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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중년으로 돌아온 `90년대 아이돌`
입력 2012-05-22 17:22 

'왕년의 오빠들'이 돌아왔다. 이정석(45) 심신(45) 이범학(46). 1990년대 유명 가요 프로그램 '가요톱10'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던 이들이 어느덧 꽃중년이 돼 최근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수년째 보기 힘들었던 이들은 새 앨범뿐만 아니라 콘서트, 지역 공연을 통해 대중과 적극적으로 만나고 있다. 옛 노래를 그리워하는 8090열풍이 강세고, '성인가요'에 대한 저변이 확대된 점이 주요 원인이다.
'첫눈이 온다구요'로 유명한 가수 이정석은 지난 17일 싱글 앨범 '…ing'를 발표했다. 2007년 정규 7집 '친구야' 이후 본격적 활동은 5년 만이다. 미국에서 음악공부를 하던 그가 지난 2월부터 새 앨범 준비에 들어가 내놓은 결과물이다.
1986년 대학가요제에서 '첫눈이 온다구요'로 금상을 받은 그는 '사랑하기에' '사랑의 대화' '여름날의 추억' 등 연이은 히트곡을 발표하며 1990년대 발라드계를 주름잡았다. 컴백 소식에 KBS 라디오 '임백천의 라디오 7080'을 비롯해 방송계에서 출연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큰 키에 훤칠한 외모가 트레이드마크인 심신도 지난달 '드림 인 러브'를 들고 팬들을 찾았다. MBC '세바퀴' 등 예능 프로그램 출연뿐 아니라 지역 공연으로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1990년에 데뷔한 그는 '오직 하나뿐인 그대' '욕심쟁이'를 히트시켰다. 최장신 미남가수라는 별칭으로 당시 여고생들에게 요즘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동시대 '왕자표 발라드'를 선보인 이범학은 20년 만에 신보 '이대팔'을 선사했다. 아버지들의 비애를 경쾌한 트로트 선율에 담은 이 곡은 지난 4월 총선 때 유세송으로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1991년 '이별 아닌 이별'로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사라진 터여서 그의 컴백은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수년 만에 컴백한 이들은 본인의 색깔과 현 시대의 '트렌드'를 조화시켰다. 이정석은 장기인 발라드는 유지하되 내용은 지금의 사회 문제를 담았다. 수록곡 '터널'은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고 감명을 받아 만든 곡으로, 청춘들의 아픔을 위로해준다. 또한 '쥬얼리' '티아라'의 곡을 작사한 강전명을 기용했다. 최신 유행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다.
심신은 카리스마 넘치는 남성적인 모습을 유지하되, 장르를 '록'으로 선회했다. 젊은 층을 잡기 위한 포석이다. 2007년 '섹시하게'라는 댄스곡도 시도했던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 본래의 색깔로 돌아왔다. 타이틀곡 '드림 인 러브'는 최근 유행하는 어쿠스틱한 리듬에 심신 특유의 호소력 짙은 가창력이 돋보인다.
지난해 7080열풍이 확대되면서 발생한 8090열풍도 이들의 활동에 힘을 보탠다. 동시대에 활약했던 가수들이 너도나도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칵테일사랑'으로 유명한 마로니에는 6월 단독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또한 심신, 여행스케치와 함께 '심ㆍ여ㆍ마'란 프로젝트 그룹을 하반기에 결성할 예정이다. 이들은 1990년대 향수가 가득한 서정적인 노래를 선보인다. 동물원도 한 달에 3~4번씩 공연을 하며 팬들을 만나고 있다.
마로니에엔터테인먼트의 마로 대표는 "통기타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탄탄한 라이브 실력을 갖춘 가수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1990년대 가수들의 공연 요청이 늘고 있다. 재작년과 비교하면 30%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배순탁 음악평론가는 "수년 사이 아이돌이 잠식한 가요계에 성인들을 타깃으로 한 가요시장이 차츰 커졌다. 또한 지역 공연이나 라이브 카페를 중심으로 부는 1990년대 가요의 인기도 이들의 활동에 거름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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