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모래판 부활] "씨름, 단순한 스포츠 아닌 지역문화"
입력 2012-03-30 05:01  | 수정 2012-03-30 13:59
【 앵커멘트 】
모두가 없애려고만 하는 학교 씨름부, 그런데 1년 전, 굳이 씨름부를 만든 중학교가 있습니다.
씨름을 문화 전통으로 봐야 한다는 지역 의지 때문으로, 코치가 직접 집에서 먹이고 재울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다고 합니다.
그 현장을 갈태웅 기자가 찾았습니다.


【 기자 】
((현장음))
"대~송! 아!"

밤늦은 시각, 실업씨름단인 울산 동구청 씨름 연습장.

왜소한 체격의 어린 선수들이 샅바 당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 스탠딩 : 갈태웅 / 기자
- "울산 대송중 씨름부. 지난해 4월 창단한 선수 7명의 초미니 씨름부입니다. 그나마 정규 수업까지 모두 들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야간에 구슬땀을 쏟아야 합니다. 언뜻 초라해 보이는 심야 모래판의 불빛, 하지만 이곳에 한국 모래판의 미래가 걸려 있습니다."

씨름은 물론 비인기 종목 운동부는 모조리 해체되는 판국에 왜 씨름부를 만든 걸까.

씨름을 단순한 스포츠로만 볼 수 없다는 지역 씨름 코치진들의 열망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전병구 / 대송중 씨름부 감독·전 금강장사
- "씨름을 사회에, 또 애들 후배들이나 제자들한테 환원시켜야 한다는 그런 의식이 좀 있습니다."

그나마 갓 입학한 1학년 선수 2명은 연습에도 나오지 못하는 상황, 그래도 코치의 불호령은 계속됩니다.

((현장음))
"이렇게 가 줘야지!"

더구나 이들 선수 대부분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게 현실, 결국 초등학교 시절 코치가 직접 집에서 먹이고 재우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종진 / 방어진초 씨름부 교사·전 현대 씨름단
- "선생님, 제가 성공해서 꼭 보답해 드리겠습니다. 이런 말 들었을 때 진짜 고맙더라고요. 어린 데도 그런 말 한다는 게…. 지금도 눈물 나려고 그러네…."

축구와 야구를 놔두고, 왜 굳이 씨름을 하는지 물어봤습니다.

다소 엉뚱한 답변이지만, 이들 샅바에 1천500년 한국 씨름의 흥망이 걸려 있습니다.

▶ 인터뷰 : 안현호 / 울산 대송중 씨름부(2학년)
- "씨름하면 힘없는 사람도 힘이 생기고요, 또 키도 잘 크고요, 또 뱃살 있는 것도 잘 빠지고요, 가슴도 커지고…."

MBN뉴스 갈태웅입니다. [ tukal@mk.co.kr ]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