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외곽, 지어진지 30년 가까이 된 낡은 비닐하우스에 두희(47) 씨 네 가족이 살고 있었다.
두희 씨는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부모님이 운영하던 과수원 농사를 도왔고 졸업할 무렵 과수원이 재개발 되면서 번화가에 상가 건물을 소유하게 됐다. 이후 아내 연실(47)씨를 만나 둘째 재완이를 낳을 때 까지 넉넉한 형편에서 다복하게 가정을 꾸려왔다.
그러나 2000년 연실 씨가 건물을 담보로 다른 사람의 보증을 서면서 집안 형편이 급격히 기울었다. 연실 씨는 죄책감에 집을 나갔고, 고시원에서 지내며 파출부 생활을 전전했다.
부부가 다시 만난 건 4년 뒤였다. 두희 씨는 연실 씨를 받아 들였고 보증금 500만원 월세 집에서 새롭게 시작했다.
그러나 주변 아파트가 재건축을 하면서 보증금이 급등했고 금액을 감당하지 못한 가족은 저렴한 월세 집을 찾아다닌 끝에 비닐하우스로 왔다. 잠깐만 지내고 이사 가리라 마음 먹었던 게 올해로 벌써 4년째다.
설상가상 지난해 연실 씨는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넘어져 뇌를 크게 다쳤다. 당시 3번 시신경에 손상을 입어 오른쪽 눈에 마비 사시가 찾아 왔고 사물이 여러 개로 겹쳐 보이고 초점이 맞지 않는 탓에 어지럼증을 겪는 일이 빈번해졌다. 임시방편으로 한쪽 눈을 가릴 수 있는 안대를 착용했지만 이 때문에 괜한 오해를 사면서 일하는 곳에서 번번이 거절을 당했다.
지방에 한 번 내려가면 며칠씩 집을 비워야 하니 두희 씨는 아픈 아내와 어린 아들형제가 늘 걱정이다. 위험이 도사린 비닐하우스에서 가족을 구원하고 싶지만 밀려 있는 전기세, 월세에 대출금까지 끝도 없이 쌓여가는 빚에 이사는 꿈도 꾸지 못한다.
절망적 상황 속 부부의 한 줄기 빛은 아들 재준(15)이와 재완(14)이다. 마을에 또래 친구들이 없어 서로에게 가장 의지하는 형제는 청소 빨래까지 척척 해놓는 효자들이다.
형제의 가장 큰 일과는 식수를 뜨러 한 시간 거리 약수터에 다녀오는 일이다. 비닐하우스에서 나오는 물은 옆 하천에 있는 물을 끌어온 터라 식수로 사용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빠가 없을 때 아빠를 대신해 연탄을 갈고 엄마와 동생을 살뜰히 챙기는 재준이와, 몸이 불편한 엄마가 걱정돼 매일 밤 마중을 나가는 재완이는 신데렐라 같은 아들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살을 에는 강풍도 두희 씨 가족의 온기를 허물지는 못했다.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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