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8월 14일, 제주도 관덕정 옆 공사현장에서 유흥업소 여종업원의 시신이 발견됐다. 여자의 시신에는 이빨 자국과 예리한 흉기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숨지기 직전 여인은 함께 일하던 업소 여주인과 길을 가고 있었고, 두 사람은 동시에 누군가로부터 습격을 당했다. 당시 여주인은 살아남았지만 한쪽 눈을 실명하는 등 중상을 입었다.
20여 일간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경찰서에 1시간 30분 간격으로 같은 내용의 전화 다섯 통이 걸려왔다. 전화를 건 남자는 너희들이 뛰어다니면, 나는 날아다닌다. 내가 범인이다”라며 스스로 범인임을 자백했다. 완전한 농락이었다.
당시 관덕정 여인 피살사건의 수사반장이었던 형사는 첫 번째 전화가 걸려왔던 공중전화에서 지문을 채취했다. 때마침 강도강간 미수 건으로 경찰서에 잡혀와있던 한 용의자의 지문이 전화기에서 채취된 지문과 일치했다. 용의자는 순순히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현장검증까지 마쳤다. 그렇게 관덕정 사건은 마무리 되는 듯 했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검찰로 송치된 용의자가 사건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 앞에서 내가 한 것이 아니다. 나는 무죄다”라며 갑자기 범행을 부인하고 나선 것. 확실한 물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그는 여죄에 대한 처벌만 받았다.
사건 발생일로부터 15년이 흘러 공소시효를 4개월 남겨놓은 시점에서 여인의 죽음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범인의 첫 살인일 수는 있어도 마지막 살인은 아닐 것이라 설명했다. 또 범인이 이성을 물건처럼 다루면서 내재된 폭력성을 드러냈기 때문에 현재 범인의 행각이 더 잔인해졌을 거라고 분석했다.
범인이 지금도 어딘가에서 새로운 범죄를 꾸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사실이 시청자들을 섬뜩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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