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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기 “엄청난 피해의식에 살았다”[인터뷰]
입력 2012-04-16 08:07 

배치기(탁, 무웅)라는 이름과 노래를 들으면 ‘아! 하고 떠오르지만 막상 이들의 얼굴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힙합 쪽에서는 오랫동안 ‘실력파로 불렸지만 그 수식어 조차 이들에게는 자괴감만 불러올 뿐이었다. 실력에 비례하는 인정이나 인기를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긴 침묵 끝에 신곡 ‘두마리로 돌아온 배치기의 각오는 그래서 남달랐다.
아마도 배치기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본 분들도 있을거 라는 생각을 했죠. 물론 저희를 좋아하는 분들도 분명 있었을 거고요. 음악작업은 그 두 부류의 사람들에게 모두 만족을 줄 수 있어야 했어요. ‘이게 누구지?와 ‘이게 배치기지! 라는 두 목소리를 다 듣고 싶었죠. 사실 호불호가 많이 갈렸던 것이 사실이거든요. 관심이 없거나 좋아하거나.”
대중성에 대한 갈증은 스나이퍼 사운드 소속 시절부터였다. 스나이퍼 사운드와 계약이 끝나고 나올 때는 우리끼리 뭔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게 사실이죠. 소문처럼 MC스나이퍼와 좋지 않게 나온 건 절대 아니고요. 하지만 기존에 스나이퍼 사운드 때와는 다른 식으로 우리를 포장을 해보고 싶었던 마음은 늘 있었던 게 사실이죠.”
스나이퍼 사운드는 MC 스나이퍼라는 색깔이 진한 뮤지션이 설립한 기획사 인 만큼 소속 가수들의 이미지도 적잖은 부분 비슷하게 물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배치기로서는 이 같은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게 무엇보다 필요했다.
공익생활을 하는 2년 동안 배치기는 음악을 아예 놔 버렸다. 뭔가 채워 넣으려면 완전히 비워야 한다고 생각했던 가 봐요. 우리의 음악도 생각도 사람들의 이미지도 다 씻어나갈 때까지 그냥 내버려 뒀던 시간이었죠.”
공익생활 2년은 이들이게 스스로를 성찰하게 만들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10대부터 음악 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음악 속에서 살았잖아요. 서른이 가까이 돼서 갑자기 전혀 새로운 세계에 던져진 거죠. 그 속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절실하게 느낀거죠. 평생을 해왔던 일인데 아무도 모른다는 그런 경험은 저희에게 엄청난 피해의식을 만들었던 게 사실이에요.”
그들은 이 경험을 ‘주제파악이라고 설명했다. 주제파악을 하자 조금 더 스스로를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스스로에게 더 솔직해진다는 건 힙합을 하는 이들에게 전면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우리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이룩해 낼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을 다시 시작한 셈이죠. 1등은 하고 싶다는 마음은 우리도 마찬가지거든요. 음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모두가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는거고요. 거기에 솔직해 질 수 있었던 계기가 됐죠.”
하지만 그것을 대중성과 타협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공백기 동안 악기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한 것 만은 사실이에요. 그만큼 표현할 수 있는 영역도 넓어졌다고 자부하고요. 이번 앨범이 그 결과물이라는 것 만은 분명합니다. 궁극적으로 음악을 한다는 건, 창작에 대한 순수한 재미라는 점도 여전하고요. 좋아해주면 좋겠지만 좋아해 달라고 음악을 하지는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이 이토록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물었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시절 만나 14년째 함께 해 오고 있는 죽마고우다.
둘이 함께 음악을 하는 걸 좋아한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고 서로 지켜야 할 선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단 것도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이유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다들 어른이 돼가고 있는 중에 예전과 똑같은 내가 혹여나 뒤처지는 건 아닌가, 싶을 때 마다 나랑 똑같은 친구가 옆에 있다는 게 위안이 되는 것 같네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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