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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수입차 오너, 스포티지R 타보더니…"작정하고 달리는 차, 매력적"
입력 2012-03-02 11:40  | 수정 2012-03-02 11:49
요즘은 발이 근질근질해요.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등이 시트에 묻히듯 달려 나가는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네요. 제 CR-V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기 힘들거든요”

CR-V 오너 신상규씨(35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아무리 터보 엔진을 달았다 해도 이 정도의 주행 성능을 보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계 엔진 관련 업체에서 근무하는 신씨는 회사에서 업무용 차량으로 스포티지R 디젤모델을 이용한 탓에 스포티지R에는 익숙하다고 자부를 해왔다. 그러나 스포티지R 터보 모델을 일주일간 타보니 디젤 모델과는 완전히 다른 차로 느껴졌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스포티지R 터보, 작정하고 달리라고 만든 차”

처음 스포티지R 터보에 올라타 핸들을 돌려보았는데 생각보다 무거워 조금 당황했다. 평소 타는 CR-V에 비해 묵직한 탓에 혹시 주행 시에도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서스펜션도 무척 단단해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는 ‘뭐 이리 딱딱해!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그러나 조금 더 주행을 해보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 동안 CR-V의 부드러운 서스펜션에 익숙했던 탓에 초반에 약간 어색함이 느껴졌을 뿐, 스포티지R 터보의 단단한 세팅이 달릴 때는 오히려 재미로 다가왔다.



고속으로 코너에 진입했을때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지나치게 딱딱하다고 느꼈던 서스펜션은 오히려 더 큰 안정감을 주었다. 기본적으로는 도로를 움켜쥐는 듯한 느낌이 들고, 거친 길이나 급코너에서도 노면을 쉽게 읽을 수 있어 안심하고 주행 할 수 있었다.

익숙해지니 이내 레이싱을 하는 듯한 느낌으로 달릴 수 있었고 그게 꽤 즐거웠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예전에 폭스바겐 골프 GTI를 시승해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요즘은 독일차의 주행 감성이 대세라고 하던데, 이 감성을 거부감 없이 한국적으로 구현한 기아차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



내가 구입한 혼다 CR-V는 정말 좋은 차고, 언제나 편안하고 느긋한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가끔 좀 답답한 느낌이 들 때도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스포티지R 터보는 밟으면 밟는대로, 꺾으면 꺾는대로 운전자의 의도 그대로 주행하는 맛이 있다. 신나게 달리고 보니 ‘이 차는 이렇게 달리라고 만든 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2.0 모델이 261마력? 정말 대단하달 수 밖에


밤 11가 넘은 늦은 시간, 고속화도로에 진입해 고속주행을 시도했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머리가 뒤로 강하게 제쳐진다. 등을 시트에 묻고 질주하는 쾌감이 마치 스포츠카를 타는 듯 하다. CR-V도 응답성이 우수한 모델이지만 이 정도로 어마어마한 동력성능은 발휘하진 못한다. 고속 주행을 하는 내내 낯선 설램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고, 독특한 배기음은 계속 가속페달을 밟으라고 유혹하는 듯 했다.

집에 도착해 스포티지R 터보의 제원을 살펴보고 깜짝 놀랐다. CR-V의 동력 성능과 너무나 큰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CR-V는 2.4리터급 4기통 i-VTEC 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22.6kg·m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그런데 스포티지R 터보는 2.0리터급 터보 GDI 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 261마력에 37.2kg·m의 토크를 낸다고 했다. 스포티지R 터보가 CR-V에 비해 배기량이 356cc 낮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출력은 71마력, 최대토크는 14.6kg.m가 높다니 놀랄 따름이었다. 차이나는 출력만으로도 경차 한대를 쌩쌩 달리게 할 수 있는 정도다.


◆디자인의 기아,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
기아차가 영입했다는 전 아우디 디자이너 피터슈라이어의 영향일까, 요즘 기아차 디자인은 어지간한 수입차 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생각이 든다. K7부터 시작된 기아차 디자인은 스포티지R에도 그대로 적용돼 기존 SUV와 달리 날렵한 쿠페 스타일의 외관을 갖췄다.

평소 타는 CR-V는 물론, 다른 어떤 수입차와 비교해도 되려 앞선다고 말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도로를 나가면 눈에 밟히듯 보이는 스포티지R이지만 여전히 질리지 않는다는 면도 큰 장점이다. 피터슈라이어가 기아차로 올 때, USB에 아우디의 디자인을 담아왔다는 우스갯소리가 그냥 나온 말이 아닌 듯 하다.

실내를 비교하면 CR-V와 스포티지R의 디자인 차이는 더 크게 느껴진다. CR-V를 몰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 중 하나는 저렴해 보이는 실내 디자인과 밋밋한 구성이었는데, 스포티지R의 실내는 매우 깔끔하면서도 기능적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전면부의 호랑이코 그릴이 실내에도 적용돼 일관된 콘셉트를 보인다는 점이다.



실내 재질이 '럭셔리하다'고 까지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동급 중에는 최고 수준인 것 같다. 각종 버튼들의 배치와 크기도 적당하고 마감도 우수하다.

다만 실내 공간 활용도는 좀 아쉽다. CR-V의 경우 겉에서 보는 것보다 직접 탔을 때 더 넓어 보이는 장점이 있는데, 스포티지R은 겉으로 본 수준과 별 차이가 없다. 특히 스포티지R은 CR-V에 비해 머리 공간이 작아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스포티지R의 크기는 4440×1855×1635mm(전장×전폭×전고)로 CR-V(4535×1820×1685) 보다 짧고 넓고 낮다. 쿠페적이고 스포티한 느낌은 차체 높이를 낮췄기 때문인 듯 하다. 그러나 실제 실내 앞뒤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축간 거리)는 스포티지R이 2640으로 CR-V보다 오히려 20mm 길었다.

◆CR-V vs 스포티지R 터보?

사실 혼다 CR-V를 구입하게 된데는 개인적인 주변 상황이 많이 작용했다. 당시 국산차는 아예 살펴보지도 않았는데 지금와 생각하면 조금은 더 신중을 기했어야 하나 싶기도 하다.

물론 지금의 혼다 CR-V도 패밀리카로 매우 우수한 차여서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스포티지R 터보를 구입했다면 온 가족이 함께 탈 수 있는 패밀리카의 기능도 훌륭하게 하는 것에, 추가로 강력한 주행 성능으로 인한 호쾌한 즐거움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더 적은 돈을 내고도 더 우수한 디자인과 내장재가 제공되고, 내비게이션이나 파노라마 선루프 등 다양한 옵션이 추가되는 점. 그리고 독일차 감성과 비슷하게 느껴지는 주행 감성도 탐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가격에서 스포티지R이 CR-V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흔들리는 소비자들이 많겠다. CR-V가 국내에 처음 출시된 2005년 즈음에는 일본 수입차라는 막연한 동경 같은게 있어서 국산차와의 가격차가 있어도 어느 정도 납득이 됐는데, 최근에는 이런 인식들이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한 것 같다. 때문에 일본차가 국산차와 경쟁을 벌이기 위해서는 가격을 더 낮춰야 할 것 같다.

까맣게 모르고 있었지만 이번에 직접 타보니 최근 국산차 발전이 눈부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지금은 수입차를 타고 있지만, 다음번에 차를 산다면 반드시 국산차도 함께 고려할 수 밖에 없겠다.

전승용 기자 / car@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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