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 시사 엿보기] '문재인-안철수 공동정부'와 '이재오 개헌'
입력 2012-05-11 11:44  | 수정 2012-05-11 17:22
문재인 민주통합당 고문이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안철수 원장에게 연합 공동정부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단일화를 이뤄 대선에서 승리한 뒤 한 사람이 대통령을 하고, 다른 사람이 총리를 하자는 겁니다.

1997년 김대중-김종필 DJP 연합과 같은 구상입니다.

문 고문은 안철수 원장과는 적어도 정권교체를 바라보는 관점이랄지, 앞으로 우리 사회의 방향이나 가치, 시대정신 등에서 많이 가깝다며 얼마든지 합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자신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며 주역을 할 테고, 그렇지 않다면 정권 교체에 조연 역할을 해도 충분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안철수 원장과 후보 단일화에서 져도 깨끗하게 승복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문 고문은 왜 이런 제안을 내놨을까요?

상식적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입니다.


문재인 고문과 안철수 원장이 제각각 대선에 나서면 야권표가 분산돼 박근혜 새누리당 위원장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합니다.

그런데 최근 안철수 원장 측의 기류를 보면 민주통합당 입당보다는 독자적 정치 세력화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혹시 문 고문은 안 원장이 독자적 정치 세력화를 이뤄 끝까지 대선을 완주할까 우려하는 걸까요?

정치전문가들은 안 원장이 대선 막판에 민주통합당 후보와 후보 단일화를 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문재인 고문은 안 원장이 독자 출마하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듯합니다.

민주통합당이 맞게 될 최악의 상황도 공동 정부 제안의 배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가 뭐래도 민주통합당은 제1야당인데,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안 원장에게 패해 대선 후보를 내지 못한다면 큰 망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쩌면 정당으로서 존립 기반이 무너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공동 정부가 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안 원장이 단일 후보가 돼 대통령이 되더라도, 민주통합당 후보가 패해 국무총리가 되더라도 민주통합당은 공동 여당으로서 명분과 실리를 챙길 수 있습니다.

이것은 지극히 실리적 측면에서 본 공동정부론입니다.

문재인 고문은 여기에 더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집권하면 경제 민주화와 복지 확충 등 여러 가지 계획들을 안정적으로 끌어가는 세력 기반을 확대한다는 의미도 있다'

민주통합당에 반대해도 안 원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까지 끌어안게 되면 국정 운영은 상당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제안에 안 원장은 어떤 답을 내놓을까요?

안 원장은 대선 출마 고민과 함께 공동 정부 고민도 같이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박근혜 새누리당 위원장은 또 어떤 생각을 할까요?

문 고문의 이런 제안에 안 원장이 아직 답을 하지 않은 만큼, 박 위원장이 먼저 의견을 밝힐 필요는 없겠죠.

그러나 내심 이런 공동정부 제안이 성사된다면 박 위원장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합니다.

박근혜 위원장을 긴장시키는 것은 또 있습니다.

바로 이재오 의원이 들고 나온 개헌입니다.

이재오 의원은 어제(10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분권형제의 개헌을 공약으로 걸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재오 / 새누리당 의원(5월10일)
- "끊임없이 반복되는 권력형 부정 부패는 이제는 개인의 도덕적 자질 이전에 권력구조의 문제로 보아야 합니다. 대통령 1인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어느 정당이 집권당이 되든, 극한의 정쟁과 권력독점에 따른 폐해를 피해갈 수 없습니다."

87년 민주항쟁의 산물인 대통령 5년 단임제하에서 절대 권력을 가진 대통령은 결국 끝에 가서는 부패로 모두 무너졌다는 게 이재오 의원의 말입니다.

절대권력을 쥔 만큼 부정부패가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대통령은 외교 국방 등 외치를 하고, 나라 안 살림은 총리에게 맡기자는 겁니다.

또 4년 중임제를 위해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3년만 하고 물러나 20대 총선인 2016년부터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같이 뽑자는 말도 했습니다.

2007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임기 중 이런 식의 개헌을 제안했지만,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당시 이를 받지 않았습니다.

정권교체가 뻔히 보이는데, 굳이 자신들이 잡을 대통령 권력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개헌을 할 이유가 없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박근혜 위원장이 개헌을 바라보는 마음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여기서 한 발짝만 더 가면 절대 권력을 잡을 수 있는데, 지금 그 권력을 약화시키는 개헌이 마음에 들까요?

그렇다고 마냥 거부하기도 불편할 듯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비리까지 연일 터지면서 5년 대통령 단임제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이전 대통령들과 달리 부정부패 없이 잘 할 수 있으니 믿어달라'고 말하면 될까요?

박 위원장으로서는 고민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왜 이재오 의원은 이 시점에 개헌을 꺼냈을까요?

오래전부터 개헌을 얘기했고, 또 그 필요성이야 많은 사람이 공감했지만 왜 하필 이 시점일까요?

앞에 말한 것처럼 개헌 얘기가 나오면 가장 곤혹스러워 할 사람이 박근혜 위원장이기 때문일까요?

이런 상상이 영 엉터리일까요?

이재오 의원의 진짜 속내를 알 길이 없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박근혜 위원장은 문재인-안철수 공동정부와 개헌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풀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선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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