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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3일, 영덕 축산항의 ‘만선을 꿈꾸는 사람들’
입력 2012-04-23 00:16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지나 기자] 22일 방송된 KBS2 ‘다큐멘터리 3일이 만선의 꿈을 꾸며 새벽을 여는 축산항 사람들의 72시간을 담았다.
경북 영덕에 위치한 축산항. 다닥다닥 붙은 횟집과 상점들은 2층을 넘지 않고, 일부에서는 아직도 간판 없이 유리문에 직접 상호를 쓴다. 항구 한편에는 수작업으로 목선을 만드는 조선소도 있다. 이름난 관광항구와 비교하자면 낡고 투박하며 초라하지만, 이곳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그 누구의 삶보다 역동적이다.
매일 새벽 3시, 축산항 사람들은 가족을 위해 매순간 파도와 싸우며 최선을 다해 물질을 하지만 바다는 순순히 자신의 것을 내어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들은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 오늘이 아니라면 내일, 또 그 다음 내일을 기약하며 그물을 짜고 출항을 준비한다.
예년 같으면 광어나 가자미가 한가득 잡힐 철이지만 겨울이 길었던 탓에 생선이 담길 바구니는 소들하기 짝이 없다. 더 잡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이만 그물을 접는다. 6시에 시작되는 경매 시간에 맞춰 도착하지 못하면 애써 잡은 고기조차 팔 수 없기 때문이다.

새벽 5시 30분 경매 시간이 임박한 항구는 부랴부랴 입항하는 배들로 분주해진다. 그 시각 부둣가는 한치, 문어, 광어, 가자미 등 생선들의 경연장으로 탈바꿈한다. 하루 딱 한 번 새벽 6시에 찾아오는 비린내 물씬한 경매 현장은 축산항이 가장 싱싱해지는 시간이다. 갓 잡은 수산물이 일제히 좌판에 깔리고 위판장은 중도매인들의 눈치 경쟁과 선주의 기대 섞인 시선으로 뜨겁게 달궈진다.
과거 사업에 두 번 실패하고 대게잡이로 세 번째 인생역전에 나선 선주 김영진 씨는 매일 만선을 꿈꾸며 그물을 당기지만 번번이 허탕을 친다. 암컷 대게나 몸통 9cm 이하의 치어를 잡을 경우에는 어족자원 보호법에 따라 방생해야 하기 때문에 돈이 되는 대게는 한 번 나갈 때 겨우 40여 마리 뿐이다.
선원 월급을 주고나면 기름 값도 안 나올 판. 벌써 한 달 째 이런 상황이니 속이 탈만도 하다. 그래도 바다와 동고동락하며 많은 것을 배운 김 씨에게 바다는 언제나 고마운 존재다. 비록 오늘은 빈 손일지라도 다가 오는 내일을 믿기에 마음은 부자다.
매일 달라지는 파도가 그렇듯 인생이라는 바다도 마찬가지.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먹구름 속이더라도 바다에는 언제나 희망이 숨어있다. 저마다의 그물을 짜며 삶을 물질해 온 바다 사람들은 밝아올 내일의 태양을 기다리며 오늘도 ‘만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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