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내국인 해외여행객 수가 월 100만 명 선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항공편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장거리 항공 여행자들은 좁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 몸을 많이 움직이지 못하고 고정된 자세로 있어 다리가 퉁퉁 붓거나 저리는 등의 현상을 경험한다. 일부 학계에서도 이런 증상으로 인해 혈전 발생의 위험도가 높다고 보고 있다.
최근 이러한 트렌드 때문에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는 심부정맥 혈전증을 일컫는 말로, 다소 좁거나 불편한 비행기의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에서 오랜 시간 움직이지 못하여 혈액순환에 방해가 되는 것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심부정맥혈전증은 하지의 정맥 내에 생긴 혈전 때문에 발생한다. 이 혈전이 우심방, 우심실을 거쳐 폐동맥을 막을 경우, 폐색전증으로 발전하여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폐색전증은 폐 혈관이 혈전이나 공기에 의해 막히는 질환이다. 특히 하지에서 생긴 혈전은 길고 크기 때문에 폐동맥의 혈류를 완전히 차단 시킬 수 있다. 폐색전의 크기에 따라 우심실부전, 늑막성 흉통, 청색증 등이 유발하기도 한다. 대부분 폐색전증은 아무런 자각 증상을 유발하지 않거나 일시적인 호흡곤란만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위험하다.
폐색전증과 심부정맥혈전증 모두 정맥혈전색전증의 종류로, 다리의 심부정맥에 혈전이 생기면 심부정맥혈전증, 다리 정맥에서 기인한 혈전이 혈류를 타고 폐로 이동해 폐동맥을 막으면 폐색전증이라고 부른다. 이 질환은 장거리 여행 외에도, 외상이나 수술 후 누워있는 시간이 지속되거나 한 자세로 혈류가 정체될 경우 발병 위험이 커진다.
예방을 위해서는 혈류 정체를 방지하기 위해 장기간 부동 자세로 있는 것을 피하고, 자주 스트레칭을 해주어야 한다. 특히, 고관절 및 슬관절 인공관절 수술, 신경외과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정맥혈전색전증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군으로, 수술 후에 이와 같은 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항응고제 등으로 적극적인 예방적 요법을 시행해야 한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약물이기도 한 혈액응고억제제는 간단히 말해 혈액응고로 인한 잠재적인 사망을 예방치료하기 위한 약제다. 더 쉽게 풀어 설명하자면 혈액을 묽게 하여 피떡(혈전)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 그로 인해 다른 질환이 생기지 않도록 돕는 약이다.
혈액응고억제제의 역사는 1930년대 헤파린과 같은 주사제가 처음 나온 이후, 1950년대 최초의 경구용 항응고제가 시판이 되기 시작하면서 변천해 왔다. 특히 50년대 상용화되기 시작한 경구용 항응고제 와파린은 지금까지도 사용될 정도로 항응고 효과가 뛰어나지만, 실제 환자들과 의료진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한 점이 있다. 이는 작용 발현이 늦고 치료역이 좁아 혈액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면서 용량 조절을 잘 해야 효과를 볼 수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음식물과 상호 작용하는 점 때문에 와파린을 처방하는 환자에게는 식이 요법에 대해 교육을 시행해야 하는 등 복약 면에서도 환자의 삶의 질 면에서도 불편을 끼친다.
최근에는 이런 와파린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신약이 개발이 되어 시판되고 있다. 혈액 내에는 혈액 응고를 담당하는 여러 가지 작용 인자가 있는데, 이중 가장 주요한 부위에서 작용하는 응고 인자인 Factor Xa 인자를 직접적으로 억제하는 효능이 특징이다.
이러한 신개념 항응고제들은 대부분 경구용이면서도 와파린의 불편한 점이었던 용량 조절, 식이 제한, 약물 제한 등의 제한점을 크게 개선시킨 특징이 있다. 물론, 약의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도 대규모 임상을 통해 입증된 바 있어 향후 이런 새로운 항응고제에 대한 많은 관심과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처럼 혈전에 의해 발생하는 심부정맥혈전증, 폐색전증 등은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며, 생활 속 습관으로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지피지기라는 말이 있듯이, 질병에 대해 숙지하고 수시로 몸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좋다. 혹시라도 장시간 비행기를 탈 일이 있다면 미리 진단 받아 미연에 혈전증을 예방하는 것이 어떨까.
[세계로병원 박상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