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사태가 결국 분당으로 가는 걸까요?
통합진보당 강기갑 비대위원장은 어젯밤 10시 구 당권파의 핵심으로 알려진 이석기 당선인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프레시안 보도를 보면 이석기 당선인은 약속 10분 전에 개인적인 이유로 면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고 합니다.
강기갑 위원장은 이석기 당선인을 만나 무릎을 꿇어서라도 이달 안으로 사퇴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할 예정이었습니다.
이석기 당선인이 강 위원장을 만나더라도 사퇴요구를 받아들였을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입니다.
오히려 이석기 당선인은 강 위원장을 만나 사퇴 요구가 부당하며, 혁신 비대위도 인정할 수 없다는 역공세를 펴려고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왜 면담을 취소했을까요? 그것도 약속 10분 전에?
어쩌면 이석기 당선인은 여론을 의식했을지 모릅니다.
강기갑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무릎까지 꿇고 당을 위해, 진보 정치를 위해 사퇴를 간청했는데도 이를 거절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안 그래도 민심과 당심으로부터 외면받는 구당권파는 더 고립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렇다고 강 위원장이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구 당권파의 주장을 수용할 가능성도 없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결국, 이석기 당선인이 강 위원장을 만나 득이 될 건 하나도 없었을 법합니다.
이석기 당선인은 대신 그동안 극도로 꺼리던 각종 방송에 직접 나와 자신의 주장을 펴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신 당권파 측이 안건을 강행 처리함으로써 폭력을 유발시키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있다는 것을 아주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부정이 한 70%나 50%는 돼야 총체적 부정, 부실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좀 철저한 진실규명을 해서 있는 그대로 날것 그대로 보여드리면 우리 국민 여러분이 더 나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 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야권 연대를 두려워하는 세력이 야권연대를 파탄시키려는 거대한 음모다'
자신의 사퇴는 오직 당원 총투표를 통해서 당원의 의사를 물어야만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강기갑 위원장도, 그리고 민심도, 당원 외에 그 어떤 것도 자신을 사퇴시킬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쯤 되면 이석기 당선인은 자기 내면의 목소리만 들을 뿐, 자기 밖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 신념과 자기 확신이 너무 강한 나머지 세상 모든 사물이 자기 주관적 시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침묵을 지키는 전략을 깨고 대중과 민심을 향해 직접 호소하는 것으로 바꾼 이 전략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정말 당원 대중은 이석기 당선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떡일까요?
혹시 메아리 없는 외침은 아닐까요?
이석기 당선인의 이런 확고한 입장은 다른 구 당권파 당선인들의 행동 지침으로 이어지는 듯합니다.
김재연 당선인은 앞서 6시쯤 강기갑 위원장을 만나 사퇴 의사가 없다는 뜻을 거듭 전달했습니다.
두 사람의 사퇴 거부에 민심은 더 싸늘해지고 있습니다.
통합진보당 당원의 40%를 차지하는 민주노총 역시 이들이 사퇴하지 않으면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조건부 지지철회를 결정했습니다.
당 비대위도 이들의 출당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20일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당 비대위가 이들을 출당시키겠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의 출당은 이제 불가피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혹시 이석기 당선인을 비롯한 구당권파가 원하는 것이 출당조치 아닐까요?
당권파 지역구 당선인까지 합쳐 의원 7명으로 새로운 정당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요?
비례대표 부정 경선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부산 금정구 이청호 구의원의 얘기입니다.
▶ 인터뷰 : 이청호 / 통합진보당 부산 금정구 의원(5월17일 뉴스 M)
- "아마 제가 볼 때는 자기들은 출당을 해 달라는 것이 지금 뭐, 아마 그분들은 분당까지도 생각하면서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해 봅니다."
이석기 당선인이 스스로 제 발로 나가서 분당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출당조치를 당하면 의원직을 유지한 채 새로운 정당을 만들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석기 당선인과 구 당권파는 버티기를 통해 비대위를 자극해 출당의 명분을 쌓고, 보수 언론의 색깔론 공격을 자극해 탈당의 명분 쌓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청호 구의원의 얘기 마저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이청호 / 통합진보당 부산 금정구의원
- "그러니까 지금 명분 쌓기를 하고 있는 거죠. 그 사람들이 직접 나가서 할 수 있겠습니까?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누군가가 당 내부에서 색깔론이나 이런 것을 이야기 해 주고 싶겠죠. 조, 중, 동이야 늘 쓰는 말들이 그거니까 당연히 그러려니 하고 있지만 당 내부의 누군가나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색깔론을 제기 하면 그제야 봐라, 우리가 이야기 하던 것 아니냐? 이렇게 우리는 억울하다라고 하면서 명분 쌓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청호 구의원은 이것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것이 이청호 구의원만의 생각일까요?
