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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야기 춘향전, 왜 외국인들에게만 통하고 있을까
입력 2012-05-07 20:37 

[매경닷컴 MK스포츠 박정선 기자] 국악뮤지컬 ‘미소는 한국의 고전 러브스토리 ‘춘향전에 우리의 춤, 음악, 풍물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지금까지 65개국 110여개 도시에서 해외공연을 진행했으며 국내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행사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러한 성공적 운영을 발판으로 지난해 7월부터는 경주에서 ‘미소2-신국의 땅, 신라공연이 열리고 있다.
뮤지컬 ‘미소는 온전히, 그리고 노골적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 실제로 매회 객석의 90% 가까이 외국 단체 관광객이다. 이에 대사 한마디 없이 몸짓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관객들과 소통한다.
공연은 각 장마다 신국악가요, 민요, 판소리 등을 적절히 버무려 우리 소리의 다양성을 과시한다. 또 북소리사위(합주)와 오고무로 학도의 집요하고 적극적인 사랑을 역동적으로 표현한다. 춘향의 처형 장면에서 비장한 검무는 긴장감을 한껏 고조시킨다.

극중 버나 돌리기(남사당놀이에서 사발이나 대접 따위를 막대기로 돌리는 묘기) 체험은 공연이라기보다 관광코스의 전형을 보는 듯하지만, 여느 뮤지컬과 달리 관객들은 주변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신나게 박수를 쳐댄다.
다채로운 볼거리에도 불구하고 ‘미소는 뮤지컬이라는 형식을 표방한 것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한다. 출연자들의 노래가 극히 드물고, 전문 뮤지컬 배우가 아닌 무용수들을 무대에 세워 극의 몰입도가 떨어진다. 결국 이들의 간절한 염원이나 사랑 표현은 월매를 통해서만 들을 수 있다. 제 3자를 통해 듣는 노래는 그다지 새로운 형식이 않을뿐더러 호소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또 극이 시작하기 전 스크린을 통해 춘향전 스토리를 설명하는데(그것도 아주 짧다) 외국인들이 이해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무언극으로 시작했다가 중반 즈음 삽입되는 약간의 대화에는 자막이 없다. 단지 신명나는 소리와, 예스러운 풍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배경, 화려한 춤사위만으로 외국인들의 눈과 귀를 홀린 것으로 보인다.
‘미소는 최고의 고전 서사와 다양한 국악요소를 바탕으로 국내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을 공연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충분함에도 철저히 외국인 유치에만 치중한 외양이다. 춘향전은 한국인들의 정서를 자극해 최고의 감동을 안길 수 있는 이야기다. 한국 관객의 발길이 뜸한 이유는, 외국인들을 위해 한국인들의 감정선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럴 거라면 훌륭한 이야기가 왜 필요했던 건지, 춘향이가 절창을 부르며 통곡할 일이다. 관광객 체험 형식을 줄여서라도 이야기 전달에 충실하면 어떨까. ‘미소는 ‘난타류의 넌버벌퍼포먼스와는 다르다.
춘향 역에 이슬아 김지영 홍지선, 몽룡 역 정준용 최석열 전진홍, 학도 역 정승욱 이규운 이혁이 열연한다. 오픈 런. 서울 정동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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