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라 누군가 얘기했듯, 요즘 정치권도 그런 듯합니다.
이명박 정부 내내 이른바 큰 소리 내지 못하고 숨죽여 지낸 친박계가 요즘은 달라진 위상만큼 언론에 자주 등장합니다.
반면 110명에 달하던 친이계 의원은 이번 19대 총선을 거치며 29명 정도로 줄어 과거 그 위세가 어디로 갔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권력이 집중되면 시끄럽기 마련인가요?
애초 공천하기에 부적격했던 김형태 당선인과 문대성 당선인을 박근혜 위원장에게 추천한 사람이 친박계 핵심 중진의원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이들이 문제가 됐을 때도 일단 사실 확인을 한 뒤 출당 여부를 결정하자며 박근혜 위원장에게 신중론을 편 사람도 친박계 중진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자신들이 따르는 박근혜 위원장의 리더십에 크나큰 손상을 입혔습니다.
그래서 친박계 내에서는 자중 또 자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친박계 의원인 이한구 의원이 MBN과 가진 인터뷰 내용입니다.
▶ 인터뷰 : 이한구 / 새누리당 의원(4월19일)
- "이번에는 자꾸 나설 생각하지 마라. 박근혜 위원장이 대통령 후보 되면 야당 쪽에서 별의별 공격을 다 해올 텐데 그때 방어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험한 일을 해야지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고 벌써 실세니 어쩌니 이야기를 듣고 다닌다면 그것은 친박이라고 할 수 없다. 박근혜 위원장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은 친박이라고 할 수 없다."
이번 총선을 거치며 너도나도 박근혜 위원장과 인연을 내세우고, 같이 찍은 사진을 대문짝만 하게 내걸며 당선한 사람들에게 조용히 있으라고 하는 이 말이 과연 먹힐까요?
문대성 당선인이 탈당 번복의 근거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이름을 들먹여 새누리당을 발칵 뒤집어 놓은 것처럼 말이죠.
친이계인 안형환 의원의 말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안형환 / 새누리당 의원(4월19일)
- "이분이 당과 박근혜 대표에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는 표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당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한 것은 이해가 가는데 박근혜 대표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려고, 국회 위원당선자는 헌법기관에서 그런데 특정 개인에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는 표현을 보고 저런 분이 설사 그런 마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런 식의 노출은 국민에게 나쁜 영향을 줍니다."
당권을 잡은 친박계 내부에서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는 사이 소수로 전락한 친이계도 다시 전열을 가다듬는 모습입니다.
특히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던 이재오 의원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며 박근혜 위원장과 친박계를 견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재오 의원은 어제 트위터에 '깜이 엄마'의 입을 빌려 박근혜 위원장을 비판했습니다.
깜이 엄마는 이재오 의원의 트위터에서 지역주민으로 나오는 인물입니다.
어떤 말인지 한번 볼까요?
"깜이 엄마 왈, 보기 싫은 사람 쫓아낼 때는 속전속결로 사생결단하더니 자기 사람 잘못은 눈감고 하늘만 보니 그래서 국민에게 표를 얻겠나"
공천 과정에서 친이계를 쫓아낼 때는 사생결단하더니, 김형태 문대성 당신인 잘못은 눈감고 있다는 뜻일까요?
이 의원은 앞서 지난 16일에도 트위터에 '노선이 다르거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는 함께 정치를 할 수 있어도 부패한 전력이 있거나 파렴치한 전력 있는 사람들을 주위에 세워두면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고 박 위원장을 에둘러 비판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재오 의원의 트위터 화법이 친이계의 궁색한 처지를 반영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친이계가 친박계 견제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제 다수가 된 친박계와 소수가 된 친이계는 서로 달라진 위상을 새삼 느끼고 있을 법합니다.
새누리당에 친박과 친이라는 계파가 있다면, 민주통합당에는 친노와 비노라는 계파가 생긴 듯 합니다.
한명숙 전 대표와 문재인 고문, 이해찬 전 총리, 김두관 경남지사로 대표되는 친노진영은 민주통합당 통합 과정에서 권력의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4년 전 스스로를 폐족이라 부르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 같았던 친노의 화려한 부활이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도 친노가 공천을 사실상 좌지우지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거 패배 원인을 놓고 친노 진영에 책임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른바 옛 민주계와 소수 비주류입니다.
얼마 전 전남 지역의 민주통합당 당선자 9명이 모였는데요. 여기에 참석했던 이낙연 의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낙연 / 민주통합당 의원(4월18일)
- "첫째는 중요한 정치적 현안들에 대해서 할 말은 하자. 목소리를 내자는 것이고요. 두 번째는 정책적으로 중요한 선택을 할 때에는 최대한 공동 대응하자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뭉치자. 할 말은 하자. 이 두 가지가 결론이었습니다."