이석기 당선인이 어제 강기갑 위원장과 면담을 거부하고 김재연 당선인이 사퇴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이제 '정말 구당권파가 원하는 것은 분당이겠구나'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구당권파인 이상규 당선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비례 대표 사퇴와 출당은 당이 분당할 수밖에 없는 시나리오'라고 말했습니다.
분당이 서서히 물 위로 떠오르는 모습입니다.
구당권파가 일부러 유도한 것이든 아니든, 탈당과 분당의 명분 쌓기도 이뤄지는 듯합니다.
새누리당은구당권파의 사상 제를 제기하고 이들의 국회 입성을 막기 위한 법률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임태희 새누리당 대선 후보도 가세했습니다.
▶ 인터뷰 : 임태희 / 새누리당 대선 후보
-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부정으로 당선된 사람(의원)을 실질적인 제도로 배제할 수 있어야 한다"
보수 언론과 새누리당의 공격은 이석기 당선인과 구당권파에게 어떻게 작용할까요?
보수세력으로부터 혹독하게 당하는 구당권파를 보면서 등을 돌렸던 진보세력이 동정심을 보일까요?
보수와 진보의 세력 다툼으로 전선이 확장되면서 이들에 대한 진보층의 분노와 절망감은 작은 것으로 치부되면서 그냥 덮일까요?
혹 이것은 이석기 당선인과 구당권파가 원하는 시나리오는 아닐까요?
이석기 당선인이 이 말을 듣는다면 아마도 허무맹랑한 소설 같은 얘기라며 웃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석기 당선인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만큼 이석기 당선인과 구당권파의 행동은 예측을 가능케 하는 보편적 기준과 일반적 상식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MBN 뉴스 M (월~금, 오후 3~5시)
통합진보당 강기갑 비대위원장은 어젯밤 10시 구 당권파의 핵심으로 알려진 이석기 당선인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프레시안 보도를 보면 이석기 당선인은 약속 10분 전에 개인적인 이유로 면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고 합니다.
강기갑 위원장은 이석기 당선인을 만나 무릎을 꿇어서라도 이달 안으로 사퇴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할 예정이었습니다.
이석기 당선인이 강 위원장을 만나더라도 사퇴요구를 받아들였을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입니다.
오히려 이석기 당선인은 강 위원장을 만나 사퇴 요구가 부당하며, 혁신 비대위도 인정할 수 없다는 역공세를 펴려고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왜 면담을 취소했을까요? 그것도 약속 10분 전에?
어쩌면 이석기 당선인은 여론을 의식했을지 모릅니다.
강기갑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무릎까지 꿇고 당을 위해, 진보 정치를 위해 사퇴를 간청했는데도 이를 거절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안 그래도 민심과 당심으로부터 외면받는 구당권파는 더 고립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렇다고 강 위원장이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구 당권파의 주장을 수용할 가능성도 없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결국, 이석기 당선인이 강 위원장을 만나 득이 될 건 하나도 없었을 법합니다.
이석기 당선인은 대신 그동안 극도로 꺼리던 각종 방송에 직접 나와 자신의 주장을 펴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신 당권파 측이 안건을 강행 처리함으로써 폭력을 유발시키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있다는 것을 아주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부정이 한 70%나 50%는 돼야 총체적 부정, 부실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좀 철저한 진실규명을 해서 있는 그대로 날것 그대로 보여드리면 우리 국민 여러분이 더 나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 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야권 연대를 두려워하는 세력이 야권연대를 파탄시키려는 거대한 음모다'
자신의 사퇴는 오직 당원 총투표를 통해서 당원의 의사를 물어야만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강기갑 위원장도, 그리고 민심도, 당원 외에 그 어떤 것도 자신을 사퇴시킬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쯤 되면 이석기 당선인은 자기 내면의 목소리만 들을 뿐, 자기 밖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 신념과 자기 확신이 너무 강한 나머지 세상 모든 사물이 자기 주관적 시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침묵을 지키는 전략을 깨고 대중과 민심을 향해 직접 호소하는 것으로 바꾼 이 전략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정말 당원 대중은 이석기 당선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떡일까요?
