 시작됐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그런 사실을 몰랐다 하더라도, 그분의 성격상 견디기 어려웠을 법합니다.
평생을 목숨처럼 지켜온 청렴과 결백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 셈입니다.
모든 잘못은 결국 자신에게서 비롯됐다는 무한한 자책이 있었고, 그것이 비극으로 이어졌을 법합니다.
지금 와서 노 전 대통령이 왜 그런 비극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되짚어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다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측근들의 비리가 연일 터지는 것을 보면, 우리 정치가 그리고 우리 권력구조가 무언가 대단히 잘못됐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어쨌든 이런 불행한 역사는 이제 떠나보내야 할 때가 된 듯합니다.
떠나보내야 할 것은 또 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친노 세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향수를 등에 업고 대거 정치권에 들어왔습니다.
친노의 화려한 부활입니다.
과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이 불어 국회 과반을 차지했을 때처럼, 지금 야권에서는 노무현을 말하지 않고는 정치를, 그리고 대권을 논할 수 없는 분위기인 듯합니다.
마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신격화된 듯한 인상마저 듭니다.
친노 바람만 있으면 정말 야권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요?
지금 민주통합당 지도부 경선 결과는 민심과 당심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압도적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던 친노 주자 이해찬 후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어제 호남 경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해찬 후보 측은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광주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대선 후보로 우뚝 섰던 상황을 재연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당심은 이해찬 후보에게 3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안겨줬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어제 광주 전남 경선에서 1위를 한 강기정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강기정 / 민주통합당 경선 후보
- "그런데 어떻습니까? 수차례 언론 지역별 순회 연설을 통해 우리 지도자들은 어떻게 대선에서 이길 것이면 어쩐 정책을 내놓을 것에 대한 말은 없습니다. 이박연대만 있습니다. 이박연대 넘어서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제안합니다.. 우리당의 좋은 후보 많습니다. 후보는 민심의 바다에 뛰어 다닐 때 우리는 승리할 수 잇습니다."
친노면 다 된다는 식의 오만함으로는 민심과 당심을 얻지 못한다는 뜻일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신격화와 미화는 어쩌면 노무현 전 대통령 스스로 가장 싫어했을지 모릅니다.
떠나보내야 할 것이 있다면, 남겨둬야 할 것도 있겠죠.
노무현 정신이라는 탈권위, 소통, 지역주의 극복, 분배 등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지향점입니다.
이것은 친노니 반노니 하는 정치적 지형과는 관계가 없는 듯합니다.
야권의 대선주자들은 저마다 노무현을 넘어서겠다고 합니다.
노무현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대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말 이들의 노무현 넘어서기는 가능할까요?
명계남 씨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명계남 /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5월22일 뉴스 M)
- "노무현을 넘어서는 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그 양반을 넘어설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치를 하겠다고 하는 안희정 씨나 문성근 씨에게 농담처럼 얘기합니다. '너희 대통령 처럼 정치할 수 있어?' 그러면 '못하지 어떻게 그렇게 감히 해. 그만큼이나 하려고 노력이나 할 수 있으면 모르겠어.' 저분은 넘어서기 어려운 산이고, 저 산을 바라보고 가는 것만으로도 벅찰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늘 봉하마을은 노란색으로 물들었다고 합니다.
3년 전 부엉이 바위의 슬픔도 그 노란 물결에 조금은 위로를 받을 수 있겠죠.
떠난 사람의 흔적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잊히기 마련입니다.
이제 떠나보내야 할 것은 떠나보내고, 가슴 속 깊이 새겨야 할 것은 새기는 것이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고 역할이 아닐까 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MBN 뉴스M(월~금, 오후 3~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