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K팝 덕보는 대중음악
입력 2012-04-01 17:07 

서태지 팬인 정혜진 씨(36)는 지난 십여 년 동안 서태지를 다룬 신문 기사를 모아왔다. 그러나 최근 이사를 하면서 일부 자료를 잃어버렸다. 안타까워하던 정씨는 인터넷에서 서태지에 관한 각종 기록을 정리해놓은 '서태지 아카이브'를 발견하곤 마음을 놓았다.
유명 가수나 가요에 관한 기록을 한곳에 모아놓은 도서관이 인터넷상에 문을 열고 있다.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보관하는 '아카이브(archive)' 작업이 가요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이다.
대상도 서태지에서부터, HOT, 젝스키스 등 1세대 아이돌 스타부터 현재 잘나가는 아이돌 스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아카이브'는 기록물 보관소 혹은 보존할 가치가 있는 기록물을 정리하는 작업이나 공간을 뜻한다. 수많은 책을 분류하고 보관해놓은 도서관은 '아카이브'의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아카이브' 작업이 대중가요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K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역사ㆍ문화적으로 연구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23일 가수 서태지의 자료를 집대성한 '서태지 아카이브(www.seotaiji-archive.com)'가 문을 열었다. 서태지 팬 100여 명은 서태지 데뷔 후 20년 동안 활동 자료를 15개월간 정리했다. TV 영상, 앨범, 공연, 광고, 잡지, 책 등 서태지와 관련된 자료를 데뷔 전부터 8집까지 시기별로 모아놓았다. 신문 자료만 4000개에 달할 정도로 방대하다.
지금은 찾기 힘든 20여 년 전 자료도 수두룩하다. 예를 들어 1992년 7월 1일 잡지 '하이틴'에 실린 '서태지와 아이들 고감도 해부' 기사는 훼손 없이 스캔돼 있다. 그 외에도 자전거, 아이스크림, 운동화 등 1990년대 찍은 추억의 광고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서태지 아카이브 프로젝트'팀은 "팬들과 추억을 공유하고 서태지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취지로 시작했다"면서 "또한 연구자들에게는 문화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공공재로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음원제작자협회는 가요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를 모아놓은 'K팝 아카이브(www.koccamusic.or.kr)'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앨범 5만886개, 평론 7366편, 곡 69만7866개, 아티스트 1만2442명 정보가 등록돼 있다.
최근 시스템 점검을 하느라 업데이트 속도가 더뎠지만 다음달부터 최신 가요 정보를 신속하게 게재할 예정이다.
송철민 음원제작자협회 정보팀장은 "가요가 한류를 견인할 정도로 중요한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된 기록이 많이 부족하다"면서 "K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가요 연구를 위한 자료 요청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시민단체 문화사회연구소가 만든 '아이돌 아카이브(idol.or.kr/)'도 있다. 아이돌 가수, 팬클럽 문화에 대한 정보를 모아놓은 곳이다. HOT, 젝스키스 등 1세대 아이돌부터 신인 가수들까지 망라한다. 누구든 문서를 작성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어 아이돌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
이러한 '아카이브' 작업은 대중음악의 역사를 탐구하는 데 밑거름이 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문화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차원에서 온ㆍ오프라인에 대중음악 박물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미국 클리브랜드의 '로큰롤 명예의 전당(www.rockhall.com)'이다. 오프라인에 록 음악의 기록물을 모아놓은 곳이지만 온라인에서도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K팝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가요 관련 '아카이브' 작업은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강헌 음악평론가는 "한국의 대중음악은 국가를 대변하는 문화로 성장하고 있는데 관련 자료는 정말 부실했다"면서 "온라인에서 시작된 자료 구축 작업이 오프라인의 가요 박물관으로 이어지며 확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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