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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여정, 방자전 이어 `후궁'서도 또 다시 파격
입력 2012-05-22 08:37  | 수정 2012-05-22 10:55

영화 ‘후궁: 제왕의 첩은 일반 대중에게 만듦새보다 배우 조여정의 노출이 더 관심사였을 것이다. ‘방자전(2010)에서 이미 수위 높은 노출을 보인 조여정의 차기작이 어떠할 지에 대한 기대다. 그 기대와 상상만큼 노출 수위는 높다. 관객은 앞서 개봉한 ‘은교, ‘돈의 맛과도 비교하려 들 것이다. 두 영화보다 훨씬 더 강렬한 이미지의 정사신이 펼쳐지는 건 맞다.
하지만 노출과 정사로만 둘러싸였다고 비판부터 할 생각이라면 뒤통수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강렬한 노출, 정사신과 더불어 이야기도 흥미롭기 때문이다. 농염하면서도 순수한, 또 반전을 가진 여인 화연이라는 매력적인 인물은 조여정이 왜 다시 파격적인 ‘19금 영화에 꽂혔는지를 충분히 이해하게 만든다.
영화는 에로틱 궁중 사극이라고만 규정할 수 없다. 스릴러의 이미지도 있고, 사이코드라마 같기도 하다. 시대적 배경은 조선의 언젠가. 양반집 규수 화연(조여정)은 두 남자를 흔들어 놓았다. 화연에게 한눈에 반한 성원대군(김동욱)과 왕(정찬)의 후궁이 되기 전 내연한 권유(김민준). 권유는 화연과 함께 도망치다가 모든 것을 빼앗기고 거세까지 당한다. 성원대군은 형수가 된 화연을 향한 마음을 접었지만, 이복형인 왕이 죽자 왕위에 오르고 혼자가 된 화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점점 광기에 물들어 간다.
세 사람의 인물 구도는 시종 팽팽하다. 허수아비 왕으로서의 답답함과 형수를 향한 마음의 복잡함으로 괴로워하는 성원대군, 내시로 궁에 들어가 복수를 꿈꾸지만 화연에게 흔들리는 권유, 반전의 키를 쥔 화연 등 각각은 관객을 몰입시킨다. 이들의 심리묘사와 연기 대결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김대승 감독이 세 배우에게 공을 돌린 바와 같이 이들의 연기는 주목할 만하다. 노출 연기를 소화한데 대한 칭찬만은 아니었음이 영화를 통해 온전히 전해진다.

조여정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벗는 것으로 승부한다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고도 남는다. 청순하면서도 비련하고, 농염한 매력을 자유자재로 뽐낸다. 이제까지 알고 있던 김동욱의 이미지도 잊게 만든다. 사랑하는 여인을 품지 못하고 고자가 돼 어쩔 수없이 내시가 된 김민준의 카리스마도 상당하다. 성원대군의 어머니로 나오는 박지영과 내시감 이경영, 성은을 얻어 후궁이 된 조은지 등도 힘을 실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김동욱의 변신은 특기할 만하다. 눈동자와 표정이 압권이다. 화연을 탐하려는 마음은 주체할 수 없고 마음대로 잘 되지 않았을 때의 광기어린 눈빛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조은지와의 폭력적이고 과격한 정사신의 표현도 관객을 압도한다. 여릴 것만 같은 소년 같은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다. 웃음기 어리고 코믹한 특유의 말투도 없다. 김동욱의 재발견이다.
영화는 광기에 휩싸인 궁궐의 이야기다. 시대 배경은 조선시대지만 감독이 말한 대로 모든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 약육강식, 세상을 지배하고 그 힘의 상관관계에 따라 변해가는 권력의 이동. 모반, 역모 죄로 아무렇지 않게 댕강 목이 달아나고 궁의 기강을 문란하게 했다는 이유로 거세를 당하기도 한다. 이 무시무시한 이야기는 122분 동안 스크린에 펼쳐진다.
시종 어두운 영화는 잔인한 감이 없지 않다. 화연의 아버지를 참수하는 장면이나 잔인한 고문 장면, 비녀로 목이 찔려 피를 왈칵 쏟아지는 장면 등도 미간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리얼하다. 하지만 자극적으로 다가오는 장면들이 몰입을 높인다.
세 사람을 보잘 것 없고 변변하지 못한 캐릭터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지질하지 않다. 삶을 갈구한 이들의 소리는 절규다. 미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지독한 궁에서 벌어지는 애욕의 정사(情事), 광기의 정사(政事)가 실제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쯤 가슴은 먹먹해지고, 정사신은 잊어버린다. 122분. 청소년 관람불가. 6월6일 개봉 예정.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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