당권을 잡은 친노 진영에 맞서 이른바 비노 세력이 힘을 합쳐 할 말은 하자는 뜻일까요?
친노와 비노의 대립은 안철수 교수의 영입시기를 놓고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친노인 정청래 당선인과 비노인 이종걸 의원의 얘기 차례로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정청래 / 민주통합당 당선인(4월16일)
- "안철수 교수가 당내로 들어오면 어쨌든 정당정치에 대한 옳든 그르든 싫어하는 분들이 많은데 안철수라는 상품이 당내 들어와서는 제대로 발휘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어요. 그래서 안철수 개인으로 보나 당으로 보나 제3지대에서 지금처럼 있는 것이 여러모로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궁극적으로 가서 안철수 교수가 새누리당 쪽으로 가지는 않지 않겠습니까? 그때 가서 원 샷 경선이든 이런 것을 하는 것이 대선 전략상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이종걸 / 민주통합당 의원(4월16일)
- "당 밖에 있는 안철수 박사인데 그분이 당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을 우리 스스로 마련해서 현재 심리적으로 혹시 검증이 안 됐기 때문에 끝까지 레이스를 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닌지도 걱정을 하는 분들마저도 검증될 수 있도록 장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친노와 비노의 세 대결은 곧 다가올 전당대회에서 펼쳐질 전망입니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놓고 친노 진영에 맞서 호남계와 비주류의 누구 누구가 누구 누구와 손을 잡는 얘기가 들립니다.
이처럼 정치란 어쩌면 계파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조선 시대에 관료들이 파벌을 이뤄 서로 경쟁했던 '붕당 정치'가 있었듯이, 아니 그 훨씬 전에 인류가 문명시대로 접어들었을 때부터 계파란 늘 정치에 따라붙는 꼬리표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정치에서 계파를 청산하자는 말은 처음부터 자기 모순적인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계파를 없앨 수는 없지만, 계파 정치로 인해 민생이 파탄 나고 국정이 혼란해 지는 것은 정치인들이 늘 경계해야 할 덕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랜 칩거 속에 다시 부활한 친박과 친노세력이 이런 정치를 잘 구현할 수 있을까요?
지켜보시죠.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hokim@mbn.co.kr ]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
이명박 정부 내내 이른바 큰 소리 내지 못하고 숨죽여 지낸 친박계가 요즘은 달라진 위상만큼 언론에 자주 등장합니다.
반면 110명에 달하던 친이계 의원은 이번 19대 총선을 거치며 29명 정도로 줄어 과거 그 위세가 어디로 갔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권력이 집중되면 시끄럽기 마련인가요?
애초 공천하기에 부적격했던 김형태 당선인과 문대성 당선인을 박근혜 위원장에게 추천한 사람이 친박계 핵심 중진의원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이들이 문제가 됐을 때도 일단 사실 확인을 한 뒤 출당 여부를 결정하자며 박근혜 위원장에게 신중론을 편 사람도 친박계 중진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자신들이 따르는 박근혜 위원장의 리더십에 크나큰 손상을 입혔습니다.
그래서 친박계 내에서는 자중 또 자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친박계 의원인 이한구 의원이 MBN과 가진 인터뷰 내용입니다.
▶ 인터뷰 : 이한구 / 새누리당 의원(4월19일)
- "이번에는 자꾸 나설 생각하지 마라. 박근혜 위원장이 대통령 후보 되면 야당 쪽에서 별의별 공격을 다 해올 텐데 그때 방어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험한 일을 해야지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고 벌써 실세니 어쩌니 이야기를 듣고 다닌다면 그것은 친박이라고 할 수 없다. 박근혜 위원장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은 친박이라고 할 수 없다."
이번 총선을 거치며 너도나도 박근혜 위원장과 인연을 내세우고, 같이 찍은 사진을 대문짝만 하게 내걸며 당선한 사람들에게 조용히 있으라고 하는 이 말이 과연 먹힐까요?
문대성 당선인이 탈당 번복의 근거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이름을 들먹여 새누리당을 발칵 뒤집어 놓은 것처럼 말이죠.
친이계인 안형환 의원의 말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안형환 / 새누리당 의원(4월19일)
- "이분이 당과 박근혜 대표에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는 표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당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한 것은 이해가 가는데 박근혜 대표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려고, 국회 위원당선자는 헌법기관에서 그런데 특정 개인에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는 표현을 보고 저런 분이 설사 그런 마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런 식의 노출은 국민에게 나쁜 영향을 줍니다."
