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격장 폐쇄했지만, 멈추지 않는 자살
입력 2012-03-14 22:00  | 수정 2012-03-15 00:31
【 앵커멘트 】
경기도 화성 매향리.
예전에 미 공군 사격장이 있던 동네입니다.
2005년에 사격장이 폐쇄됐지만, 아직도 주민들의 자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격장이 있었던 시절 겪었던 스트레스나 우울증이 원인이라고 하는데요.
갈태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현장음))
"쉬이익~ 콰콰쾅~"

1990년대, 옛 경기도 화성군 매향리 일명 쿠니사격장.

전투기들이 굉음을 울리며, 쉴 새 없이 포탄을 투하합니다.


사격은 야간에도 변함없이 이어집니다.

공격헬기가 쏟아내는 예광탄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합니다.

((현장음))
"투투투투"

그리고 지난 2005년, 54년 만에 드디어 매향리엔 포격이 멈췄습니다.

평화가 찾아온 듯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예전의 충격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규석 / 매향리 주민
- "한 사람은 다리가 부러지고, 두 동강이 났거든. 없어, 날아갔어, 어디로. 그리고 내 친구는 여기서 이렇게 뚫고, 이리로 나왔더라고, 파편에."

▶ 인터뷰 : 이장옥 / 매향리 주민
- "바다에다 사격할 때, 제대로 맞아서 사람이 하나 죽고, 죽은 일도 있어, 여자가 1명 제대로 맞아서, 아이 밴 상태에서 죽은 이가 있어."

특히 주민들의 자살은 심각합니다.

2천 명에 불과한 매향리에서 1970년 이후 자살한 주민만 48명, 매년 우리나라 평균 자살률과 비교했을 때 최고 8배를 웃돌기도 했습니다.

사격장 폐쇄 이후에도 9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주민 자살은 멈추질 않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임상혁 / 원진재단 노동환경건강연구소
- "매우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거라 생각되고, 그 스트레스가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나타나게 되고, 그것이 다시 사람을 자살하게 하는…."

하지만, 지금까지 자살 예방이나 정신 건강 프로그램은 단 한 번도 운영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주민들은 불발탄이 수두룩한 옛 해상 사격장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 스탠딩 : 갈태웅 / 기자
- "미군들의 주요 폭탄 투하장이었던 농섬 사격장 앞입니다. 사격장이 폐쇄된 지 7년이 지났지만, 이곳 어민들의 바구니엔 조개와 수산물 대신 수거한 불발탄들만 쌓여 있습니다."

반세기 동안 국가 안보라는 이름 아래 주민 목숨까지 내놔야 했던 매향리, 정작 쓸모가 없어진 뒤엔 외면당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MBN뉴스 갈태웅입니다. [ tukal@mk.co.kr ]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