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인터뷰]김재화, 동생도 배우 큰아빠는 유명 시인 ‘예술가 집안’
입력 2012-05-20 14:37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 탁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남북 단일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코리아. 하나가 돼 기적을 일으킨 남과 북 선수들의 46일 동안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공감을 주고 있다. 벌써 누적관객이 154만명이다.
배우 하지원과 배두나는 각각 남한의 현정화와 북한의 리분희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두 사람을 비롯해 모든 출연진이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했다. 세계 최강 중국 선수 덩야령을 연기한 배우 김재화(32)의 연기도 엄지를 치켜세울 만하다.
김재화는 실제 중국 탁구선수 혹은 중국배우로 오해를 받고 있다. 등장할 때 내뿜는 카리스마와 대사가 장난이 아니다. 김재화는 중국 배우가 아니냐는 말, 칭찬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주변의 소개를 받아 문현성 감독을 만나러 갔을 때 내 얼굴만 보여드렸는데 좋아했다”고 기억했다.
김재화는 사실 초반에는 중국어를 잘 하거나, 탁구 실력이 월등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첫 연습에서 그의 탁구 실력을 보고 다들 난감한 표정이었단다.

하지만 1주일 뒤. 각고의 노력으로 감독과 제작 관계자들을 안심시켰다. 집에서 출퇴근하며 5개월여 간 하루 6시간 동안만 탁구만 쳤다. 솔직히 탁구선수로 데뷔하는 줄 알았어요. 배우의 삶이라기보다는 기술 습득하는데 시간을 보냈죠. 최강의 선수를 연기해야하니까요.”(웃음)
‘악바리 정신. 도전을 좋아하는 그에게 덩아령의 역할이 맡겨진 건 당연한 운명이었을지 모른다. 김재화는 대학생 때인 2002년, 1년 2개월 동안이나 세계 일주를 돌았다. 연극영화과 학생 5명이서 중국, 베트남, 네팔, 프랑스, 아프리카 등 30개국 가까이를 다녀왔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외국인에 대한 거리낌이나 두려움이 없어요. 외국인 역할을 맡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프랑스 아비뇽페스티벌이라는 연극축제도 자주 갔는데요. 소르본 대학에서 수업도 들은 적이 있고, 그 기억이 좋아 한국에 와서는 불문과에 편입했어요. 전 호기심이 많아요.”(웃음)
겉으로 드러나는 포스도 포스지만 무엇이든 열심히 노력한 탓일까. ‘코리아 제작진은 당초 대사가 없던 그에게 대사를 줬다. 존재와 이미지로만 강인함을 보여주는 캐릭터였어요. 긴장감이 고조돼야 한다는 판단 때문인지 남북단일팀 앞에서 탁구공도 밟고 인터뷰하는 장면도 생기게 됐죠.”
김재화는 하지원과 배두나 앞에서 탁구공을 밟는 신에서 떨었다고 했다. 하지원과 배두나라는 배우가 앞에 있는데 얼굴을 빤히 들고 연기하기가 힘들었어요. 두 분도 에너지가 센 배우잖아요. 대하기 어려웠죠. 그런데 빨간 유니폼의 힘이 있더라고요. 다른 분들이 연습할 때 저희 옷을 보고 기가 죽으니깐 ‘그 옷 안 입으면 안 되냐?고 하셨을 정도에요.”(웃음)
김재화는 오랫동안 연기를 하고 살았지만 TV와 스크린에는 늦게 데뷔했다. 영화 ‘하모니와 드라마 ‘여인의 향기로 얼굴을 알렸다. 활발히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김재화는 솔직히 졸업하면 뭐가 되는 줄 알았다”며 여기 저기 미팅을 할 때 많은 분들이 예쁘지도 않고 특별나지도 않아 상품으로서 가치가 없다는 말을 했을 때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2004년께부터 가면을 쓴 연극 활동 3년. 2010년까지 연극에 몸담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차라리 연출을 해볼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극단 모시는사람들의 김정숙 대표가 그를 다시 잡아줬다.
대표님이 ‘재화야. 너는 너를 연출하면 돼. 너는 배우로 태어난 아이야. 그러니깐 니가 배우로서 어떻게 하면 잘 갈지 연출해라라고 하셨어요. 제가 배우로서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했죠. 대표님이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동하고 판타지오와 계약을 한 것을 무척 축하해주시더라고요.”
연극 연출을 하는 학교 선배와 10년 열애 끝에 지난 2월 결혼한 김재화. 집안 식구들이 모두 예술가란다. 여동생은 영화 ‘러브픽션에서 하정우와 키스를 한 일본인으로 나오는 배우이고, 막내 여동생도 배우를 꿈꾸는 연극영화과 학생이다. 큰 아빠는 월간잡지 사람과 산의 편집장을 지낸 시인인 김홍성씨다. 사진작가, 화가, 갤러리 관장 등 사촌들도 모두 예술 분야에서 일한다.
우리 모두 부모님, 고모부, 삼촌들을 흉내 내면서 자랐어요. 집안 행사가 있는 날이면 다들 그림 그리고 연기를 했죠. 우리끼리 모여 프로젝트 회의도 하고 그랬죠.(웃음) 좀 아쉬운 건 어렸을 대부터 적극적으로 지원해줬으면 잘 돼야 하는 건데 잘 안 됐죠.”(웃음)
김재화는 영화 ‘공모자들로 존재감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너무 식상할지 모르지만 전도연 선배처럼 연기를 잘 해서 프랑스 칸 영화제에 초대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바랐다. 아비뇽 페스티벌을 가려면 칸을 거쳐 가거든요? 자연스럽게 꿈이 커졌어요. 또 우리 회사에는 전도연 선배도 계셨고, 하정우 선배, 정유미씨 등 좋은 배우들이 많이 계시잖아요. 그들처럼 좋은 연기를 조금씩 보여주고 싶어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