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응급피임약, 전문의와 상담 후 사용하세요”
입력 2012-03-09 16:13 
응급피임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해오던 20대 미혼여성인 B씨는 지난달부터 산부인과에서 처방받은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 피임은 남자친구 몫이라 생각했던 B씨는 피임 없는 성관계 후에야 배란일이라는 것이 생각나 산부인과에 갔다가 응급피임약과 경구피임약 처방을 같이 받아왔다. 응급피임약 처방 덕분에 처음으로 실질적인 피임을 시작하게 된 셈이다.
특히 최근에 산부인과를 방문한 B씨는 전문의의 피임 상담을 받으면서 응급피임약이 ‘응급할 때만 복용해야 하는 약이라는 점을 알게 된 후 놀라워했다.


◆응급피임약, 오남용 시 부작용 ‘심각
응급피임약은 자주 복용하거나 적정 시기를 놓치면 피임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사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비교적 많은 여성들이 응급피임약을 성관계 후 피임방법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응급피임약을 여러 번 복용하면 고용량의 호르몬에 내성이 생겨 급할 때 효과를 볼 수 없다.
또한 응급피임약은 관계 후 하루만 지나도 피임효과가 15% 이상 떨어지기 때문에 평소 별도 피임이 필요하다.
응급피임약은 일반 피임약보다 호르몬이 10배가량 많아 복용 시 신체에 무리를 줄 수 있어 주의 깊게 사용해야 한다.
반면 경구피임약은 복용 2달째부터는 생리 시작 전 불편했던 증상이나 생리통도 훨씬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안승희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위원(피임생리연구회)은 응급피임약 처방을 받으러 온 여성들은 응급피임약에 대해 사후 피임약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오해”라며 응급피임약은 복용 후 메스꺼움이나 구토, 두통, 하복부 통증, 유방통증, 피로 및 불규칙한 질 출혈, 여성호르몬 및 내분비계의 일시적 교란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응급피임약의 부작용으로 인한 출혈을 생리로 오인해 임신 상태를 간과하거나 자궁외 임신과 같은 응급상태를 방치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응급피임약, 처방 없이 복용?
응급피임약은 반드시 산부인과전문의와의 상담 후 처방을 받아 복용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안승희 위원은 응급피임약의 처방을 받기 위해 산부인과를 방문했다가, 응급피임약 복용 이후의 피임방법까지 상담 받는 경우가 많으므로, 응급피임약을 처방 없이 판매하자는 일각의 주장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즉 피임약 복용 비율이 2.8%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사전피임의 실천이 일반화되기 전에 응급피임약을 처방 없이 판매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현재 처방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응급피임약은 이미 일반 피임약보다 2배 이상 판매되고 있다. 따라서 처방전 없이 누구나 응급피임약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면, 응급피임약이 일상적인 피임방법의 한 수단으로 남용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의료계 안팎의 주장이다.

한석영 매경헬스 [hansy@mkhealt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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