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암 등 맞춤형 치료의 새 길 열리다
입력 2012-02-16 16:37 
암이나 당뇨병, 퇴행성 뇌질환 발병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핵심 생체물질인 마이크로RNA(초극소 리보핵산)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보다 다양한 형태로 유전자에 결합해 조절을 수행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지성욱 교수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의 자매지 ‘Nature Structural and Molecular Biology 온라인판에 13일 속도로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지 교수팀이 미국 록펠러대학 및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한 것으로, 지 교수가 제1저자 겸 교신저자로서 핵심역할을 수행했다.
연구는 마이크로RNA가 유전자의 단백질 생성기능을 억제하기 위해 단백질 합성명령을 전달하는 mRNA와 결합할 때 지금까지는 마이크로RNA 말단 6개의 염기서열과 정확히 맞는(상보관계) mRNA의 염기서열 사이만 결합한다고 생각했으나, 상보관계가 아닌 경우라도 mRNA의 상보관계가 아닌 부분을 융기모양으로 밀어내고 상보적인 부분을 찾아 결합함을 증명한 것이다.

이는 마이크로RNA가 상보적 염기서열을 가진 종래의 mRNA 외에도 더 많은 mRNA를 조절하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며, 쥐의 대뇌피질과 자궁경부암 세포에서 해독해 본 결과 이 같은 mRNA는 마이크로RNA에 조절되는 mRNA의 약 20%에 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마이크로RNA는 지난 1993년 빅터 암브로스(Victor Ambros) 연구실에서 최초로 발견한 생체물질로, 아고너트(Argonaute)라는 단백질과 결합해 여러 유전자의 mRNA를 인식해 mRNA의 단백질 생성기능을 억제한다. 이 같은 작용은 유전자 발현의 중요한 기전의 하나로서 정상상황에서는 세포의 분화와 성장에 관여하고 기능에 이상이 있을 때는 암 및 퇴행성 질환, 당뇨병 등을 유발하게 되어 생명현상의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지 교수는 2009년 쥐의 대뇌 피질 안에서 마이크로RNA 454개를 한꺼번에 찾아 염기서열을 해독해 마이크로RNA 유전자 지도를 해독하고, 마이크로RNA에서 유전자에 달라붙어 기능을 방해하는 모든 핵심 부위를 찾아내는 BT-IT 융합기술(Ago HITS-CLIP) 개발에 성공해 네이처(Nature)지에 연구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그 연장 선상에서 진행된 것으로 마이크로RNA에 의해 조절받는 유전자가 훨씬 광범위함을 알게 되어 마이크로RNA와 관련된 생명현상과 이에 의해 야기되는 암, 당뇨병 등 유전자 이상 질병의 근원 유전자만 억제하는 방식으로 ‘마이크로RNA 기반치료제를 개발한다면 맞춤형 질병치료가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명희 삼성융합의과학원 원장은 이번 연구는 질병 발생기전을 더 명확히 알게됨에 따라 보다 많은 유전자를 타깃으로 할 수 있어 미래 의학으로 각광받는 맞춤 치료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애경 매경헬스 [moon902@mkhealt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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