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안 보태고 ‘기다린 보람이 있다. 지난 17일 발매된 정규 3집 ‘SPACEenSUM(스페이스앤썸)은 새 봄을 맞아 쏟아지는 가수들의 신보들 가운데서도 유난히 돋보인다.
반복해 들을수록 데이브레이크의 오랜 내공이 느껴진다. 사운드는 짱짱해졌고, 가사는 곱씹을수록 진한 맛과 향이 난다. 처음에 역시” 정도의 느낌이라면 두번째 들었을 땐 어라, 이거 장난 아니네”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고, 한 번 더 들으면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비결이 뭘까. 최근 데이브레이크와의 인터뷰에서 어렴풋이나마 유추해볼 수 있었다. 인터뷰 중 이원석(보컬), 김선일(베이스), 김장원(키보드), 정유종(기타)이 가장 많이 꺼내놓은 단어, ‘에너지가 바로 그 답이 아닐까.
3집 발매에 앞서 데이브레이크는 지난 2월 단독 공연에서 ‘회전목마와 ‘오랜만에를 먼저 공개하며 조금 시크해지려 한다”고 신보 분위기를 예고했었다. 당시 발언에 대해 이원석은 두 곡 다 무게 있는 노래라 웃자고 한 얘기였는데, 전반적인 느낌은 전작들에 비해 다운된 느낌은 있다”고 말했다.
전작과 비교해 180도 변신은 아니지만 오래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던 만큼 덜 자극적이고, 절제미 있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소속사에 따르면 이들은 곡을 만드는 순간부터 편곡, 믹스가 완료되는 시점까지 충실하게 타이틀의 의미에 집중했다. 악기 사용과 더빙을 최소화 해 공간감을 살리고 여백의 미를 표현했음에도 사운드는 담백하면서도 촘촘하게 다져졌다.
이는 멤버 모두가 동의하는 의견. 정유종은 녹음실에서 믹스된 곡들을 처음 듣고 다 같이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던 훈훈한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한국에도 이런 사운드가 있구나”며 서로를 다독이며 감탄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작정하고 만든 앨범이기 때문일까. 타이틀(‘스페이스앤썸)이 지니는 의미도 남다르다. 공간(SPACE)과 합(SUM)이라. 앨범 소개 자료에선 ‘스페이스앤썸을 미세한 소리의 공기들이 하나로 투영되는 순간, 공간(SPACE)과 합(SUM)이 빚어낸 1시간의 전율”이라 설명했다.
타이틀곡 ‘SILLY는 고백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소심한 남자의 디테일한 심리상태를 묘사한 곡으로, 일상적인 가사에 고급스러운 전개가 돋보인다.
총 13곡(신곡 11곡)이 모두 타이틀감이라 해도 손색이 없기에 타이틀곡 외의 추천곡을 부탁하자 각자 꺼내놓는 곡이 다들 다르다. 아마도 오래도록 감춰뒀던 신곡들에 대한 애정 그리고 자신감이리라.
이원석의 추천곡은 ‘담담하게. 담담한 사운드와 함께 보컬인 그의 담백한 보이스가 일품인 곡. 경쾌한 데이브레이크 특유의 분위기를 상상하면 180도 변신인 셈이다.
김선일의 추천곡은 ‘내려놓다. 피아노 선율로 작업된 곡을 밴드 사운드로 바꿔낸 게 절묘하다. 김선일은 브라스 세션이 곡의 분위기를 또 다르게 바꿨는데 계속 모니터링 했던 곡인데도 다른 곡 같더라. 감동이 컸다”고 덧붙였다.
김장원의 추천곡은 ‘My Dream, My Life, My Love. 단순한 코드와 진행의 반복임에도 지루하지 않은 독특한 시도가 담긴 곡이다. 김장원은 가사가 주는 심오한 메시지도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유종의 추천곡은 ‘da capo. 김선일이 쓴 곡으로 대중음악에서 보기 드문 7/8 박자의 실험적인 곡이다. 가장 실험적인 곡인데, 분위기가 너무 잘 나왔다”는 정유종의 말에 곡을 쓴 김선일은 수려한 기타 라인이 인상적”이라고 화답했다.
7년차 데이브레이크의 음악을 자평해 달라 부탁하자, 몇 초간 망설임 끝에 김선일이 답했다. 우리가 쓴 지난 앨범에 대해서도 너무 잘 알고 있죠. 전작들과 비교하자면 그래도 성숙한 밴드로서,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지만 계속 발전하고 있구나, 점점 우리가 맞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도 행복해요. ‘헬로루키부터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우리를 사랑해주시는 걸 보고 가능성을 봤죠. 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실 거란 희망을 갖게 됐어요.”(이원석) 그의 꿈은 ‘체조경기장을 채우는 것이다.
단지 성공의 상징으로서의 체조경기장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에너지를 받으며”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소박하지만 원대한 포부다.
더 큰 곳에서 공연을 하고 싶어요. 지난해 GMF 공연에서 그런 걸 처음 느꼈죠. 객석 규모에 따라 우리의 에너지도 달라진다는 것, 관중의 에너지를 받아 하다 보니 더 기운이 솟아나더군요.”(이원석) 그 스스로도 무대 위에서 폭발하는 데이브레이크의 에너지에 깜짝 놀랐다 할 정도다.
방송 출연보다는 주로 공연장에서 에너지를 발산해왔던 데이브레이크지만 올해는 TV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일명 ‘천하제일 무도회를 연상케 할 정도로 쟁쟁한 팀들이 다 모였다는 KBS 2TV ‘탑밴드2를 통해서다. 이들은 데이브레이크라는 팀의 음악을 보여주고 싶다. 경연에 대해선 초연해지려 한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백지의 느낌이 아닐까요. 뭘 그려도 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간?”(이원석) 시작하는 느낌. 새로움”(김장원) 데이브레이크라는 이름을 짓고 나서 그것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지 고민했던 적이 있는데, 그 때 생각으론 깨달음 또는 자극 등이 떠올랐죠. 음악을 하다보면 새벽에 귀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루를 준비하는 많은 분들이 정말 바쁘게 움직이시는 걸 보면서 아, 나도 잘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프로가 되기 위해선 모든 게 제대로 시작돼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뭐 거창한 철학은 아닙니다. 하하.”(김선일)
어쩌면 이 모든 게 새벽, 데이브레이크에 잠재된 무한한 능력을 뜻하는 바이기도 할 터다. 언젠가 깜짝 데이브레이크(새벽) 공연을 마련해보겠다”며 싱글싱글 웃는 이들은 21일 KT&G 상상마당에서 3집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개최한다. 또 28일 고양 아람누리에서 열리는 뷰티풀민트라이프 무대에 선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해피로봇 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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