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총선 돌입, 여야 "우리가 더 열세"
입력 2012-03-29 11:23 
4.11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오늘부터 시작됐습니다.

대선 전초전으로 불리는 만큼 각 당은 한치의 양보 없는 접전을 벌일 것으로 보입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말을 들어보면, 이번 선거는 정말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혼전이라는 게 일치된 얘기입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더 열세라고 엄살 아닌 엄살을 부립니다.


먼저 새누리당은 130석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애써 부인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130석 이상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하는 사람들은 혹시 그 목표 의석을 차지 못할 경우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까지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혜훈 새누리당 선거종합실장이 지난 27일 MBN 뉴스 M에 출연해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이혜훈 / 새누리당 선거종합실장(3월27일)
- "(130석 이상)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또 다른 자리에서 뭐라고 말씀하시냐면, 박근혜가 전부 책임을 줘라. 무한 책임을 줘라. 목표치나 기대치를 굉장히 부풀려놓고 여기에 미달했으니까 문제 있다. 이렇게 흔들려고 하는 게 아닌가라고 보는 시각이 여의도 정가에서는 지배적인 시각입니다."

민주통합당 역시 이번 선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원내 1당이 되는 것도 사실상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대략 30%대 후반, 민주통합당이 30%대 초반의 지지율을 보이는데 숨은 야당지지율 5%를 더하더라도 새누리당이 130~140석을 차지해 제1당이 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김기식 민주통합당 전략본부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기식 / 민주통합당 선거전략본부장(3월28일)
-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생기는 것처럼 국민이 가졌던 기대를 충족시켜 드리지 못한 것, 특히 공천과정에서 그런 점들이 많이 뼈아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반면에 새누리당은 워낙 바닥이기 때문에 조금만 정치 쇼를 해도 지지층이 결집하는 현상이 보였다 보입니다."

양당 모두 자신들이 더 열세라고 주장하지만, 공통된 얘기가 있습니다.

석 달 전, 아니 한 달 전과는 판세가 분명히 달라졌다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당시만 해도 정치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이 정책 쇄신과 공천혁명을 통해 지지율을 회복했지만, 그래도 제1당은 민주통합당이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새누리당이 제1당이 될 것이라고 보는 전망이 많습니다.

무엇이 이렇게 판세를 바꿔놓았을까요?

새누리당이 공천을 상대적으로 잘했다는 측면도 있지만, 야권이 스스로 자충수를 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상돈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지난 26일 MBN 뉴스 M과 가진 전화 인터뷰 내용입니다.

▶ 인터뷰 : 이상돈 / 새누리당 비대위원
- "국민이 변화하는 당에 지지를 보내주신 것 이고, 최근에 야권이 자충수를 둔 면이 있죠.
한미 FTA를 개정하자는 것도 아니고 전면 폐기하자 심지어 제주해군기지에 대해서도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 제주도민의 어떤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아예 폐기하자던가 하는 이런 것이 악재가 됐다고 봅니다."

새누리당이 공천쇄신을 통해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를 했고, 그것이 야권이 주장하는 정권 심판론의예봉을 꺾었다는 분석입니다.

또 야권이 한미 FTA와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꺼내면서 오히려 새누리당에게 이념 공세의 빌미를 줬다는 해석입니다.

그러면 13일 앞으로 다가온 선거 판세는 이대로 굳어질까요?

정치 전문가들은 아직도 판세를 뒤흔들 변수는 여럿 있다고 말합니다.

먼저 선거 구도입니다.

새누리당의 미래 세력론과 야권의 정권심판론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설득력을 얻느냐는 싸움입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과 한명숙 민주통합당의 말 차례로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
- "이번 선거에서 미래로 가는 새누리당과 과거로 가는 야당 중 어느 정당에 나라를 맡겨야 할지 국민께 설명을 드리면 우리는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인터뷰 : 한명숙 / 민주통합당 대표
- "국민은 아무 잘못 없다. 우리 국민 잘살게 해달라고 정권 맡긴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 잘못된 정치 해서 국민 고통의 늪으로 몰아넣었다. 국민 여러분 이젠 바꿔야 한다.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이어지는 정권연장은 있을 수 없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도 변수로 작용할 듯싶습니다.

안 교수는 특정 진영에 기대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여야 모두 자신들을 지지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안 교수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3월27일)
- "만약 정치에 참여한다면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공동체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 쪽으로 하지, 진영 논리에 휩싸여 공동체의 가치를 저버리는 판단은 지금까지 해온 행보와 안 맞는 것이다."

안 교수는 선거를 앞두고 추가로 강연할 예정이어서 여야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민간인 불법 사찰과 은폐 의혹도 변수입니다.

검찰은 오늘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을 소환해 조사했습니다.

장 전 주무관의 말대로 정말 청와대가 개입했다면, 불법 사찰과 증거인멸을 지시한 사람은 누구고 또 어디까지 그 사실을 보고받았는지가 관심입니다.

박근혜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이 문제는 새누리당과 관계가 없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새누리당이 이 문제에 큰 부담이 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광명성 3호를 쏘겠다는 북한의 행동도 변수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강경한 대북 정책을 탓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북미 합의를 깨고 나온 북한의 돌발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더 우세한 듯 보입니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북한 변수와 함께 이념 논쟁이나 색깔론이 먹혀들고 있다는 주장과 오히려 역풍을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한 듯 보입니다.

선거까지는 13일이나 남았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의 표가 어디로 움직일지, 여야의 어떤 논리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설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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