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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이대팔` 로 돌아온 가수 이범학
입력 2012-03-28 17:07 

20년 전 안개가 피어오르는 무대에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발라드를 불렀던 가수 이범학(45)은 요즘 머리를 '이대팔'로 가르고 반짝이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른다. 최근 발표한 트로트 '이대팔'을 구성지게 부르면서 방정맞은 춤까지 춘다. 이제는 아줌마 마음을 공략하러 나선 이범학을 지난 26일 서울 충무로 매일경제신문 사옥에서 만났다.
"'왕년에 누군데…', 이 생각을 버려야 해요. 누가 알아주지도 않아요. 추억에만 빠져서 살 수는 없잖아요. 트로트면 어때요? 음악인데…. 야구로 치면 투수가 구사할 수 있는 구종이 늘어난 걸로 이해해 주세요."
이범학은 1991년 데뷔곡 '이별 아닌 이별'이 KBS '가요 톱10'에서 6주 연속 1위를 하면서 벼락스타가 됐다. 그러나 이듬해 2집 '마음의 거리'를 끝으로 더 이상 앨범을 내지 않았다.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의 그는 한창 인기 있던 20년 전에 비하면 화려하지 않았지만 한결 여유 있어 보였다.
"1집 때는 조울증과 과대망상이 심해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어요. 인기는 많았지만 마음이 감당하지 못했죠. 이제는 솔직하게 저를 보여드리는 게 두렵지 않네요."
신곡 '이대팔'은 직장인 애환을 그린 트로트다. '누가 뭐라 해도 난 이대팔/나 오늘 바람필거야/오늘은 정자 내일은 경자.' 트로트 특유의 '싼 티 나는' 표현들이 오히려 공감하게 한다. 그는 "누구나 노래방에서 흥이 오르면 트로트 한두 곡은 부른다"며 "(이대팔은)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부를 수 있는 노래"라고 말했다.

이 곡은 '바이브' 윤민수가 만들었다. 이범학은 "처음에는 입에 잘 안 붙어서 민수가 많이 속상해했다"면서 "4개월간 트로트를 체화하려고 목이 쉬도록 노래를 불렀다"고 했다.
이범학은 대외적으로는 뜸했지만, 20년간 한 번도 음악을 놓은 적이 없다고 했다.
"TV에는 안 나왔지만 미사리나 부산 7080카페에서 계속 라이브 무대에 섰어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어서 뮤지컬과 영화에도 간혹 나왔지요."
신곡에 대한 반응은 좋아 행사와 방송 출연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뚜껑을 연 지 열흘쯤 됐는데 전화가 슬슬 걸려오고 있다"며 "MBN에도 나가야 되는데…"라며 웃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음악에 빠졌던 그는 1987년 삼수를 해서 어렵게 중앙대에 입학했다. 가사를 쓸 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철학과를 선택했다. 그러나 부모님은 아들이 공부보다 음악을 택한 것을 못마땅해했다. 그랬던 분들이 요즘은 아들 노래 좋다면서 즐거워한다는 것.
그는 가수가 되겠다는 딸(12)을 보면서 자신을 말렸던 부모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고 했다.
한때 꽃미남 가수였던 그도 어느새 중년가수가 돼 있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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