혹시 메아리 없는 외침은 아닐까요?
이석기 당선인의 이런 확고한 입장은 다른 구 당권파 당선인들의 행동 지침으로 이어지는 듯합니다.
김재연 당선인은 앞서 6시쯤 강기갑 위원장을 만나 사퇴 의사가 없다는 뜻을 거듭 전달했습니다.
두 사람의 사퇴 거부에 민심은 더 싸늘해지고 있습니다.
통합진보당 당원의 40%를 차지하는 민주노총 역시 이들이 사퇴하지 않으면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조건부 지지철회를 결정했습니다.
당 비대위도 이들의 출당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20일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당 비대위가 이들을 출당시키겠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의 출당은 이제 불가피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혹시 이석기 당선인을 비롯한 구당권파가 원하는 것이 출당조치 아닐까요?
당권파 지역구 당선인까지 합쳐 의원 7명으로 새로운 정당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요?
비례대표 부정 경선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부산 금정구 이청호 구의원의 얘기입니다.
▶ 인터뷰 : 이청호 / 통합진보당 부산 금정구 의원(5월17일 뉴스 M)
- "아마 제가 볼 때는 자기들은 출당을 해 달라는 것이 지금 뭐, 아마 그분들은 분당까지도 생각하면서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해 봅니다."
이석기 당선인이 스스로 제 발로 나가서 분당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출당조치를 당하면 의원직을 유지한 채 새로운 정당을 만들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석기 당선인과 구 당권파는 버티기를 통해 비대위를 자극해 출당의 명분을 쌓고, 보수 언론의 색깔론 공격을 자극해 탈당의 명분 쌓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청호 구의원의 얘기 마저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이청호 / 통합진보당 부산 금정구의원
- "그러니까 지금 명분 쌓기를 하고 있는 거죠. 그 사람들이 직접 나가서 할 수 있겠습니까?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누군가가 당 내부에서 색깔론이나 이런 것을 이야기 해 주고 싶겠죠. 조, 중, 동이야 늘 쓰는 말들이 그거니까 당연히 그러려니 하고 있지만 당 내부의 누군가나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색깔론을 제기 하면 그제야 봐라, 우리가 이야기 하던 것 아니냐? 이렇게 우리는 억울하다라고 하면서 명분 쌓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청호 구의원은 이것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것이 이청호 구의원만의 생각일까요?
이석기 당선인이 어제 강기갑 위원장과 면담을 거부하고 김재연 당선인이 사퇴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이제 '정말 구당권파가 원하는 것은 분당이겠구나'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구당권파인 이상규 당선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비례 대표 사퇴와 출당은 당이 분당할 수밖에 없는 시나리오'라고 말했습니다.
분당이 서서히 물 위로 떠오르는 모습입니다.
구당권파가 일부러 유도한 것이든 아니든, 탈당과 분당의 명분 쌓기도 이뤄지는 듯합니다.
새누리당은구당권파의 사상 제를 제기하고 이들의 국회 입성을 막기 위한 법률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임태희 새누리당 대선 후보도 가세했습니다.
▶ 인터뷰 : 임태희 / 새누리당 대선 후보
-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부정으로 당선된 사람(의원)을 실질적인 제도로 배제할 수 있어야 한다"
보수 언론과 새누리당의 공격은 이석기 당선인과 구당권파에게 어떻게 작용할까요?
보수세력으로부터 혹독하게 당하는 구당권파를 보면서 등을 돌렸던 진보세력이 동정심을 보일까요?
보수와 진보의 세력 다툼으로 전선이 확장되면서 이들에 대한 진보층의 분노와 절망감은 작은 것으로 치부되면서 그냥 덮일까요?
혹 이것은 이석기 당선인과 구당권파가 원하는 시나리오는 아닐까요?
이석기 당선인이 이 말을 듣는다면 아마도 허무맹랑한 소설 같은 얘기라며 웃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석기 당선인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만큼 이석기 당선인과 구당권파의 행동은 예측을 가능케 하는 보편적 기준과 일반적 상식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MBN 뉴스 M (월~금, 오후 3~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