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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동행, 작은 옥탑방서 외치는 ‘희진이의 소원’
입력 2012-03-02 01:55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지나 기자] 1일 방송된 KBS1 ‘현장르포 동행에 작은 옥탑방에서 희망을 꿈꾸는 희진이네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한 옥탑방에는 선천적 안면 함몰 기형인 엄마 장지영 씨(41)와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딸 희진이(17) 중학교 2학년 진식(15)이가 살고 있다.
1년 10개월 전 술만 먹으면 엄마에게 폭력을 일삼는 아빠를 피해 가족들은 이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세 식구가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공간만 겨우 구한 가족들은 세간 대부분을 이웃에게 얻어서 마련하고 생활비와 각종 공과금은 엄마가 청소 일을 하면서 번 돈 70만 원으로 어렵게 해결하고 있었다.
그러나 2월 엄마의 청소직 계약 만료 날짜가 다가오면서 당장 생활을 꾸려나가기가 막막해졌다. 안면 함몰기형인 엄마에겐 일자리를 구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친정어머니가 임신 3개월 때 연탄가스에 노출돼 태어날 때부터 안면 함몰기형이었던 엄마는 음식을 먹을 때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줄까 봐 어릴 때부터 늘 밥은 혼자 먹어야 했고 그 버릇 때문에 지금까지도 혼자 식사하는 것이 편하다. 친한 친구 한 명 없었던 엄마는 외로울 때마다 시를 쓰며 마음을 달랬다.
한편 두 편 써온 시는 양평군에서 주최한 대회에서 수상할 정도로 수준급이었다. 엄마는 자신의 이름을 건 시집을 내보는 것이 소원이지만 현실은 당장 하루의 생계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빠듯하기만 하다.
독학으로 공부해 요양 보호사 1급 자격증도 땄지만 면접만 보면 떨어지기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엄마가 일하지 않으면 세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오늘도 청소 일을 마친 엄마는 부리나케 다른 일자리를 찾기 위해 거리를 헤매고 희진이는 그런 엄마가 안타깝기만 하다.
올해 중학교를 졸업한 희진이는 옥탑방 건물 1층에 있는 식당에서 일손이 필요할 때마다 시급 5천 원을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해 왔다. 어린 나이이지만 워낙 손끝이 야무지고 싹싹해서 일 잘한다는 칭찬도 곧잘 듣는다. 또래 친구들이 학업 문제와 친구 관계로 고민할 때 희진이는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엄마의 힘이 돼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 희진이의 또 하나의 고민은 아빠다. 아빠가 술을 마시면 엄마에게 횡포를 부리는 것을 직접 목격했고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순간 직접 경찰에 신고한 적도 있었다. 그렇기에 엄마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애의 몸으로 혼자 떨어져 생활하는 아빠를 생각할 때마다 희진이는 가슴이 아파 온다.
사춘기에 갑자기 찾아온 환경의 변화는 열다섯 살 소년 진식이가 받아들이기엔 너무 버겁기만 했다. 그 때문에 진식이는 말수가 부쩍 줄었다. 일찍 철이 든 희진이는 시간 날 때마다 아빠 집에 찾아가 청소도 하고 반찬도 챙겨 주고 있지만 아빠는 여전히 술에 빠져 살고 있다.
술만 마시면 돌변하지만 평소에는 한없이 자상했던 분이었기에 아빠와 떨어져 나와 살아야 하는 현실은 낯설고 힘들기만 하다. 희진이와 진식이는 하루라도 빨리 아빠가 술을 끊고 건강하게 돌아와 가족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날을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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