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박근혜와 문재인, 그리고 안철수
입력 2012-03-27 11:55  | 수정 2012-03-2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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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이 오늘 세 번째로 부산을 찾았습니다.

이번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한 번도 지원 유세를 하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부산을 세 번이나 찾는 것이 이상할 정도입니다.

이번 선거가 초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우선 텃밭부터 단속하자는 전략이지만, 잇단 부산 방문에는 남다른 속내가 느껴집니다.

야권의 대선 후보로 자리를 굳혀가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바로 부산에 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위원장이 부산 출발에 앞서 열린 새누리당 첫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발언 내용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오늘)
- "이번 총선은 분열이냐 통합이냐를 선택하는 선거이다. 야당은 이번 총선을 1:99의 대결로 몰아가고 있다. 표를 얻으려고 노골적으로 갈등과 분열 조장하고 있다. 정치가 이런 식으로 국민을 편 가르고 갈등을 부추기는 한 우리의 미래는 없다"

유신독재와 민주주의, 박정희 시대와 노무현시대의 분명한 구별 짓기를 강조하는 문재인 고문을 박근혜 위원장은 분열과 통합이라는 구도 속에서 비판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박근혜 위원장은 오늘 손수조 후보와 문재인 고문이 맞붙는 부산 사상구는 따로 찾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재인 고문을 견제하고자 한다면 부산 사상구를 찾는 게 당연하지만, 최근 손수조 후보가 '거짓말' 논란에 휩싸인 상황에서 자칫 불똥이 박 위원장에게 튈 수도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문재인 고문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그가 바로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자리 매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경제 MBN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3~24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를 보면 야권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문재인 고문은 22.4%로 17.4%를 기록한 안철수 서울대 교수를 5%포인트 앞섰습니다.

지난달 조사에서는 안철수 교수가 22.4%, 무재인 고문이 20.9%를 기록했는데 말입니다.

특히 지난해 12월 조사에서 문 고문 지지율이 8.4%였던 것을 고려하면 석 달 만에 지지율이 3배나 오른 셈입니다.

야권이 지난 석 달 동안 의석 30석 정도를 잃었다고 실토할 정도로 야권 지지세가 빠졌는데 왜 문재인 고문의 지지율은 급상승했을까요?

정치 전문가들은 우왕좌왕하는 야권 지도부와 한발 떨어져 있었던 데다, 야권의 위기 순간마다 문재인 고문이해결사처럼 등장해 사태를 수습했기 때문으로 분석합니다.

실제로 문재인 고문은 임종석 전 사무총장의 공천으로 당내 공천갈등이 커졌을 때도, 그리고 야권 연대 협상이 좌초 위기를 맞았을 때도 해결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사퇴 문제로, 야권 연대가 좌초 위기에 몰리자 직접 이정희 대표를 만나 설득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결과론으로 놓고 보면, 야권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문재인 고문이 등장했고, 문재인 고문의 바람대로 위기는 해결됐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야권에는 문재인 밖에 없느냐? 민주통합당은 문재인 당이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비판에도 야권에서 차지하는 그의 존재를 현실적으로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합니다.

문재인 고문은 이제 박근혜 새누리당 위원장을 상대할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이기 때문입니다.

어제 손학규 민주당 고문을 만난 문재인 고문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고문(3월26일)
- "정권에 대한 심판 그런 분위기도 아주 넘치고, 기대를 하고 있는데…그나마 서부상권쪽이, 낙동갈 벨트라고 하는 쪽이 조금 나은 상황이고…"

문재인 고문이 언론의 주목을 받는 사이 안철 수 교수에 대한 시선은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고문이 안철수 교수에게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2번을 제안했고, 안 교수가 이를 고사했다는 소문도 들리지만, 아직 안 교수는 이번 총선 정국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의 힘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야권 대선후보 적합도 지지율에서 문재인 고문에게 뒤졌지만, 박근혜 새누리당 위원장과 양자 대결에서는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습니다.

박근혜·안철수 양자대결에서는 박근혜 위원장이 36.5%, 안철수 교수가 39.1%로 박 위원장을 앞섰습니다.

반면, 박근혜·문재인 양자대결에서는 박 위원장이 39.6%, 문재인 고문이 33.6%로 나타났습니다.

안철수 교수는 여전히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로 손색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야권은 4.11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안 철수 교수의 지원이 절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처럼 말이죠.

그런데 안철수 교수는 정말 총선에 관심이 없는 걸까요?

정치와 거리두기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이번 선거가 초박빙 승부로 예상되는 만큼 안팎의 여건은 안 교수로 하여금 침묵을 유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안철수 교수는 오늘 저녁 청년 대학생들을 상대로 '소통과 공감'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이 자리에서 총선과 관련해 어떤 얘기가 나올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안 교수는 침묵을 지킬까요? 아니면 본격적인 총선 행보를 시작할까요?

총선은 이제 꼭 보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유력 대선 후보인 세 사람 모두 이번 총선의 승패가 대선 흐름을 결정짓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행보 하나하나가 너무나 신중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언젠가 정면으로 부딪칠 수 밖에 없는 운명이고, 그 시간은 점점 더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을 듯싶습니다.

보름 뒤, 그리고 9개월 뒤 누가 웃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hokim@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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