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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기획, 아마존의 꽃 와우라부족 ‘문화다양성에 지다’
입력 2012-02-09 09:55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지나 기자] 8일 방송된 KBS ‘수요기획에서 문명의 이기로 사라져 가는 아마존 최후의 원시부족 와우라족을 조명했다.
지구상 가장 길고 넓은 유역을 가진 아마존 강은 열대우림과 실핏줄 같은 지류가 얽히고설켜 오랫동안 독립된 문화와 역사를 지켜왔다.
아마존에서 갈라져 나온 지류 중 하나인 싱구강은 남미대륙 서쪽 끝 안데스 산맥부터 동쪽 끝 대서양까지 1천600킬로미터를 달린다. 외곽 지대가 늪으로 돼 있어 아마존 지역 중 가장 늦게 발견됐고 상대적으로 외부세력의 간섭이 적었다. 덕분에 와우라 등 싱구의 부족들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고유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보존하고 있었다.
밀림을 떠돌며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부족들과 달리 정착해서 사는 부족은 주변 자연환경과의 연결고리가 끈끈하다. 부족 공동체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추장의 권위와 위계질서, 규범 등도 수준 높게 발달해 있다. 대표적으로 와우라족이 꼽힌다.

아마존 전문 감독으로서 20여 년 전부터 와우라족을 관찰해온 정승희 감독은 2012년 1월, 통산 아홉 번째로 와우라를 방문하면서 전에 없던 급변의 기운을 감지했다.
정 감독이 와우라 부족을 방문한 때는 계절상 우기였다. 물이 차가워 물고기가 자취를 감춘 데다 나무열매도 텅텅 비어 있었다. 농경 기술이 없는 원시부족에게는 춘궁기이자 보릿고개인데, 물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와우라족에게 더욱 고달픈 시기다.
사냥과 수렵으로 하루를 보내는 원주민들의 특성상 시간 때우기조차 힘든 우기는 추장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는 때이기도 하다. 와우라족 추장은 부족이 단합하고 기운을 북돋울 수 있도록 아침저녁으로 축제와 놀이를 개최한다.
여름에 열매들이 잘 열리길 바라며 남자들이 동물 흉내를 내며 집집마다 방문하는 삐끼 놀이와 우리의 씨름처럼 맨몸으로 부딪쳐 힘을 겨루는 '우까우까'부터, 남자들이 손을 묶고 줄지어 서면 기혼남은 기혼녀들이 미혼남은 미혼녀들이 하나씩 떼어놓는 '깔따빠', 저녁 무렵 음기 충만할 때 생산능력을 북돋기 위해 춤을 추는 여자들만의 축제 '야무리꾸마'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놀이는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는 와우라족만의 오래된 지혜다.
아마존 원시부족들은 대개 초경을 시작한 소녀들에게 성인식을 치르게 한다. 와우라족의 경우 열네살부터 시작해 배우자가 청혼할 때까지 1년에서 3년 간 계속되면서 신부수업을 겸한다.
몸을 정화한다는 의미에서 독초를 달여 마셔 속을 토해내고(아따까), 피라냐 이빨로 몸을 긁어 피를 내고(하냐), 매일 다섯 번의 목욕으로 몸을 정갈하게 하며 나무속과 목화로 몸 가리개나 장식 해먹을 만든다.
추장의 직계가족인 마빨루는 성인식을 시작하며 특별히 팔뚝에 세 줄 문신을 새긴다. 문신이 세 줄인 것은 부족에 있는 세 명의 추장을 의미하는데 여성에게 추장가문의 문장을 남기는 것에서 원시사회의 특징인 모계사회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정 감독이 이 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 수 백명에 달했던 부족 인구는 현재 170명 남짓 남았다. 성인 남자는 25명이 채 안 된다. 뿔뿔이 흩어져 더 깊은 숲속으로 숨거나 도시로 나간 탓이다.
이번 방문 때는 전에 없던 학교까지 들어섰다. 브라질 정부와 NGO들이 문맹퇴치를 이유로 원시부족 마을에 학교를 짓고 교재와 교사들을 공급했다.
학교설립의 효과는 엉뚱한 곳에서 드러났다. 브라질 정부가 임명한 원주민 출신 교사들에게 월급이 주어지는데 교사들이 이 돈으로 다른 원주민들과 차별화된 도시인의 생활방식을 즐긴다.
와우라족 출신으로 교사가 된 아라빠예는 와우라족은 5년 내 소멸된다. 그 전에 돈을 모아서 도시로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학교가 와우라족을 해체하고 도시문명을 끌어들이는 창구이자 빈부격차의 근원지가 된 것.
이제 아이들은 교사의 삶을 보며 도시생활을 동경하고 호시탐탐 부족에서 벗어날 생각을 키운다. 와우라족 젊은 층은 이미 외부 관광객을 불러들여 기름이나 돈 버는 일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부족의 치부인 교사 아라빠예는 부족탈출 계획뿐 아니라 또 다른 파문의 주인공이 된다. 부족민 중 미성년자를 임신시킨 것이다. 기혼 남녀의 외도는 가볍게 처벌하는데 반해 미성년, 즉 처녀의 임신에는 신생아를 땅에 묻고 산모를 멀리 내쫓는 중벌을 내리는 것이 와우라족의 부족법.
그러나 추장은 아라빠예의 재산과 위상 때문인지 혹은 젊은 층의 동요를 두려워한 것인지 아라빠예 가족과 미혼모 가족의 화해를 종용해 사태를 마무리했다.
부족 구성원들이 뿔뿔이 흩어져 문화적 영속성을 잃거나 아예 도시로 흡수돼 빈민으로 전락하는 아마존의 비극이 최후의 원시부족 와우라족에게도 점차 스며들고 있었다.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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