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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 흥행, 부산영화제는 이미 예견했다
입력 2012-02-13 10:16 

영화 ‘부러진 화살을 향한 기대는 컸다. ‘남부군(1990), ‘하얀전쟁(1992) 등을 통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 정지영(66) 감독이 13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고, 제16회 부산영화제에서 10분간의 기립박수를 받는 반응에서도 흥행을 예견할 수 있었다.
법정 실화극 ‘도가니가 사회에 큰 충격을 준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2의 ‘도가니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시선도 많았다. 물론 영화제에서 좋은 반응을 받더라도 흥행으로 직결된 영화는 많지 않았다.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기대하는 시선은 많았지만 이 정도까지의 흥행을 확신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부러진 화살은 관객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였다.
갈라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이 영화의 모더레이터로 나선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부산영화제에서 관객의 열광적인 호응에 이건 사건이다”라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실제 하나의 사건이 돼버렸다. 13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으로 현재까지 309만여명이 봤고, 지난달 18일 개봉했음에도 여전히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순제작비 5억원(마케팅 등 포함 총 제작비 15억원)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232억여원이라는 매출 기록을 세웠다. 안성기와 박원상, 김지호 등 주연배우들은 노개런티로 참여했다가 두둑한 보너스를 얻게 됐다.

흥행 기록이나 매출, 배우들이 얼마를 더 벌어들였느냐를 떠나 ‘부러진 화살은 이제 2007년 한 전직 대학교수가 자신의 소송을 판결한 판사를 석궁으로 쏜 ‘석궁 테러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라는 설명을 달지 않아도 국민 대부분이 알게 됐다.
대법원은 이 영화의 개봉 전부터 우려를 표했고, 최근에는 이 영화에 대해 흥행을 염두에 둔 허구이며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성명서를 내고 정면 비판했다. 이 영화를 인정할 수 없다는 사법부의 태도는 영화가 의도한 사법부의 각성과 변화를 이끌어내는데는 실패했다. 또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을 이끌어낸 ‘도가니처럼 실질적인 성과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영화는 통쾌한 연출 방식을 통해 사법부를 향한 국민의 분노를 이끌었고, 관객을 사로잡았다. 사법부의 위선과 권위를 꼽는 영화 가운데 하나로 남을 것임에 틀림없다. 또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라는 위트 넘치는 대사는 올해 최고 명대사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제작사와 배급사의 자신감을 보인 개봉 시기 선택도 칭찬할 만하다. 이 영화의 개봉일은 설 연휴 대목을 노린 18일이었다. 5개 한국영화(댄싱퀸·페이스 메이커·네버엔딩 스토리·파파, 파파는 개봉을 연기했다)가 맞대결을 펼칠 것임을 알고도 밀어붙였고, 성인 관객들의 관심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덧붙이자면, 현재 활동 중인 감독 가운데 유일한 60대인 정 감독의 사회를 향한 비판적 시선 뿐 아니라 현대적 감각을 잃지 않는 점도 추어올릴 만하다. 정 감독은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부러진 화살과 함께 영화예술에 대한 자본의 폭력을 담담히 그려낸 ‘아리아리한국영화 등 2편의 영화도 선보였는데 이들 영화에 대한 관심도 상당한 수준이 됐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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