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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스파이크가 가요계에 던진 네 가지 화두
입력 2012-05-02 14:52 

작곡가 겸 프로듀서 돈스파이크가 최근 신곡 '인기없던 노래'(with 김연우)를 발표하며 해당곡의 작업 과정을 트위터를 통해 차례로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작곡가 노트'로 불리는 이글들은 '인기없던 노래'의 멜로디를 만들고, 가사를 의뢰하고, 가창자를 선정하고, 편곡을 하는 과정을 하나씩 기록한 내용이다. 각각의 내용들이 우리 가요계의 현실과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어 주목할 만 하다.

"주문형 맞춤제작 음악"
"얼마전 낡은 노트에서 5년전 작업했던 곡을 발견했다. 기계처럼 이어지는 편곡작업에 이유없이 떠난 여행지에서 문득 떠오른 멜로디의 흔적. 기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주문 맞춤 제작이 아닌 내 음악을 만들고 싶던 순수했던 시절이었다."
돈스파이크는 자신의 작곡노트를 통해 '주문형 맞춤제작' 음악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던졌다. 특히 최근 대형기획사를 중심의 곡 작업방식과 작곡가들의 행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
실제로 국내 가요계는 한 장르 혹은 스타일이 유행을 하기 시작하면 비슷한 곡들이 쏟아져 나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제작자들이 작곡가에게 이 같은 곡 작업을 직접적으로 의뢰하기 때문.
우리가요계에서 90년대가 이승환, 신해철, 서태지, 신승훈, 015B, 푸른하늘 등의 뮤지션들이 동시에 활동하며 각각의 뮤지션들이 자신의 고유한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노력했다면 현재는 상업적인 성공이라는 유일한 목표 아래 곡들을 만들다 보니 낯설고 새로운 무언가 보다는 대중적인 코드에 전착하게 되는 결과를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보컬의 부재"
맑은 음색, 청명한 고음. 깊은 감정을 소화할 보컬리스트가 필요하다. 보컬의 부재다. 타고난 음색만 믿고 노력하지 않는 보컬, 깊이 없이 기교로 버무려진 보컬, 개성 없는 소리만을 대량생산하는 제작자들 뿐이다 언제부터 음악에 산업이란 말을 붙이기 시작했는지 답답하다.”
'인기없던 노래'를 김연우에게 부탁하는 과정을 적은 글이다. 이 글에서는 국내 가요계의 보컬 부재에 대해서 언급한다. 보컬리스트의 부재 역시 우리 가요계의 큰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된다.
이는 일정부분 우리 가요제작자들의 책임이 크다. 돈스파이크 역시 이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 10년 넘게 댄스음악이 가요의 주류를 차지하며 보컬에 대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어졌다는 설명이다. 또 이 같은 시스템이 고착되며 보컬의 기준이나 조건 역시 한두가지로 집약되는 상황이다.
최근 '나는 가수다' 등을 통해 일부 보컬리스트들에 대한 재조명이 진행됐지만 이 역시도 누가 더 소리를 잘 지르냐로 흘러가는 것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실제로 자신만의 보컬 색이 뚜렸한 일부 가수들은 '나가수' 식 창법을 구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초반에 탈락하는 수모를 맛봤다.

"편곡에 대한 이해 無"
"간신히 오케스트라 편곡작업 끝! 순수한 영감으로 완성되는 작곡이라면 편곡은 치밀하고 집요한 노력, 집착, 끈기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편곡의 이해가 아직은 부족한 것이 아쉽다. 음악에 높고 낮음은 없으나 분명 노력의 차이는 있다. 좋은 음악은 좋은 사운드가 아닌 감정의 전달에 있을 것이다. 요즘 테크니션과 뮤지션의 경계가 모호해진단 얘기는 싫다. 난 결코 뮤지션이 되련다."
국내 대중음악계에 편곡자들에 대한 인식이 다소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저작권법에도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은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된다'고 명시함으로써 편곡자도 저작권자의 지위를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대중들의 인식과는 큰 차이가 있다.
실제로 '나는 가수다'는 편곡방식의 차이가 감동의 차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어떤 편곡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곡의 느낌과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지는 것. 또 편곡의 작곡과 달리 표현하는 모든 악기에 대한 체계적이고 이론적인 이해 없이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외계어 남발‥가사는 영혼이다"
"가사만 읽어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던 노래가 그립다. 무의미한 단어들과 알 수 없는 외계어로 감동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과연 무엇을 느낄까. 멜로디가 몸이라면 가사는 영혼이다."
돈스파이크의 지적은 최근 우리 가요, 특히 아이돌 중심의 소위 K-팝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는 현상이다. 후크송의 유행과 함께 반복되는 발음이 주는 효과를 노리고 조합된 가사들은 전달해야 할 메시지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
'야야야' '삐리뽐빠리뽐' '누예삐오' '아틸리사이' 삐리빠빠 등 가사들은 좀처럼 어떤 내용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또 이 가사들이 곡 전체에 끊임없이 반복된다. 소위 중독시키기 위함이다.
실제로 작사 작업은 작곡 못지 않은 음악적 집중력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작가가 단순히 문학적인 소질로 가능한 영역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아무리 좋은 의미를 가진 문장도 실제 노래로 불렀을 때 듣기 좋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 가사는 음률과 의미를 조화시키는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돈스파이크는 새롭게 시작하는 나는 가수다2에 김연우의 전담 편곡자로 호흡을 맞춰 참여할 예정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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