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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범의 충만한 ‘똘기’ 기대하시라[리뷰]
입력 2012-03-25 09:10 

이범수와 류승범은 코믹하다는 점에서 일부 이미지가 겹친다. 다양한 장르에서 여러 역할을 하기도 했으나 두 사람은 특히 코믹한 캐릭터를 통해 관객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 코믹 연기 대결을 펼쳤다. 관객은 한바탕 포복절도할 게 분명하다.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제작 씨네2000)는 류승범에게 ‘웃음 담당을 시켰다. 류승범의 ‘코믹 원맨쇼라고 느낄 장면들 천지다. 기상천외한 ‘똘기가 이마를 치게 만드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술에 취해 헛소리를 지껄이며 ‘지저스 크라이스트를 외치거나 모든지 거짓말부터 하는 모습, 다량의 마취제에 취해 몸부림치는 류승범은 관객의 웃음을 일발 장전시킨다. 말솜씨도 좋고 잔머리 사용 실력이 일개 ‘백수가 아닌, 전문 사기꾼 수준이다.
이범수는 극중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뛰어난 계산 능력을 선보이는 게 최근 끝난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의 유방이 언뜻 생각나긴 하지만 웃음을 주기보다는 그가 처한 상황이 더 웃기다. 다소 복잡하고 혼란스러울 수 있는 영화의 흐름을 이어가게 도와주는 무게중심의 역할이 더 크다.
혜성 바이오텍의 진수(정인기)와 현철(이범수)은 핵심 자료를 외국에 빼돌리려 하는 회사의 회장과 맞서 싸운다. 현철은 이 싸움을 이제 그만하려 하지만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된 진수를 위해 진수의 딸 동화(김옥빈)와 함께 복수에 나선다.

회장이 사주한 일이라고 확신하고 보상을 요구하려 하는데 이런, 회장이 사망하고 말았다. 장례식에 시신이 없으면 안 되니 회장의 시체를 훔쳐 돈을 요구하겠단다. 현철과 동화는 시신보관실에서 시체를 빼내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시체는 회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다. 하필이면 사채업자에게 쫓기다 숨어있던 진오(류승범)를 데려왔다.
영화는 이때부터 복잡해진다. 현철과 동화만 시체를 노리는 건 아니었다. 회장을 배신하고 살해한 스티브 정(정만식)도 시체를 원한다. 회장의 팔뚝을 째고 숨겨놓은 기밀 자료 마이크로칩을 가져가기 위해서다. 시신을 두고 스티브 정 일행과 현철 일행은 쫓고 쫓기는 관계가 된다.
그런데 시신을 노리는 이들이 또 있다. 현철로부터 시신이 큰돈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진오가 친구 명관(오정세)과 시체를 빼내 가고, 진오를 쫓던 사채업자 성구(고창석) 일행도 시체를 노리는데 합류한다. 여기에 핵심 기술을 유출하려는 정황을 포착한 국정원도 증거 포착에 노력하는 중이어서 상황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다.
감독은 서로의 목적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두뇌싸움을 치열하게 구성하려 했다. 노력은 보이는데 감각적이고 세련돼 보이진 않는다. ‘오션스 일레븐이나 ‘이탈리안 잡 같은 강도 영화에 익숙한 이유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도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기엔 충분하다. 2005년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희극지왕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우선호 감독의 재기 발랄함이 구석구석 녹아있기 때문이다. 적재적소에 넣은 코믹 요소들이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한다.
관람 포인트 하나를 더 꼽자면 스티브 정을 노리고 조직에 침투한 국정원 요원 유다인의 역할이다. 영화 ‘혜화, 동과 드라마 ‘보통의 연애로 발군의 연기 실력을 보인 그는 온몸을 내던졌다. 장롱에 꽁꽁 묶여 있음에도 탈출하기 위해 애쓰고, 몸이 헝겊으로 칭칭 감겼으나 이리저리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모습도 인상 깊다.
대단한 반전을 기대하는 관객은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코믹적인 요소 하나만으로 충분히 관객들에게 어필할 만하다. 믿기 시작하는 순간 속기 시작한다”는 류승범의 대사처럼 이 엉뚱한 소재의 영화가 재미있다고 믿기 시작할 수 있으리라. 110분. 15세 관람가. 29일 개봉 예정.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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