당권을 잡은 친박계 내부에서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는 사이 소수로 전락한 친이계도 다시 전열을 가다듬는 모습입니다.
특히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던 이재오 의원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며 박근혜 위원장과 친박계를 견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재오 의원은 어제 트위터에 '깜이 엄마'의 입을 빌려 박근혜 위원장을 비판했습니다.
깜이 엄마는 이재오 의원의 트위터에서 지역주민으로 나오는 인물입니다.
어떤 말인지 한번 볼까요?
"깜이 엄마 왈, 보기 싫은 사람 쫓아낼 때는 속전속결로 사생결단하더니 자기 사람 잘못은 눈감고 하늘만 보니 그래서 국민에게 표를 얻겠나"
공천 과정에서 친이계를 쫓아낼 때는 사생결단하더니, 김형태 문대성 당신인 잘못은 눈감고 있다는 뜻일까요?
이 의원은 앞서 지난 16일에도 트위터에 '노선이 다르거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는 함께 정치를 할 수 있어도 부패한 전력이 있거나 파렴치한 전력 있는 사람들을 주위에 세워두면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고 박 위원장을 에둘러 비판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재오 의원의 트위터 화법이 친이계의 궁색한 처지를 반영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친이계가 친박계 견제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제 다수가 된 친박계와 소수가 된 친이계는 서로 달라진 위상을 새삼 느끼고 있을 법합니다.
새누리당에 친박과 친이라는 계파가 있다면, 민주통합당에는 친노와 비노라는 계파가 생긴 듯 합니다.
한명숙 전 대표와 문재인 고문, 이해찬 전 총리, 김두관 경남지사로 대표되는 친노진영은 민주통합당 통합 과정에서 권력의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4년 전 스스로를 폐족이라 부르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 같았던 친노의 화려한 부활이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도 친노가 공천을 사실상 좌지우지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거 패배 원인을 놓고 친노 진영에 책임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른바 옛 민주계와 소수 비주류입니다.
얼마 전 전남 지역의 민주통합당 당선자 9명이 모였는데요. 여기에 참석했던 이낙연 의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낙연 / 민주통합당 의원(4월18일)
- "첫째는 중요한 정치적 현안들에 대해서 할 말은 하자. 목소리를 내자는 것이고요. 두 번째는 정책적으로 중요한 선택을 할 때에는 최대한 공동 대응하자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뭉치자. 할 말은 하자. 이 두 가지가 결론이었습니다."
당권을 잡은 친노 진영에 맞서 이른바 비노 세력이 힘을 합쳐 할 말은 하자는 뜻일까요?
친노와 비노의 대립은 안철수 교수의 영입시기를 놓고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친노인 정청래 당선인과 비노인 이종걸 의원의 얘기 차례로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정청래 / 민주통합당 당선인(4월16일)
- "안철수 교수가 당내로 들어오면 어쨌든 정당정치에 대한 옳든 그르든 싫어하는 분들이 많은데 안철수라는 상품이 당내 들어와서는 제대로 발휘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어요. 그래서 안철수 개인으로 보나 당으로 보나 제3지대에서 지금처럼 있는 것이 여러모로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궁극적으로 가서 안철수 교수가 새누리당 쪽으로 가지는 않지 않겠습니까? 그때 가서 원 샷 경선이든 이런 것을 하는 것이 대선 전략상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이종걸 / 민주통합당 의원(4월16일)
- "당 밖에 있는 안철수 박사인데 그분이 당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을 우리 스스로 마련해서 현재 심리적으로 혹시 검증이 안 됐기 때문에 끝까지 레이스를 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닌지도 걱정을 하는 분들마저도 검증될 수 있도록 장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친노와 비노의 세 대결은 곧 다가올 전당대회에서 펼쳐질 전망입니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놓고 친노 진영에 맞서 호남계와 비주류의 누구 누구가 누구 누구와 손을 잡는 얘기가 들립니다.
이처럼 정치란 어쩌면 계파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조선 시대에 관료들이 파벌을 이뤄 서로 경쟁했던 '붕당 정치'가 있었듯이, 아니 그 훨씬 전에 인류가 문명시대로 접어들었을 때부터 계파란 늘 정치에 따라붙는 꼬리표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정치에서 계파를 청산하자는 말은 처음부터 자기 모순적인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계파를 없앨 수는 없지만, 계파 정치로 인해 민생이 파탄 나고 국정이 혼란해 지는 것은 정치인들이 늘 경계해야 할 덕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랜 칩거 속에 다시 부활한 친박과 친노세력이 이런 정치를 잘 구현할 수 있을까요?
지켜보시죠.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hokim@mbn.co.kr ]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