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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쉴 틈 없는 기싸움, 위축될 수밖에…”[인터뷰①]
입력 2012-03-26 09:22 

하루에 대체 얼마나 주무세요? 이렇게 밖을 나오니 인기 실감은 나세요?” 기자의 첫 질문이었다.
김수현은 천장을 보며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솔직히 촬영하면서 제대로 ‘몇 시간 잠을 잔다고 정해놓고 쉰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이동하는 중간 중간에 쪽잠을 자는 게 전부였어요. 저 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그랬죠. 인기 실감은…이렇게 막상 외부를 돌며 사람들을 만나니 좀 느끼는 것 같아요. 어딜 가도 막 소리 질러 주시고, 환대 해 주셔서 솔직히 얼떨떨하더라고요. 덕분에 ‘해를 품은 달 이 끝나고 ‘훤 후유증 같은 건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그냥 정신이 없이 지내고 있죠”라고 답했다.
전국의 안방극장을 강타한 MBC ‘해를 품은 달, 순도 100% 청춘 멜로 사극으로 온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했지만 정작 배우들과 제작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 여진구, 김유정, 이민호 등 아역들의 열연으로 성인 배우들은 극심한 부담감에 시달려야 했다. 일부 배우들은 패닉상태에 빠지기까지 했다고.
처음 기획안을 보고 원작까지 읽게 됐어요. 이 훤이라는 캐릭터가 참 다양한 색깔을 가진 인물이더군요. 물론 어렵긴 하겠지만 ‘만약 내가 잘 한만 한다면 그의 매력은 모두 내 것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시다시피 아역 친구들이 워낙 연기를 잘 해 성인 배우들이 크게 부담감을 갖게 됐죠. 역시나 아역 분량을 늘리라는 시청자의 요청, 연기력 논란에 ‘훤 에 대한 압박감이 커졌어요. 연기의 한계에 부딪히게 된 거죠.” 한 층 진지해진 눈빛으로 그가 목을 가다듬었다.

왕으로서 누군가에게 명령을 하고 사람들을 조정하고 대신들과 기싸움도 해야 해요. 매번 선생님들과 심리전도 해야 하고 한 수 두 수 앞을 미리 볼 줄 알아야 하는, 그러면서도 사랑에서만큼은 굉장히 순수한 캐릭터에요. 어느 순간 제가 가지고 있는 역량이 모자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좌절감에 막막했고, 주변분들께 죄송했고 또 답답했어요. 심지어는 현장에서 굉장히 위축돼 기가 죽어지냈죠. 한동안 침울해져 있었던 것 같아요.” 첫 방송 이례 칭찬세례만 듣던 김수현인데…의외의 대답이었다. 평소 워낙 연기 욕심이 많기로 소문난 그이기에 힘든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결국 이겨낼 수 있었다.
저를 이끌어준 것이 선배들과 감독님이었어요. 특히 정은표 선배께 감사드려요. 정말 사랑받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진심으로 대해 주셨어요. 매순간 힘들 때마다 조언을 해주셨고, 긴장도 많이 풀어주셨어요. 무엇보다 많은 분들이, 특히 감독님이 그런 저를 믿어주셨어요. 촬영 내내 제가 가야할 방향을 잡아주시고 뒤를 힘껏 밀어주셨죠.” 이전보다 한 톤 낮아진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촬영 당시 겪었던 어려움, 고민들이 필름처럼 떠오르는 듯 했다. 고마웠던 선후배, 동료들을 떠올리던 그의 얼굴에서 엷은 미소가 보였다.
이번 작품을 통해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나게 됐어요. 또래 친구들이 워낙 많아 서로 의지를 했고, 함께 잠, 추위와 싸우며 돈독해졌죠. 현장에서 그들과 나눈 사소한 말장난, 농담 같은 것들은 굉장히 큰 힘이 됐어요. 이번 작품에서 어떤 누구 한명도 빠지면 안 될만큼 완벽한 팀워크라고 생각해요.” 동료의 이야기에 한 층 업 된 표정이었다. 하지만 김수현에게 칭찬 세례가 떨어지던 당시, 상대 배우인 한가인에게는 도가 지나치다 싶을 만큼 혹평이 쏟아졌다. 당시 옆에서 어떤 위로를 해줬을 지 궁금했다.
아…. 한가인 누나요?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했어요. 둘 다 낮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촬영 때 참 말도 없고 조용했거든요. 그러다가 차츰 차츰 편해졌어요. 최종회에 가서는 서로 안고 연우에 기대 눈물 흘리는 장면이 있어요. 훤으로서 연우에게 기대고 의지할 만큼 편해졌어요. 연기력 논란은 솔직히 저도 있었어요. 실제 연기 혹평에 대한 글도 직접 읽었는걸요. 배우라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모든 배우들이 성숙돼 가는 과정에서 겪는 일정의 과정 같은 거 아닐까요? 제가 시청자 입장에서 볼 때, 방송의 내 모습에 몰입도가 깨지거나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였거든요. 그런 맥락이겠죠. 사랑받는 배우가 돼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다소 예민할 수 있는 질문임에도 불구, 그는 굉장히 담담하게 또 솔직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만인의 라이벌이 된 그, 정작 김수현이 생각하는 라이벌은 누구일까?
언젠가 학교에서 교수님께 들은 말이 생각나요. '연기자들 간에는 라이벌이 없다.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캐릭터를 소화하느냐가 관건이다. 꼭 경쟁해야 하는가?'라는 말씀을 하셨죠. 경쟁심 보다는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어요. 특히 요번에는 또래 친구들이 워낙 많아 정일우, 송재림 등 비슷한 또래 남자 배우들을 다 모아서 '소년에서 남자로' 란 주제로 르와르 작품을 찍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현장에서는 소문난 장난꾸러기, 분위기 메이커로 소문난 그다. 하지만 인터뷰에서 만큼은 굉장히 의젓하고 답변 하나 하나에 공을 들이는 정중한 배우였다. 인터뷰가 중반으로 접어들자, 만인이 궁금해 하는 달콤한 질문들을 시작했다. 그는 어떤 스타일의 여성을, 어떤 사랑 방식을 갖고 있는 남자일까?

※2편에 계속…이번주 [현장의재구성]은 쉽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기자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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