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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효 “끝냈으면 할 때, 유재석 선배가…”[인터뷰③]
입력 2012-03-09 09:10 

특별히 똑같이 되고 싶은 분은 없어요. 저에게는 모든 선배들이 다 교훈, 그 자체죠. 누군가를 쫓기 보다는 저만의 새로운 캐릭터를 갖고 싶어요. 특히 최근 개그 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유재석 선배님의 말씀을 가슴에 깊이 새겨 놨어요. 고된 녹화에 솔직히 ‘빨리 좀 끝냈으면 할 때 선배님의 말씀을 생각해요. 앞으로 절대 돌아올 수 없는 이 순간, 소중한 시간을 좀 더 즐길 수 있게 됐어요.”
요즘 그야말로 김원효의 시대다. 2005년 KBS 공채 20기로 데뷔, 그간 ‘9시쯤 뉴스, ‘꽃미남 수사대 등을 통해 넘치는 끼를 인정받은 그는 특유의 말투와 능숙한 연기력으로 2007년 ‘KBS 연예대상 남자신인상을 수상, 지난해 남자우수상을 거머쥐며 최고 전성기를 맞이했다. 현재 ‘개그 콘서트의 핫코너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에서 맹활약 중인 개그맨 김원효를 만나 유쾌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실 (비대위가)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어요. ‘과연 내가 이렇게 빠른 말을, 이런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는데 저 자신도, ‘개콘 감독님도 깜작 놀랐죠. 이젠 모든 것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어요. 변화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코너 속 캐릭터의 이름을 불러줬는데 이젠 제 이름 석자 ‘김원효로 기억해 불러주셔서 정말 행복해요. 특히 중년의 어머니들, 어르신들이 좋아해주셔서 뿌듯하고 보람도 느낍니다. .”
대부분의 연예계 스타들은 전성기를 맞이하기까지 고된 무명생활을 견뎌야 한다. 특히 개그맨의 경우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남을 웃겨야 하는 운명이기에, 또 그들이 대중에 선사하는 노력의 시간에 비해 인정을 제대로 받지 못해 유독 힘든 시간들을 보낸다. 김원효 역시 이 같은 슬럼프의 시기를 경험했다. 개그맨이 된 것을 후회한 적은 없었을까.
단 한 번도 개그맨이 된 것을 후회한 적이 없어요. 힘들 때는 딱 한 번, 오직 아이디어 짤 때뿐이에요. 매번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게 아니기 때문에 고통스럽죠. 하지만 그것도 생각하기 나름이죠. 사실 아이디어를 짜고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 일이거든요. 예전에는 아이디어가 고갈되면 ‘나 이제 뭐하지하며 미래에 대한 부담감, 걱정에 빠졌어요. 다행히 지금은 안 그렇죠. 또 다른 코너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어요.”
그의 눈빛이 한 층 진지해졌다. 힘들었던 과거를 떠올리는 듯 눈가에 촉촉한 기운이 느껴졌다.
개그맨들이 유일하게 연예계에서 ‘자살 이런 게 없는 이유가 뭘까요? 사실 개그맨들은 아무리 힘든 상황 속에서도 그 어두운 마음을 오래 가져가지 못해요. 항상 마음이라도 밝게 가지려고 하죠. 내 마음이 밝아야 나를 보는 사람들을 웃길 수 있거든요. 아무리 재미있는 코너를 해도 힘든 시기가 오는 것을 알기에 이를 매번 잘 극복하기 위한 단단한 마음도 필요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웃는 게 좋아요, 나의 슬픔은 잠시 접어두고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나 역시 다시 웃음을 되찾죠.”
파란만장한 전성기가 왔다. 그 역시 닮고 싶은, 되고 싶은 롤모델이 있는 지 궁금했다.
솔직히 특별이 되고 싶은 분은 없어요. 선배님들의 장점들을 교훈 삼아 저만의 새로운 캐릭터가 잡혔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바라는 일이죠. 아! 예능 프로그램을 하면서 유재석 선배의 진정성 있는 프로의 모습을 봤어요. 얼마 전에 해주신 말씀인데 항상 가슴이 품고 있죠. 선배님은 방송을 하면서 모든 스트레스를 풀고 즐기세요. 내 몸이 너무 힘들고 지쳐 ‘빨리 끝냈으면 할 때가 있잖아요. 그 때 선배님이 ‘이 순간을 결코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다. 최대한 즐기자라고 말씀 해주셨어요. 30분 혹은 1시간, 고작 몇 분, 몇 시간 차이를 두고 힘든 마음을 가지면 안되겠다 생각했죠. 더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된 것 같아요.”
그 역시 어느덧 많은 후배들을 둔 선배가 됐다. 끝으로 그는 제2의 김원효를 꿈꾸는, 아직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후배들에게 애정의 메시지를 남겼다.
예전에 정형돈 선배가 해준 말이 있어요. ‘때때로 힘든 일이 있겠지만 다른 분야엔 신경 쓰지 말라, 늘 개그맨임을 생각하라는 말이었어요. 연예인들이 방송을 하다 인지도가 올라가면 사업도 하고 여러 가지 활동을 활발하게 펼쳐요. 하지만 나중에도 할 수 있는 것과 지금밖에 못 하는 일들이 있죠. 방송을 할 때, 개그를 할 때 가장 충실하게 열심히 했으면 해요. 힘들 때 일수록 참신한 아이디어를 더 열심히 짰으면 좋겠어요. 방송에 대한 욕심, 개그에 대한, 내 일에 대한 풍만한 애정을 가졌으면 합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기자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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