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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레이디 가가는 진짜 악마(樂魔)였다
입력 2012-04-28 08:07 

세계적인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3년 만에 한국을 찾아 4만 5천여명의 국내 팬들과 만났다.
27일 오후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레이디 가가의 내한공연은 단독공연으로는 1996년 고(故) 마이클 잭슨 첫 내한 공연 이후 최대의 물량과 장비, 관객동원을 기록한 해외 아티스트의 공연이었다. 이날 레이디가가는 하이웨이 유니콘(Highway Unicorn)을 시작으로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 ‘배드 로맨스(Bad Romance), ‘저스트 댄스(Just Dance), ‘포커페이스(Poker Face), ‘파파라치(Paparazzi) 등 히트곡 총 23곡을 불렀다.

18금(禁) 공연이 뭔지 보여주마”
레이디 가가는 등장부터 충격이었다. 중세의 성(城)을 모티브로 한 세트에서 말을 타고 무대로 나타난 것. 이어 공연의 전체 콘셉트인 ‘킹덤 오브 페임(Kingdom of Fame)의 탄생을 알리는 출산 퍼포먼스와 함께 본격적인 공연이 펼쳐졌다. 이날 레이디 가가는 한국 정부가 이번 공연을 18세 이상 관람가로 정했다고 들었다. 오늘 18세 이상 관람가 공연이 뭔지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1시간 50분 가량의 공연동안 레이디 가가는 총 12벌의 의상을 소화했다.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완성한 이번 투어의 의상은 그로테스크함과 성스러움을 넘나들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노출 의상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콘셉트 자체의 파격에 비할 바 아니었다. 레이디가가가 오토바이 자체가 되는 콘셉트의 의상도 있었다.

무대 퍼포먼스 역시 매 곡마다 다분히 충격을 의도했다. 집단 구타를 당하는 듯 한 퍼포먼스, 동성애를 연상케 하거나 레이디 가가가 다수의 남성과 난교를 하는 듯 한 퍼포먼스, 고기를 가는 기계에 사람을 거꾸로 집어 넣는 등의 퍼포먼스 등 시종일관 관객들의 시선을 홀리고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가가의 성(城), 압도적 스케일 현란한 연출”
이날 공연은 무대부터가 압도적이었다. 5층 높이로 중세 고딕풍 성(城) 형태의 세트는 곡에 따라 전체가 반으로 나눠지며 성의 내부를 드러냈다. 또 객석을 향해 D자 형태의 돌출무대가 설치됐다. 레이디 가가는 곡의 장르와 스타일에 맞춰 성 안 곳곳을 휘젓고 성 안에서 돌출무대 중간으로 깜짝 등장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연출을 선보였다.
공연 시작과 함께 무대 위에 높은 곳에 매달려 있던 입체 영상 조형물에는 레이디 가가의 얼굴이 그로테스크하게 비춰졌다. 이 조형물은 레이디 가가 자신, 또는 그를 지배하는 또 다른 자아로 공연 전체의 스토리와 분위기를 설명해주는 역할을 했다. 이 조형물은 ‘킹덤 오브 페임의 종말을 선언하듯 공연 막바지에 레이디 가가의 총에 죽음을 맞는다.
레이디 가가의 공연은 세트의 활용방식에 따라 뮤지컬이 되기도 하고, 마술쇼가 되기도 하고, 록 밴드의 콘서트가 되기도 하고, 댄스 퍼포먼스 쇼가 되기도 했다.
곡 사이사이 관객들을 향해 직접 멘트를 전달하는 시간들도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문구들로 이뤄져, 공연의 전체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치밀한 연출처럼 보였다. 여기에 레이디가가의 열정적인 퍼포먼스와 파워풀한 가창력이 더해져 공연 전체가 한편의 드라마 이상의 짜임새를 갖췄다.

가가교(敎)의 열광적인 신도들
레이디 가가의 공연장 주변에는 레이디 가가와 비슷한 의상을 입은 팬들로 넘쳤다. 레이디가가의 상징이었던 번개 모양의 페이스 페인팅을 한 관객들이 다수 눈에 띄었으며 킬 힐, 과도한 장신구, 그로테스크한 액세서리 등을 한 관객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머리카락 전체를 리본 모양으로 연출한 헤어스타일이나 독특한 모양의 안경들을 쓴 팬들도 모두 레이디 가가의 평소 의상 취향을 고스란히 따른 것이었다. 전신 레이스 타이즈를 입은 남성 팬까지 등장했다. 공연장 주변은 낮부터 이 같은 차림의 팬들로 이미 축제 분위기였다.
실제로 해외 공연의 경우 레이디 가가 다운 창의적인 스타일의 의상을 입고 온 관객들은 레이디 가가 스태프들에게 뽑혀 무대 바로 앞에 설치된 몬스터 핏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이벤트도 열린다.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진행된 DJ 타임에도 관객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레이디 가가의 열혈 팬들로 일찌감치 공연장을 방문한 스탠딩 쪽 관객들은 사전 DJ 타임부터 이미 열광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레이디 가가의 등장 이후 이 관객들이 쏟아낸 에너지는 잠실 주경기장을 들썩이게 하기 충분했다. 일반적으로 좌석에서 잘 일어나지 않는 2~3층의 지정석 팬들도 공연 30분이 지나자 모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날 공연에서는 잠실 주경기장의 반사음으로 인한 전체 사운드의 불안정함과 큰 공연장임에도 불구하고 뒤쪽 관객의 시야까지 전달하지 못하는 작은 스크린 등에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그 같은 약점들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진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음악의 마법을 부리는 악마(樂魔) 였음을 증명하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시간이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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