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운명을 타고났으나 그로 인해 정인과 수년간 생이별한 채 외로움과 싸워야 했던 훤(김수현 분), 정쟁에 휘말려 애꿎은 희생양이 돼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가 과거 기억을 잃은채 무녀로 8년의 세월을 살아온 월(연우·한가인 분), 중전이 되고자하는 욕심보다 세자를 사랑한 죄가 더 컸던, 결코 왕의 사랑을 받지 못한 날개 꺾인 중전 보경(김민서 분),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왕의 여인의 죽음을 함구해왔지만 뒤늦게 그 죄가 발각된 민화(남보라 분), 차궐남으로 선망 받았으나 누이의 의문의 죽음을 시작으로 아버지마저 잃고 부마가 되면서 출사마저 좌절된 선비 염(송재희 분) 까지.
해를 품은 달 속 사연 많은 인물 중 연출자 김도훈 PD가 꼽은 가장 연민이 가는 캐릭터는 역시 양명군이었다. 태양이 될 수 없는 또 하나의 태양이라. 모든 것을 다 가진 동생에게 결코 양보하고 싶지 않았던 여인마저 줄 수 밖에 없는 슬픈 영혼의 양명을 떠올리니 굳이 그 이유를 묻지 않아도 될 듯 싶다.
"(정)일우 씨를 처음 만난 게 꽃미남 라면가게 끝나기 전이었는데, 많이 지쳐있던 상태였고 캐릭터는 마음에 들지만 스스로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요. 해를 품은 달에 대한 확신을 얻고자 만난 것 같았습니다."
김PD는 정일우의 해를 품은 달 합류를 위해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저 역시 4개월 반이라는 굉장히 짧은 시간을 두고 연출을 맡게 됐어요. 드라마가 창조해 낸 서사가 마음에 들었는데, 문득 이번 기회가 아니면 못 만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하게 됐고, 일우 씨에게도 그렇게 얘기했죠. 혹시 비슷한 생각이 들면 이 여행에 동참하지 않겠느냐고요."
김PD는 "짧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모든 일에 그리 긴 준비 과정이 오진 않는다고, 이 모든 것을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함께 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고, 역할에 대한 애정이 있는 만큼 함께 하면 좋겠다고 했는데 다음날 바로 OK가 왔다"며 빙긋 웃었다.
"일우 씨는 정말 노력형 배우예요. 1분 1초가 다르게 계속 나아지죠. 예를 들면 12시50분01초보다 02초가, 12시보다 1시가, 어제보다 오늘이 더 좋아지는 잠재력이 있는, 놀라운 배우죠. 그렇게 발전하는 게 눈에 보여요." 김PD는 "디렉팅 하는 맛이 난다"고 덧붙이며 미소를 지었다.
"계속 좋아질뿐 아니라 자기가 계속 그 느낌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 (김)수현 씨도 그렇지만 일우 씨는 집념과 근성이 정말 강한 친구죠. 그 모습을 보면서 제가 더 반성하게 돼요. 앞으로 더 잘 될, 후속작이 정말 기대되는 배우입니다."
PD가 전망한 정일우의 미래는 무척이나 밝았다. 그렇다면 극중 양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결말은 최종회 방송을 위해 남겨두겠지만 분명한 것은 양명에 대한 김PD의 애정이 묻어나는 그림이 되리라는 점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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