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문재인과 안철수, 그리고 박근혜
입력 2012-02-07 11:55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벌써 대선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흥미로운 여론조사가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수년간 이어져 왔던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는 겁니다.

급기야 양자 대결에서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과 안철수 교수가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모두 꺾는 여론조사까지 나왔습니다.


리얼미터가 이달 초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를 볼까요?

먼저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양자대결입니다.

문재인 이사장이 44.9%를 기록했고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44.4%를 보여 문 이사장이 처음으로 박 비대위원장을 넘어섰습니다.

비록 오차범위이긴 하지만, 문재인 이사장이 박 비대위원장을 앞섰다는 것은 야권의 대선구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이사장의 선전은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보여준 친노 바람에 힘입은 바 큽니다.

또 현 정부 실세들과 측근들의 잇따른 비리에 상심이 컸던 국민의 눈에 소탈하면서도 청렴한 이미지를 갖춘 문재인 이사장이 새로운 대안으로 다가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여기다 정치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안철수 교수의 모호한 화법 때문에 야권 지지자들이 '그러면 대안은 문재인밖에 없지 않느냐'는 생각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문재인의 바람은 4월 총선이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한나라당 텃밭인 부산에서 출마하는 문재인 이사장이 선거에 승리하면 그 바람은 거대한 폭풍처럼 커지겠지만, 반대로 실패하면 그 바람은 찻잔 속 태풍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전망입니다.

문재인 이사장에게 있어 총선은 대선으로 가려면 반드시 넘어야 하는 큰 벽인 셈입니다.

문재인 바람에 주춤하긴 했지만, 안철수 교수의 열풍도 여전히 위력적입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교수의 양자대결입니다.

안철수 원장이 51.5%,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40%를 보였습니다.

오차 범위를 넘어서 큰 격차를 보였습니다.

알 듯 모를 듯 모호한 화법에도 안철수 교수는 여전히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안임은 분명합니다.

안철수 교수의 말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교수
-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은 것인지 고민 중이다. 정치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다만, 내가 정치에 참여하고 안 하고가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는지 평생 고민을 해 온 사람이고 그런 연장 선상에서 봐줬으면 좋겠다"

정치 가능성을 열어 둔 안 교수의 말 때문에 어쩌면 다음 주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더 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는 다자대결을 보겠습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31.2%, 안철수 교수가 21.2%, 문재인 이사장이 19.3%의 지지율을 보여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여전히 앞서가고 있습니다.

안철수 교수와 문재인 이사장의 격차는 불과 2%포인트로 좁혀졌습니다.

다자구도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앞서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착시현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안철수 교수와 문재인 이사장 두 사람이 각각 대선에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이 후보 단일화를 한다면 어떨까요?

산술적으로 두 사람의 지지율만 합쳐도 40.5%에 이릅니다.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여권 세력이 결집해 근혜 비대위원장을 지지해도 30%에 머무는 반면 야권 지지세력이 합치면 40%를 넘는다는 얘기입니다.

안철수가 됐든, 문재인이 됐든 후보 단일화만 이룬다면 박근혜 파워를 넘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야권에 흐르고 있습니다.

물론 이 흐름 역시 총선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야권이 총선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새누리당이 선전한다면 안철수 교수를 지지했던 무당파나 중도 보수세력이 급격히 박근혜 지지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과감한 인적쇄신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게 대선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관문이 되는 셈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대구에 출마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전략이 아니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역민과 약속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총선을 진두지휘하면서 대선으로 가는 터를 닦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책임이 막중하고, 또 당 쇄신도 하면서 총선도 잘 치러야 되는 이런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고민을 했습니다."

이번 주 총선 불출마 여부를 밝히겠다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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